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신민당 ‘연대설’ 속 비주류 “가능성 낮지만…”

 유선호-박준영 ‘빅딜’…목포 vs 강진·영암·장흥 ‘교통정리’
 새정치연합 ‘계파갈등’ 봉합에 따라 신당 운명 좌우될 듯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설’이 무성했던 야권 신당 창당 가능성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발원지는 박준영 전 전남지사다. 박 전 지사는 ‘신민당’ 창당을 공식선언했다. 여기에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20일 신당 창당을 공식선언할 예정이어서 야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야권 내에선 비노진영, 특히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얘기가 끊임없이 들려오던 터였다. 더구나 ‘원조 민주당’을 통해 정치 재기를 꾀하는 김민석 전 의원과 신당 창당을 선언한 박 전 지사와 천정배 의원 간의 통합 가능성도 열려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이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창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유현종 소설가, 장경동 목사, 이남희 전 새정치민주연합 영천시 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 전 지사는 10월 발기인 대회를 열고, 연말에 창당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전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위민(爲民), 위국(爲國), 위족(爲族)을 신민당의 기본정신으로 삼아, 당원이 주인인 정당, 일하는 정당, 보통사람들의 정당을 만들겠다”며 “중도혁신의 실용성을 믿는 보통사람들, 각 분야 전문가로서 국가에 기여코자 하는 보통사람들, 주인정신으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보통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 역시 20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신당이 추구하는 국가 비전과 창당의 대략적인 일정 등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정배-박준영-김민석
‘통합’ 연결고리 보인다

관건은 역시 천정배 신당과 신민당의 연대 및 통합 여부다. 일단 박 전 지사는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 전 지사는 신민당 창당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 명령은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라는 것이니, 신당파는 전부 합쳐야 한다. (세력을) 합치는 등 여러 가지 길이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 내부의 시선은 어떨까. 이미 야권 내부에선 신당 창당 내지는 분당과 관련한 갖가지 말들이 많았다. 그 중심에는 비노계, 비주류, 특히 호남이 중심이었다.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은 주변인들에게 1차 국정감사가 끝난 뒤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 의원 측은 “연대는 없다”고 말하지만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통합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던 김민석 전 의원도 ‘원조 민주당’을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김 전 의원은 박 전 지사의 신민당, 천 의원 등 신당 흐름을 하나로 묶는 대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신당파들이 합쳐질 여지가 관측되는 상황이다. 

신당파들 사이에서는 시나리보다 더 과감하고 구체적인 연대 및 통합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바로 천정배에 합류할 인사들과 박 전 지사 간의 ‘빅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 전 지사는 당초 전남 목포와 장흥·강진·영암 2곳에 사무실을 내며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를 고심했다. 최근 천정배 신당에 합류 의사를 밝힌 유선호 전 의원도 전남 목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자칫 신당파 간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천정배 신당에 합류 의사를 밝힌 유선호 전 의원은 16~18대까지 3선을 지낸 전남 장흥·강진·영암에 출마하고, 박 전 지사는 전남 목포로 출마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다는 얘기가 지역정가에 나돌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겉으로는 노선 문제 등을 이유로 신당파 간의 통합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신당파 간 통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야권 신당 창당의 실질적 ‘에너지원’ 역시 야권 내 최대 계파인 친노 진영에 대한 견제와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겹쳐 있다는 점이다.

신당파들이 한 배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신당 성공 여부에 대한 시각은 ‘물음표’다. 현역 의원이 참여하지 않은 것과 자금 등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거 문성근 전 최고위원의 ‘100만 민란’과 ‘국민생각’ 등에서 현역의원은 물론 대선 후보급 인사들의 명단이 빠져 파급력이 크지 않았던 사례가 겹치는 부분이다. 

또 야권 일각에서는 신당 합류를 검토 중인 박주선 의원에 대해서도 다른 비노 진영 인사들이 잇따라 합류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권의 상황 변화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혁신안이 비주류의 반대 속에서도 통과됐지만 재신임 문제 등을 놓고 계파갈등이 봉합된다면 신당에 합류할 현역의원들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영입론’이 더 큰 힘을 받을 수도 있다. 과거 안철수-김한길 간의 당대당 통합과 같이 ‘제2의 안철수-김한길 통합’이 재현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는 별개로 신당 창당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썩 좋지는 않다. 실제 데일리한국과 주간한국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야권 신당 창당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한 의견이 47.8%로 우세했다. ‘바람직하다’는 견해는 33.8%였다. 이 때문에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비노계, 문재인 흔들기
여권 상황도 변수

그렇다고 ‘신당 바람’이 곧장 수면 아래로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일단 비노, 비주류 등에서는 친노 수장인 문재인 대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공산이 크다. 비노 인사들이 당장 신당 창당 합류에 대해 ‘NO’라고 말하면서도 신당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주류 측이 ‘분당, 신당 합류’ 카드를 내세워 ‘의도적으로 문 대표’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한 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새정치연합만 계파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등으로 인해 계파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갈등 속에서도 탈당을 얘기하는 이들은 없다. 당 지지율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여권 내에서도 탈당 얘기가 나온다면 여권 인사와 야권 인사들이 중심이 된 영호남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도 가능하다. 이런 얘기들이 물밑에서도 하나의 시나리오 형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치권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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