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털고 정치개혁 앞세워 ‘비대위’로 전환?

김무성 둘째 사위 마약 사건에 아버지 친일 논란 재점화 배후에는  
親朴, 오픈프라이머리 막고 충성도 약한 친박·비박 ‘물갈이’ 시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김무성 흔들기’가 본격화됐다. 친박계 윤상현 정무특보는 “지금 여권의 대선 주자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며 ‘김무성 대권 불가론’을 언급한 데 이어 서청원 최고위원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당내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흔들기’에 대해 ‘친박-청와대 합작품’이란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무성 둘째 사위 마약 사건’에 대해 친박 기획설이 나돌고 있고, 이틈을 노려 친박계와 청와대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이번 사태로 인해 ‘유승민 다음 타깃이 김무성’이라는 소문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적잖다. 더 나아가 김무성 체제 흔들기에 대한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김 대표 흔들기, 그 막전막후를 들춰봤다.

“시나리오를 썼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다.”

지난 1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둘째 사위가 마약 투약혐의로 구속됐으나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내용이 밝혀지는 과정을 지켜본 여권 한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는 “메르스 사태, 유승민 사퇴, 이후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정치권 사정이 본격화되면서 야권만 아니라 여권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다. 혹시나 하던 찰나에 김 대표 사위 마약 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이니셜로 알려지자마자 판결문이 나돌았다. 판결문을 그렇게 빠르게 구해서 유포시켰다는 점에서 특정 집단이 개입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에는 김 대표의 아버지 친일 논란까지 또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김 대표 둘째 사위 마약 사건에 대한 수많은 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친박 기획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친박계에서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의도 안팎에서는 ‘친박 기획설’ 배후로 의심되는 인사들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하나의 설에 불과한 상황이다.

친박, ‘무대’ 주변 털고
오픈프라이머리로 압박

이런 와중에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낼 텐데 여권이 현재 상태로는 어렵다”며 “내년 총선으로 4선이 될 친박 의원 중 차기 대선에 도전할 사람들이 있다.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 지지율은 40%대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며 ‘김무성 대권 불가론’을 제기해 여권 전체를 흔들었다. ‘친박 대권 후보론’이 ‘김무성 대권 불가론’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발언과 함께 여권 내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이 친박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표 흔들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친박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려고 했던 것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 같다. 김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정치적 생명을 걸고 관철하겠다’고 한 것을 포함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떳떳한 입장을 전제해야 한다”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친박계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친박계와 청와대가 합작’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대표와 친박계와 청와대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얻으려는 것은 또 뭘까. 이와 관련, 새누리당 내에서는 ‘20대 총선 공천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자신이 2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08년과 2012년 총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탈락했다. 더구나 ‘공천 학살’ 논란까지 일었다.

그렇다 보니 김 대표의 의도는 특정 세력, 즉 청와대와 친박계가 공천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통한 정치 개혁, 그리고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도 있다. 게다가 현재 당내에서는 친박계보다는 비박계 세력이 더 많기 때문에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는 김 대표의 당내 입지 확보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청와대와 친박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최소한 ‘레임덕 심리적 마지노선’인 20석의 친박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함이 강하다. 그러나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경우 인위적으로 공천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오히려 경선과정에서 ‘박심’이나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질 경우 역풍이 불 수 있어,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흔들고 있다.

TK물갈이설 이유 있다
친박계의 노림수는

문제는 그 다음 수순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김 대표를 흔들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나리오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최고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최고위원은 친박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청와대와 손발을 맞추며 ‘친박계’로 말을 갈아탔다는 인식이 강하다. 더 나아가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었다”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실천되지 않을 경우 친박계에서는 이에 따르는 책임을 김 대표에게 물을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여권 한 인사는 “김 대표가 둘째 사위, 아버지 친일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여기에다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하겠다’고 하는 오픈프라이머리마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친박계와 청와대의 이러한 행보를 봤을 때 김 대표를 끌어내리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비박계, 친박 공세 차단
박근혜 레임덕 경고

이어 “비대위를 통해 ‘정치 개혁’이라는 카드를 꺼내 물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충성도가 높은 친박계 인사들에 대해서는 공천을 주는 대신에 충성심이 약하거나 자기정치를 하는 이들에겐 공천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일례로 TK지역 물갈이설과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7일에는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하면서 국회의원을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 출마 가능성이 있는 청와대 참모만 4명 데려갔다. 그러나 이틀 뒤인 9일 인천 방문 때는 여야 의원들을 불렀다. 대구와 인천 방문을 비교하게 만든 것도 상당한 의도가 있을 뿐 아니라 TK지역 인사들에 대한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TK지역 의원실 한 인사의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둘째 사위 마약 사건에 대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김 대표도 공천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한편, 김 대표는 “(야당의 거부로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관철시키는 여건이 안된다고 확정이 될 때는 그때 가서 또 당의 공식기구를 통해서 방향을 잡아야 된다”며 “누구 개인의 뜻을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무산의 책임을 당 대표 혼자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더 나아가 김 대표 측에서는 박근혜 정부 레임덕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항간에 언론의 우려대로 김무성이 가정사로 인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 김무성 흔들기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해서 차기 대선 권력 갈등을 일찌감치 표면화시킨다면 그 자체가 대통령의 레임덕을 재촉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저는 납득이 가지 않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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