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녹취·몰카 공화국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대한민국은 녹취·몰카 공화국이다. 최근 경향신문이 터트린 고 성완종 회장과의 특종 인터뷰도 전화 녹취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그 전에는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이 클라라와의 ‘성적수치심’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 설치됐던 몰카를 증거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그만큼 녹취와 몰카가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 최근 위헌으로 판결난 간통죄는 이런 녹취·몰카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카메라촬영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 신상정보 공개까지
통신비밀보호법…다른 사람 간 대화 몰래 녹음 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몰카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사무실, 식당, 편의점 등 사람이 다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몰카가 설치되거나 사용될 수 있다. 문제는 몰카가 범죄에 사용될 경우다. 몰카가 범죄를 예방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제품의 특성상 많은 범죄에 이용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2~14년 철도경찰대가 역사 및 열차 내에서 적발한 총 3,568건의 범죄를 분석한 결과 1위 절도(1,002건) 2위 성범죄(749건), 3위 폭력(538건) 순이었다. 이 중 성범죄는 2012년 190건에서 지난해 349건으로 3년 새 84%나 증가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스마트폰이나 몰카 등을 활용한 ‘도촬형 성범죄’가 46건에서 130건으로 무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스마트폰은 기본
단추·열쇠고리형 카메라까지

몰카의 급증은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가 주 원인이다. 게다가 사용자들이 촬영 시 소리가 나지 않는 촬영 앱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성범죄에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최근 등장한 일부 앱은 파일이 스마트폰 갤러리에 저장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만든 폴더로 숨겨 범행시 발각이 쉽지 않다. 이런 앱들은 일반인들이 앱스토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지하철 등에서 이용되는 몰카는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카메라가 사용된다. 가해자가 자신의 운동화 신발끈 속에 설치하는 단추형 카메라, 손을 이용해 특정 신체부위를 찍을 수 있는 볼펜형·손목시계형 카메라도 있다. 이밖에 열쇠고리형, 모자부착형 카메라도 몰카 범죄에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 외에도 해외 직구가 가능해지면서 외국의 특이한 몰카를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관세청은 해외 직구를 통해 거울형 몰래카메라, 자동차 리모컨형 몰래카메라 등을 불법 수입해 판매한 수입업자들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 당시 적발된 거울형 몰래카메라는 실제 거울과 완전히 똑같은 외형으로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촬영을 당할 수 있어 문제가 됐었다.

몰카 범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또는 ‘카메라촬영죄’로 처벌을 받는다.
카메라촬영죄는 성적 욕망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카메라 등의 촬영기기를 이용하여 촬영할 경우에 성립된다. 이러한 성범죄를 저지를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20년간 자신의 사진, 주소, 차량번호, 신체정보 등을 경찰서에서 등록해야하는 신상정보 등록의무를 지게 된다. 카메라촬영죄는 몰래 타인을 촬영하던 중 현장에서 체포되는 경우가 많다.

스파이앱 하나면
통화·대화·문자까지 본다

몰카보다 손쉬운 것은 녹취다. 스마트폰 버튼 하나면 전화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까지 간편하게 녹취할 수 있는 세상이다. 배우 류시원은 이혼소송 과정에서 고소장에 아내 조씨가 결혼 생활 중 100회가 넘는 녹취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녹취는 이혼을 고려 중인 부부간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2013년 2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이모 씨(54)는 집 TV 장식장 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밖에서 집 안의 대화를 엿들었다. 2년에 걸쳐 대화를 엿들었지만 불륜 증거를 잡지 못했고, 도청기와 녹음기가 아내에게 발각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2년에 처해졌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요즘의 도청법은 간단해졌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없다. 스파이앱 하나면 배우자의 스마트폰을 도청장치로 만들어 통화·문자 내용뿐 아니라 주변 소리까지 녹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앱을 사용하면 배우자 스마트폰으로 특정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심겨 모든 통화 및 주변 대화가 녹음돼 스파이앱과 연계된 인터넷 홈페이지로 자동 전송된다. 스파이앱 공급업체들은 주로 흥신소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파는데, 이 과정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따로 팔아넘기기도 한다.

이밖에 녹취는 직장에서도 많이 이용된다. 사장과 직원이 서로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사무실 곳곳에 설치하기도 하고 병원, 어린이집에서도 사용된 사례들이 많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하지만 자신이 참여한 대화의 녹취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불법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에만 46만 명이 통비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

프로용 녹취·몰카장비는
점점 음성화

녹취·몰카의 보편화로 인해 해당 장비들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에 사용되는 프로용 녹취·몰카장비는 점점 음성화 되고 있다. 용산에서 녹취·몰카용품을 판매하는 김모씨에 따르면 “옛날에는 주로 강의용 녹음기 등이 인기품목이었다면 지금은 주문제작형 제품이 많다”며 “곰인형을 가져와 녹음기를 넣어 달라고 하거나 껌 딱지 크기의 초소형 녹음기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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