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용 쌀을 빼돌리고, 학생들에겐 밥 대신 라면을 배식한 영양사를 해고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심상철)는 천안의 한 중학교 영양사로 근무하던 A씨(여)가 "해고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감사를 통해 11개 메뉴 중 10개 메뉴의 배식량이 상대적으로 적게 산정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학교 급식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영양사가 급식량과 배식량을 적정하게 조절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급식용 쌀과 조리실에서 만든 깻잎 반찬을 판매하고 그 대금을 횡령한 것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종전에 유사한 사유로 징계 받은 적이 없는 사정을 감안해도 이 같은 행위는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천안의 모 중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08년 반찬급식량이 부족하다고 항의하는 학생 50여명에게 라면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등 두차례에 걸쳐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

또 급식용 쌀과 학교 조리종사원에게 만들게 한 깻잎 반찬을 교직원 등에게 판매해 대금 수십만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결국 학교 인사위원회는 영양관리 기준량 미준수 등 12가지 징계사유를 들어 A씨를 지난해 2월 해고했다.

이후 A씨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과 재심신청을 냈으나 모두 기각됐고, 이에 "학교급식과 관련된 문제는 영양사 한 명만의 책임이 아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급식에 차질을 발생시킨 점은 인정되지만, 이는 조리사가 담당하는 배식과정에서의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이고 개선 가능성이 있다"며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한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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