불법 온상으로 변질된 키즈카페

업종은 일반음식점 등록하고 영어·예체능 수업
“CCTV없어… 피해 입어도 범인 못 잡는 경우 많아”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자녀들의 놀이공간과 부모의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인기를 얻은 키즈카페가 최근 몸살을 겪고 있다. 관리 소홀로 인해 아동들이 성추행 당하는가하면 불법과외 현장으로 변질되면서 과외 강사가 마약을 흡입한 뒤 아동을 가르치는 사례도 적발된 것이다. 이에 부모들은 더 이상 키즈카페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데리고 맘 편히 갈 수 있는 공간이 키즈카페를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가고 있다.

주부 A씨는 며칠 전 36개월 된 딸과 함께 인근 키즈카페를 찾았다. 아이가 마음껏 놀 수 있고 본인도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평소에도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런데 딸이 남자 아르바이트생이랑 같이 노는 장면을 지켜보며 커피를 마시던 A씨의 눈에 불쾌한 광경이 들어왔다. 아르바이트생이 딸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놀고 있었는데 자꾸 딸의 몸을 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의 눈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딸을 고의로 만지는 것 같이 보였지만 혹시나 자기가 예민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돼 서둘러 딸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자주 가던 키즈카페에 발길을 끊었다. A씨는 “내가 보기에는 딸을 성추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확신이 없어서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번 이런 광경을 보니 키즈카페에 가기 겁난다”고 말했다.

키즈카페 직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거나, 다치는 곳이 없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같이 놀다보면 신체 접촉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여자 아이인 경우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성추행을 당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안심할 수 없다. 이는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노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성인 남성이 여자 아이를 성추행 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 시선 피해 3세 女 신체 만지작

지난해 김모(32·여)씨는 4세 딸과 함께 키즈카페를 찾았다. 딸이 노는 것을 좋아해 1주일에 1번 이상은 꾸준히 들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딸이 김씨에게 “어떤 아저씨가 엉덩이를 만졌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김씨는 당혹스러움과 분노를 느끼고 다음날 다시 키즈카페를 찾았다. 그러나 직원 중에는 딸이 말한 아저씨가 없었다. 카페 직원은 자녀들 부모도 있어서 누군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규모가 작은 카페에는 CCTV도 없었다. 결국 김씨는 딸을 성추행한 가해자를 찾지 못했다. 김씨는 “어린 딸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다. 제대로 지켜보지 못한 내 잘못인 것 같아서 죄책감에 시달렸다”면서 “알아보니 우리 딸 외에도 키즈카페에서 성추행 당한 아동이 많다고 하더라. 아이들이 바로 말하지 않는 이상 범인도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 뒤로는 키즈카페에 가면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동들의 놀이공간이었던 키즈카페는 인기를 얻어가며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단순한 놀이공간에서 벗어나 유치원처럼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영어 수업은 기본이고 미술, 음악 등과 같은 예체능 수업도 병행된다. 부모들은 키즈카페 방문으로 아이들이 즐겁게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어서 1석2조라며 반기는 눈치다.

아이들 놀이공간에서 불법 과외현장으로

그러나 문제는 ‘외식업’으로 허가를 받은 키즈카페들이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있다. ‘교육시설’이 아닌 ‘외식업’(식당)으로 허가를 받은 키즈카페들이 불법 과외도 서슴지 않고 진행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허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 상태로, 단지 수업이 진행된다고 해서 키즈카페를 찾는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녀가 불법과외를 받고 있던 셈이다. 박모(31·여)씨는 키즈카페에서 진행하는 미술수업에 4세 아들과 함께 참여했다. 아이가 놀다가 그림도 그릴 수 있어서 무척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전 공지도 없이 수업이 중단됐다. 불법 과외로 파파라치의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불법 과외 사실을 전혀 몰랐던 박씨는 황당했다. 이 같은 사실을 들은 다른 부모들도 같은 심정이었다. 박씨는 “불법사안에 같이 동참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혹시라도 우리에게 피해가 올까 봐 걱정했다. 그 뒤로는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곳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앞으로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키즈카페에서 영어 수업을 진행하던 원어민 강사가 마약 흡입 혐의로 적발된 사례도 있다. 원어민 강사들이 일으키는 사건사고는 흔한 일이지만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가 마약을 흡입한 상태로 수업을 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이처럼 키즈카페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어린 아동들이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일고 있다. 지난해는 전북 전주의 키즈카페에서 8세 여자 아이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부모들 사이에서 안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관리·감독 사각지대 ‘대책 필요하다’

게다가 키즈카페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의 위생 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일부 키즈카페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고, 오래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키즈카페에 대한 법안 마련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소비자원 곽윤영 연구원은 “키즈카페는 일반음식점 또는 서비스업으로 등록돼있어 정확한 현황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행정 기관이 키즈카페의 운영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업종 등록을 음식점이 아닌 어린이놀이시설로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키즈카페의 관리업무를 안전행정부로 일원화하고 키즈카페의 환경, 위생, 안전에 대한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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