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영재들의 예상 밖 반응에 깜짝…“서 총장 별 문제 없다”


올해 들어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교수까지 유서를 남기고 숨지면서 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이하 카이스트)가 개교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와 함께 카이스트 안팎에서는 ‘전 과목 영어강의 실시’와 ‘차등적 등록금 제도’등으로 대표되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생각하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수습책은 무엇인지 듣기 위해 카이스트를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14일 찾아간 카이스트는 예상 밖으로 침착했다. 세간의 논란에서 벗어난듯 침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자성과 변화의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카이스트를 찾기 하루 전 카이스트에서는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상학생 총회가 열렸다. 이 비상총회에서는 ‘서 총장의 경쟁 위주 제도개혁 실패 인정 요구 안건’이 부결됐다. 이는 ‘카이스트 문제는 내부적으로 스스로 해결하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차등적 등록금 제도 전면 폐지, 재수강 횟수 제한 폐지, 전면 영어 강의 방침 개정 등 주요 안건들은 모두 가결됐다.

카이스트 학생들을 만나 현재 서 총장 개혁 논란과 카이스트 사태에 대해 물어봤다. 기자의 물음에 “유난히 카이스트 사태만 확대 해석하는 것 같다”면서 “외부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 대신 도가 지나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학생들도 상당수였다.

일련의 사태로 인한 학교 분위기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범한 분위기로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 “학교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일부 학생들은 “잘 모른다” “관심 없다”는 답을 하기도 했다. 또 학생들은 연이은 자살 사태와 서 총장 개혁에 대해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서 총장 개혁에 찬반 입장차

카이스트 학생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고민은 성적과 영어수업에 대한 부담감이었지만 서 총장의 개혁에 찬성의 입장을 밝힌 학생도 있었다.

자신을 복학생이라 밝힌 손주원(24·가명)씨는 “2007년부터 해가 바뀔 때마다 과정이 계속 바뀌어 적응이 힘들었고 특히 차등적 등록금 제도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다”며 “전적으로 서 총장의 개혁이 잘못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응할 새도 없이 개혁이 빠르게 이루어져 학생들이 적응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로 100% 수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수님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요즘 외국 학생 비율이 높아져서 영어수업 필요성이 있긴 하지만 전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면 한국 학생들이 제대로 습득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속내를 밝혔다.

반면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김지윤(23·여·가명)씨는 “서 총장의 개혁안에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외부에서는 부정적 측면만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자살한 학생의 경우도 딱히 성적 때문에 자살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외부에서 안 좋은 방향으로만 몰아가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 가능성 높아

이날 만난 최인호 부총학생회장은 “서 총장과 교수협의회와 혁신구성위원회(이하 혁신위) 구성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고 의견 조율 중이다”며 “대학원생과 대학생이 만 명 정도 되는데 만 명을 대표하는 사람이 3명밖에 안 된다면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총장이 지명하는 5인, 교수협의회가 지명하는 평교수 대표 5인, 학생회가 지명하는 학생대표 3인으로 구성된다.

같은 날 교수협의회는 총회를 열고 혁신위 구성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서 총장이 서명한 합의서를 공개하며 “총장은 이사회 의견도 따라야 하며 합의서에 따라 혁신위 결정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향후 3개월(필요시 1개월 연장“간 ‘새로운 리더십’의 구체적 내용을 정하고 서 총장은 혁신위의 결정을 수용하고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서 총장과 교수협 간의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 사태 수습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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