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다…“총선 출마” vs “희생해라”

 이완구 ‘불출마’ 시사…최경환·김희정·유기준 등 ‘출마’
 조윤선=서울 종로, 민경욱=인천 중·동구·옹진 출마설 나돌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여당 내에서 박근혜 정부의 ‘11개월용 시한부 내각’에 대한 우려 섞인 논란이 일고 있다.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입각한 정치인들이 선거 90일 전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돌아올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며 불출마론을 거론했다. 불출마론이 불거지면서 입각한 정치인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본업이 정치다. 20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다 청와대 일부 인사들도 20대 총선 출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말 또는 내년 초 개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내막을 따라가 봤다.

“집권 3년차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여권 재선 의원실 한 보좌관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임기 말 레임덕이 불가피한 가운데 3년차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집권 4년차에 임기 말 마무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4년차에 20대 총선과 그 다음해에 대선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은 최경환·황우여 부총리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이완구 국무총리 등이 입각한 데 이어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기용했다. 내각 구성원 중 총리를 포함한 장관은 18명 중 6명이 정치인인 것.

정치인 장관 임명
세 가지 이유 있다

그렇다면 ‘시한부 내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치인 장관을 기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분위기가 싹 바뀐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당·청 관계가 수직적 관계여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초반 국정운영이 ‘박근혜 정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불만이 많았지만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계속된 인사 참사 등으로 인해 여당이 서서히 돌아섰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 대통령은 전당대회 현장을 방문, 서청원 최고위원을 간접적으로 지원했으나 결과는 김무성 대표의 승리였다. 게다가 지난해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내각에 대한 대폭적인 인적 쇄신 요구가 여당에서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민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며 “과감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당의 요구를 수용, 개각에 따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정치인들을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당청 소통 강화의 목적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감으로 ‘단기처방’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완구 국무총리 인선 과정에서 청문회를 힘겹게 통과했고, 문창극·안대희 등 국무총리 후보자들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검증된 정치인들을 내세워 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 성과를 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국정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불쌍한 경제를 내각 중심 국정운영을 통해 살려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 감각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현역 의원을 겸한 국무위원들이 제격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만큼 경제활성화 등 국정 과제를 힘있게 밀어붙일 수 있다.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정동력이 떨어진 것을 만회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기 정치 스타트
11~12월 사퇴설 나돌아

하지만 ‘시한부 내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이완구 국무총리,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은 입장을 유보하거나 총선 출마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 부총리는 “정치인이면 총선을 해야 한다. 정치를 계속해야 그 책임감을 갖고 경제 살리기에 더 매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총선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황 부총리, 김 장관도 총선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기준 후보자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총선 때도 계속 출마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일호 후보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3기 내각은 ‘시한부 내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까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함에 따라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출마를 위해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1월, 12월 사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와대 일부 인사들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후보등록을 한 조윤선 정무수석은 서울 종로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 지역구인 인천 중·동구·옹진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정치인 출신 장차관들도 대거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여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를 위해서 일을 하겠지만 머지 않아 자기정치를 할 것으로 보여, 연말·연초 개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여권 한 관계자는 “임기 말 레임덕이 불가피한 만큼 청와대 인사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자기 정치를 위해 청와대를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말 또는 내년 연초 개각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무성 대표는 ‘총선 불출마론’에 불을 지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3일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이 국무총리 인준과 4개 부처 개각으로 박근혜 정부의 총리, 부총리 두 분 등 각료의 3분의1이 새누리당 현역 지역구 의원들로 구성됐다”며 “이제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 중에선 그만 데려가시기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장관이라는 자리는 한 정치인의 경력관리로 생각해선 절대로 안된다”며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돌아올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부처의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총선 적신호’
레임덕 맞을 수도

정치인 장관들이 당에 복귀할 경우 여권은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에서 ‘청문회 정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사문제가 또 다시 부각돼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 수밖에 없다.

야당에서는 청문회를 통해 총선 승리 플랜을 가동하여 ‘후보자 흠결잡기’에 총력전을 펼쳐,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또 한 번 ‘검증 시스템 부실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 여권 내에서 ‘정치인 장관’에게 ‘불출마론’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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