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걸’ 오피스텔서 ‘뜨거운 알바’로 돈 번다


각종 변종 성매매가 무차별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주·야 영업을 겸하는 유흥업소들이 늘고 있다. 이들 업소는 밤에 정상영업을 하고 낮에 비정상영업을 하고 있다. 비정상영업은 다름 아닌 성매매를 말한다. 업소들이 주간에 불법성매매를 하는 이유는 경찰의 단속이 주간에는 허술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속칭 ‘오피스 걸’은 최근 주간 영업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이들의 영업 대상은 샐러리맨들이다. 이들은 샐러리맨들에게 주로 점심시간대를 이용해 은밀한 휴식처를 제공하며 돈벌이를 하고 있다.

또 모텔과 노래방 등도 샐러리맨들을 상대로 주간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불법 성매매가 맨투맨 방식으로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손님을 가장해 이들의 불법 성매매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강남 서초동 법조단지 부근의 한 카페. 이곳에서 만난 김 아무개(39)씨는 룸살롱, 불법 안마시술소, 대딸방,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를 두루 거친 사람이다.

최근 그는 아가씨들을 모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시작한 것.


한번 손님은 영원한 손님

‘오피스 걸’은 이미 잘 알려진 신종 성매매 수법이다. 이들은 여러개의 오피스텔을 얻어 놓고 마치 집창촌의 쪽방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영업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로 비밀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밤에 찾아오는 손님들만 상대해서는 매상을 올릴 수 없다”며 “그래서 낮에도 영업을 뛰는 것이다. 사실 손님들이 점심시간에 영업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도 주간영업의 결정을 거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개월전까지 야간 영업에 치중했으나 이제는 시스템을 바꿔 주간영업에 더 비중을 높였다.

김씨는 “야간은 어차피 아는 손님들이 예약을 하고 찾아오는 일이 많기 때문에 돌아가는 게 빤하다”며 “하지만 주간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처음에는 주간에 무슨 영업이 될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사실 나도 좀 놀랍다”고 말했다.

김씨가 손님들은 모으는 방법은 첫 번째가 인맥이다. 10여년간 유흥업계에 몸담으며 관리해온 손님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
다.

두 번째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을 통한 영업이다. 카페와 블로그는 검색이 쉽게 되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통하는 분위기만 깔아놓으면 알아서 쪽지나 메일 등을 보내온다는 것. 세 번째가 평소 알고 지내는 업소 사장들을 통해 아가씨들을 보도방 형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김씨는 “요즘은 멀티미디어시대 아닌가. 한 가지만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며 “그래서 나는 보도방, 오피스걸 영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아가씨가 부족하긴 하지만 그럴 때는 궁여지책으로 미시 알바들을 동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이 업계는 원래 해먹는 사람이 계속 해먹는다”며 “충분한 경험과 인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이런 일은 하기 힘들다”고 자신이 베테랑임을 은근히 자랑했다.

또 그는 “손님들은 대부분 알고지내는 손님들끼리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며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서 나름대로 인터넷 등을 통해 영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007식 오피스텔 영업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김씨를 따라 오피스텔로 가보기로 했다. 이때 시각은 오후 1시 20분 경.

김씨는 오피스텔로 가기에 앞서 누군가와 쉴 새 없이 휴대폰 통화를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혹시 모를 단속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김씨는 오피스텔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다른 일이 있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말한 그는 대신 전화번호를 건넸다.

그리고 김씨는 “A오피스텔에 도착해 입구에서 이 번호로 전화하면 누군가 나온다”며 “그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돈은 그에게 주면 된다”고 알려준 뒤 어디론가로 바삐 사라졌다.

A오피스텔에 도착해 김씨에게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성이 알아보고 다가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남성은 종이쪽지하나를 꺼내들고 돈을 달라고 했다. 가격은 13만원이었다.

이 남성에게 내가 어떻게 믿고 돈을 주느냐고 묻자 “서로 믿지 않으면 거래가 안 된다. 못 믿겠다면 그냥 돌아가라”고 잘라 말했다.

하는 수 없이 돈을 건네자 남성은 손에 쥐고 있던 쪽지를 손에 쥐어주며 “6층 13호실 도어락 비밀번호다. 이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안에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아가씨가 나오거든 별말 필요 없고 이 쪽지를 건네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쪽지에는 9개의 숫자와 No.1039라고 찍힌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필체를 감추기 위해 프린트로 찍은 듯 했다.

김씨와 남성의 이 같은 행동은 경찰의 단속을 대비해 치밀하게 준비된 것 같았다. 이렇게 영업을 하면 서로 거래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적발되더라도 모른다고 잡아 떼면 딱히 증명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가 알려준 대로 13호실로 가서 쪽지에 적힌 도어락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평상복을 입은 아가씨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현관 앞으로 나왔다.


