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지역 누가 나오나 보니…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거물들의 생존전’…“살아서 돌아와야 ‘용꿈’꾸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20대 총선이 임박하면서 출마자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아직 출발 총성이 울린 것은 아니지만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 사이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역마다 단 한 명의 승자만 살아남는 생존 게임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을 것인가를 두고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특히 그중 몇몇 지역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전국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당선’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정치적 상징성 갖는다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역도 있다. 무수한 뒷얘기를 낳고 있는 화제의 지역구와 해당 출마자들은 누가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서울 성북갑·관악갑-여권 소장파 ‘귀환’하나?

새누리당에 복당한 정태근 전 의원의 귀환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비박계 소장파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정 전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하게 되면 여권 권력지형에 변화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 전 의원에 맞서 권신일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도 당내 경선을 준비 중이다. 새정치연합에선 유승희 의원이 3선 도전을 노리고 있다.

서울 관악갑 역시 김성식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 소장파인 정 의원과 남경필 지사 등과 친분이 두텁고, 안철수 의원 측과도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한다면 대선에서 권력지도가 개편될 소지도 다분하다.

인천 연수구-황우여 vs ‘삼둥이 아빠’송일국

인천 연수구는 분구 1순위로 뽑히는 지역이다. 새누리당에서는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6선에 나설 예정이다. ‘삼둥이 아빠’로 인기를 끄는 배우 송일국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머니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병 출마설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황우여 대항마로는 친박계 정승연 인하대 교수, 제갈원영 인천시의원, 이중재 변호사, 신호수·박창화 인천대 교수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지역위원장을 맡은 박찬대 회계사와 고남석 전 연수구청장과 서원선 전 민주당 대변인, 박재호 전 연수구청장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변수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출마 여부다. 송 전 시장은 인천 계양갑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연수구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안양-이석현 등 중진들의 ‘생존’ 관건 

중진들의 ‘생존’ 여부가 최대 변수다. 안양 만안(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동안갑(이석현 국회부의장), 동안을(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지역은 여야 모두 3선 이상의 중진들이 배지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18~19대에 상대했던 후보들이 같다는 점이다. 실제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정용대 후보를, 이 부의장은 새누리당 최종찬 후보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심 의원은 새정치연합 이정국 위원장에게 내리 3연승을 했다. 심 의원은 다시 한 번 이 위원장과 맞대결 가능성이 있다.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 원내대표와 이 부의장의 출마 여부가 변수다. 김상곤 혁신위가 정세균·이해찬·문희상·안철수 의원 등에게 적지 출마 또는 불출마 선언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들도 ‘불출마’, ‘적지출마’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산 서구-유기준에 도전장 낸 영화 ‘친구’ 곽경택 감독 동생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 서구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영화 ‘친구’ 곽경택 감독의 친동생이자 BBK 수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 등의 수사 검사로 유명한 곽규택 변호사가 도전장을 던졌다. 이 외에 조양환 전 시의원, 정오규 한국공항공사 감사, 박극제 서구청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부산 영도-‘조기대선’ 김무성 vs 문재인 대결?

부산 영도는 통합 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동구는 인구 하한 기준을 충족하지만 인근 서구와 영도는 하한선을 밑돌아 지역구 한 곳이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권에서는 중구와 동구를 떼어내 서구와 영도구로 통합하는 시나리오 등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영도구 재출마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에선 김 대표와 맞붙었던 김비오 위원장이 버티고 있지만 최근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문재인 대표에게 지역구 출마를 요구함에 따라 두 사람 간의 빅매치가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이른바 ‘조기대선’으로 불릴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수성이냐, 실패냐를 어느 정도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문 대표는 부산 영도 출마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시간을 주세요”라고 요청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부산 해운대…거물급 빅매치 성사될까

부산 해운대는 소위 거물급들의 행보에 따라 총선 구도가 유동적이다. 게다가 해운대는 분구 가능성이 높다. 분구가 되면 여야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큰 판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해운대 기장갑은 기장군 지역이 포함하지 않는 선거구여서 향후 분구가 예상된다.

우선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을 비롯해 설동근 동명대 총장, 석동현 변호사가 재도선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안대희 전 대법관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수영구 국회의원을 역임한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거론되고 있다. 해운대 기장을에는 하태경 의원과 안경률 전 의원, 이만우 의원 등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해운대 기장갑에는 윤준호 지역위원장, 해운대기장을에는 조용우 지역위원장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야권 내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오거돈 전 장관의 해운대 출마설이 나오면서 상황은 안개속이다. 안 의원은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당내 상황에 따라 PK출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경남 창원회원, 진주갑…동문회, 언론사 간 ‘대결’

경남 창원회원은 ‘마산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산고’ 출신인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4선 도전에 나설 예정이지만 도전자들의 저력도 만만찮다. 류명열 전 조직국장, 윤한홍 부지사 등 마산고 출신들이 안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진주갑은 ‘언론인’ 맞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신문 출신인 박대출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최구식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조선일보 출신이기 때문이다. 
 
경남 김해을-‘마지막 비서관’김경수 vs ‘천하장사’ 이만기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김태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예측불허로 바뀐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김 최고위원과 맞붙어 47.88%을 얻었던 저력이 빛난다. ‘김경수 대항마’로는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교수가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 김해을 조직위원장에 임명됐다.

대구 동구을·전남 목포-유승민·박지원 생존할까?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의 4선 여부는 불투명하다. 청와대 인사들이 하나둘씩 대구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유승민계’ 인사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 의원이 자신을 희생하는 대신에 유승민계 인사들을 살릴 것이라는 ‘설’과 함께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종범 경제수석 출마설이 나오는 동시에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동구을로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버티는 목포에선 박 의원의 출마여부가 관건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공천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 경우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박 의원은 출마가 어렵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비주류 인사들과 함께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박 의원도 “정치는 생물”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민당을 창당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 그리고 천정배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의당 서기호 의원 등이 목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서을-“잘 알아도…” 지방경찰청장 간 경쟁

대구 달서을은 전직 지방경찰청장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경기지방경찰청장 출신인 윤재옥 의원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두 사람은 경찰 시절부터 서로 잘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2000년 초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윤 의원은 보안과장, 김 전 총장은 수사과장으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또 달서경찰서장 자리도 윤 의원의 바통을 김 전 총장이 이어받은 것이었다.

광주 북구을-친노 vs 동교동계 vs 손학규계

광주 북구을은 계파 간 치열한 경선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임내현 의원의 재선에 맞서는 이형석 전 광주 경제부시장은 ‘친노계’, 최경환 김대중 평화센터 공보실장은 ‘동교동계’, 이남재 전남도 정무특보는 손학규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전북 익산을-여여에 종교전쟁 비화 조짐

새정치연합 전정희 의원과 조배숙 전 의원이 다시 맞대결할 공산이 큰 지역이다. 여성 간의 맞대결은 물론 종교전쟁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전 의원은 원불교, 조 전 의원은 기독교 신자다. 이 가운데 조 전 의원은 천정배 신당에 합류, 새정치연합과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충북 보은·옥천·영동…아버지 지역구 되찾을까

이 선거구는 5선에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이용희 전 의원의 아성이 굳건한 지역이다. 이 전 의원의 아들인 새정치연합 이재한 지역위원장이 지난번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지난 총선에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19대 총선에서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에 반해 박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 등을 싹쓸이했다. 따라서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다진 박 의원과 지역맹주로 불린 아버지의 조직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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