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수…야당다운 야당에 꼼수는 없다

정동영 측 “새정치연합 반감에 의한 협박정치 안 돼”
박-문 네거티브, 신당엔 호재…광주 서구을 주목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정동영 전 고문이 지난 1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당시 탈당 여부를 두고 야권 내에서는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한 탈당을 하더라도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이후 탈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친노 문재인 의원이 당선되면 정 전 고문과 비주류 인사들이 ‘동반 탈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비주류에서 ‘분당설’이 흘러나왔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 전 고문은 ‘전대 전 탈당 선언, 국민모임 합류’라는 결정을 내렸다. 더구나 4월 재보선에 독자 후보를 내겠다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그 내막을 파헤쳐 봤다.

정동영 전 고문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내에서는 ‘탈당’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다. 당시 정 전 고문도 당 원로와 지지자들과 함께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으나, 탈당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서지 않았다. 그럴수록 정 전 고문의 향후 행보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됐다.

정동영, 전대 전 탈당 왜?

이후 야당 내에서는 탈당을 하더라도 “전당대회 결과를 본 뒤 탈당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친노’ 문재인 의원이 당선되면 현역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민모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정 전 고문과 측근들도 ‘탈당 시점’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와중에 정 전 고문은 전대 전 탈당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정 전 고문 측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이후 탈당을 하게 되면 새정치연합에 대한 반감과 함께 ‘야당에 탈당한다, 안 한다’ 식의 협박정치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국민모임 창당 명분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탈당 시점을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민모임 합류 과정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얘기도 거론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 전 고문 측 한 관계자는 “언론의 초점이 국민모임이 아닌 ‘정동영 대선 출불마’에 맞춰질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정 전 고문을 대선 후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대선 불출마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어 “정 전 고문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국민모임이 성공하면 정 전 고문도 마지막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정치생명을 걸고 탈당을 한 정 전 고문은 국민모임을 통해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정치권에 ‘국민모임’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한 것도 현실이다. 지역 기반이 없고, 인물에 기반을 둔 정당의 경우 사람이 사라지면 그 정당 역시 무너지기 때문이다. 과거 정몽준의 국민통합21,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이인제의 국민신당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전 고문은 왜 국민모임 합류를 결심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정 전 고문 측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에 있을 때 당에서 무조건 밀어내는데 정 전 고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며 “정치생명을 걸고 마지막이라는 신념으로 ‘정동영 정치’를 보여주어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진정한 약자를 위한,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이 되겠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국민모임에 대한 관심이 적잖이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재인-박지원 빅2간의 네거티브로 인한 부작용이 국민모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 전 고문의 국민모임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새정치연합이 만들어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파갈등에 발목이 잡혀 당내에서도 ‘분당’ 얘기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 전 고문이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재선 의원실 한 관계자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여준 네거티브, 전대 룰로 인한 설전 등으로 인해 국민모임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정 전 고문이 합류한 국민모임에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계파갈등만 있을 뿐 쇄신은 뒷전인 새정치연합 대신 국민모임이 그 대안 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국민모임을 겨냥해 가장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곳은 바로 새정치연합이다. 야권이 분열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보선 패배, 국민모임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국민모임 성공여부
광주 서구을에 달려

이러한 야당의 반대 목소리는 뒤집어 보면 국민모임의 파괴력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통진당 의원들이 출마하는 상황에서 국민모임, 새정치연합은 수도권에서 전패할 수 있다. 따라서 광주 서구을은 야권 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곳이다. 새정치연합도 국민모임도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새정치연합은 자신의 텃밭이고, 국민모임은 ‘호남 선점’을 위해선 꼭 승리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국민모임 한 관계자도 “광주에서 국민모임의 인사가 당선된다면 야당의 정치 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며 “국민모임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 서구을을 기점으로 차기 총선 등을 통해 국민모임이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전북의 경우 야당 색이 약할 뿐 아니라 정 전 고문의 고향인 만큼, 향후 제1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민모임은 가장 먼저 ‘천정배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새정치연합 역시 ‘탈당은 안 할 것’이라며 천 전 의원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천 전 의원이 어느 정당으로 나오든 광주 서구을에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천 전 의원 역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천 전 의원은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서구을 재보선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라며 “출마여부는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보선 불출마 보도에 대해 “‘현재로는 재보선에 직접 출마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래서일까. 새정치연합과 국민모임은 천 전 의원의 거취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천 전 의원의 선택에 따라 야권 지형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양측은 천 전 의원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천 전 의원 영입을 놓고 국민모임과 새정치연합의 신경전이 서서히 달아오른 가운데, 향후 ‘제 1야당’의 자리를 새정치연합이 수성할지 아니면 국민모임이 탈환하게 될 지에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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