점조직 형태로 단속 어려워

정체불명의 남성이 알려준대로 쪽지를 건넸다. 쪽지를 받아 든 아가씨는 안심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오셨죠?”하고 물었다. 처음 등장할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아가씨는 자신을 이소연이라고 소개했다.

낮에 손님들이 많이 오냐고 묻자 아가씨는 “밤보다 오히려 낮에 더 많이 온다”며 “대신 밤에는 길게 있다가는 손님들이고 낮에는 잠깐씩 있다 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는 어떤 이들이 주로 오느냐는 질문에 “전부 샐러리맨들이다. 그래서 오피스텔도 사무실이 밀집된 곳에 자리 잡은 것”이라며 “주로 점심시간에 짬을 내 찾아오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오피스텔에 아가씨들이 몇 명이나 있냐고 묻자 이씨는 “그런 건 서로 모르는 게 좋다”며 “요즘 신문이나 뉴스에서 불법 성매매에 대해 많이 보도하고 있어서 단속이 자주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언제 단속이 나올지 모르고 누가 잡혀가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서로 많은 부분을 모른 채 영업하고 있다”며 “아는 건 우리 아저씨(업주)와 몇명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오피스텔 성매매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하면서 단속을 피하고 있다. 단속이 된다하더라고 꼬리자르기를 하기 때문에 일망타진은 쉽지 않다.

아가씨 한명이 점심시간인 12시부터 3시 사이에 받는 손님은 4명 정도다. 한 시간에 한 명 꼴이다. 생각보다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이씨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라고 한다.

이씨에 따르면 적어도 이 오피스텔에만 15명~ 20명 정도의 아가씨들이 있으며 이 일대 20여 군데의 오피스텔에도 비슷한 수의 아가씨들이 영업하고 있다는 것. 한 오피스텔에 10명의 아가씨가 3시간동안 4명의 손님을 받고 이 같은 오피스텔이 10여 곳이라고만 가정하면 불과 3시간 동안 400명의 샐러리맨들이 낮에 오피스텔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는 셈이다.

또 이씨는 “어떤 때는 손님은 넘치는데 아가씨들이 없어 주변 모텔로 비상대기중인 아가씨들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며 “비상대기조 아가씨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하는 미시족들”이라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주간 오피스걸을 애용하다 아가씨와 아예 살림을 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법조타운의 법조인들도 포함돼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오피스텔에선 단순히 성매매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손님이 원할 경우 점심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간단한 식사도 오피스걸이 직접 차려준다. 이른바 가정식 서비스다.

한편 강남 일대를 비롯해 여의도, 서대문, 마포, 홍대입구 등지엔 이런 오피스텔 영업을 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간 오피스텔 성매매 영업은 주간에 유흥업소의 단속이 허술한 틈을 타 계속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어 당국의 시급한 단속대책이 요망된다.


#모텔,·노래방도 주간 영업 성업중

오피스텔 외에 모텔과 노래방도 주간 성매매 영업을 일삼고 있다.

일부 모텔은 단속에 대비해 비상탈출구까지 만들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또 노래방은 단속에 대비해 셔터문을 내린 채 주간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비디오방도 은밀히 주간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주간에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하는 비디오방을 속칭 ‘애인방’이라 부른다.

애인방은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성을 파는 여성들 중엔 조선족 여성들이 상당수다. 업주들에 따르면 저렴한 인건비를 위해 조선족 여성들을 선호한다는 것.

하지만 애인방이라고 해서 특별한 서비스가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이름만 그렇게 붙였을 뿐이다.

애인방은 손님이 방을 잡고 들어가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아가씨가 들어와 손님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관계를 갖는다.

관계를 갖는 동안 방 안에 비디오는 계속 돌아간다.

일부 애무방 업주들은 방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동영상을 촬영한 다음 이를 음란 사이트에 팔기도 한다. 이렇게 부수입을 챙기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음란사이트나 P2P사이트 등을 통해 나도는 비디오방 몰래카메라는 이런 과정을 통해 유통되는 것이 많다. 현재 영등포와 종로 일대엔 이런 애인방 몰래카메라가 수 없이 많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애인방은 샤워시설이 없고 아가씨들 또한 정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위생문제 또한 심각하다. 모 포털 사이트의 유흥관련 카페엔 애인방에서 성매매를 했다가 성병에 걸렸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이 남성은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즐겼다가 피해를 당한 것.

이렇게 밤낮 구분없는 성매매가 판을 치고 있지만 법망의 틈새를 교묘하게 노려 영업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단속은 실효를 거두기 힘든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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