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동유럽 국가에서 미국 존 F.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빅터. 그러나 미국으로 오는 도중 고향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 국민들의 모든 여권이 정지됐고, 미국 국무부도 빅터의 비자를 취소시킨다. 순식간에 무국적자로 전락한 빅터는 뉴욕에 들어갈 수도, 귀국할 수도 없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빅터는 9개월 동안 공항에서 생활하게 된다.

영화 <터미널> 속의 이야기가 실제 한국에서 일어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어느 아프리카 청년이 6개월 동안 생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2013년 11월 수단 청년 A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수단은 현재 내전이 발생해 동족끼리 총을 겨누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A씨는 군입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A씨는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같은 민족에게 총을 쏘는 군대에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A씨는 입영을 거부하고 난민신청할 곳을 찾았다. 그런 A씨의 눈에 띈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A씨를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출입국사무소에서 A씨의 난민 신청 사유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수단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돌아가는 즉시 구속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송환대기실에서 5개월 동안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송환대기실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곳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 아니었다. 매 끼니를 햄버거와 콜라로 채우는 것도 힘들었다.

A씨는 도움을 주는 변호사와 함께 대기실에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신보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이긴 후에도 A씨는 인천공항을 벗어날 수 없었다. 입국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허용된 공간은 환승구역이 유일했다.

A씨는 지난해 5월이 돼서야 난민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승소해 인천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A씨의 난민 심사 회부가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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