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혁명’ 태풍의 눈 진입 초읽기~

여 -TK물갈이:유승민계 중심으로 충성도 약한 친박계까지
야 -‘취업청탁’ 문희상, 6선의 이해찬 희생 통해 비주류 사지로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여의도 정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인적쇄신론과 물갈이론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공천 살생부’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살생부 리스트에는 여야가 총망라돼 있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가 무산된 후 제3의 길로 ‘오픈프라이머리+전략공천’을 병행하는 안이 거론되는 등 계파 간 공천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우여곡절 끝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인적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안철수 의원이 ‘부산 출마’에 부정적이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야는 총선 필승 전략과 맞물린 공천 혁명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여의도 정치권에 거센 피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보이는 ‘공천 살생부’ 실체 및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사들은 누구인지 살펴봤다.

새누리당 

공천방식 논란에 휩싸인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비박계와 박근혜 대통령의 계보인 친박계 간의 당 주도권 싸움과 맞물려 피 말리는 공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불가능하다. 제3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군’으로 불렸던 원유철 원내대표도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어, 오픈프라이머리 실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만의 새로운 방식의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면서도 “소수가 공천권을 행사하던 과거 방식이 ‘A’이고, 오픈프라이머리가 ‘B’라면, 제3의 길은 A와 B를 혼합하되 국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오픈프라이머리의 취지를 살리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친박계에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와 책임당원 여론조사 등을 합산한 경선 방식에 일부 전략공천을 가미하는 형태의 대안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의 공천 지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원 원내대표 발언 이후 오픈프라이머리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새정치연합과의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새정치연합이 20% 전략공천 방침을 확정해 사실상 여야 동시 실시는 물 건너간 상태다.

게다가 김 대표가 친박계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갈이 대상인 살생부 리스트가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실제 ‘살생부 리스트’에는 TK(대구·경북) 물갈이설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대구 방문 때 현역의원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반면, 다음날 인천 방문 때는 현역의원들이 모두 초청을 받았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으로 인해 금배지를 달았지만 위기에 봉착했을 때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배신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물갈이설에 거론되는 인사들은 누구일까. 유승민계 인사나 친박계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눈 밖에 난 인사들이 그 대상이다. 대구 방문 당시 중구에 있는 서문시장을 박 대통령이 찾았지만 중·남구가 지역구인 김희국 의원은 외면당했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의 핵심측근이다.

또 이종진(대구 달성군)ㆍ김상훈(대구 서구)ㆍ정수성(경북 경주) 의원 등의 지역구를 박 대통령이 지나갔지만 김 의원과 같이 초대를 받지 못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TK지역을 기반으로 삼기 위해 비박은 물론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구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이병석 의원은 포스코 비리 의혹과 관련해 갖가지 뒷말이 따르고 있다. 김 대표와 중동고 선후배 사이이자 친이계인 강석호 의원까지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에서는 전략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의 공천개입을 막겠다는 결의를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발 물갈이설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전광삼 춘추관장이 사임한 뒤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권은희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북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신동철 정무비서관은 대구 중남구, 안종범 경제수석은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대구 달성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물갈이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 강남벨트, PK(부산·경남) 지역 중 여권의 텃밭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친박계 색채가 약하거나 비박계 인사들을 물갈이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새정치민주연합도 인적쇄신과 물갈이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에서 연일 패배하면서 20대 총선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새정치연합은 혁신위원회를 앞세워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공천 혁명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친노를 위한 혁신”,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주류 측과 “야당변화의 신호탄”이라는 친노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공천 갈등은 생존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문재인 대표 등 전·현직 대표들을 지목해 내년 총선 ‘열세지역 출마’나 ‘용퇴’를 촉구했다. 또 하급심 유죄 판결 인사에 대해 공천심사를 배제하는 등 방안을 내면서 또다시 시계제로의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혁신안 룰을 그대로 적용하면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지원 의원 등은 출마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당을 통합으로 이끌어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에 박지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년 총선에 당연히 출마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안을 보면 ‘당신들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당이  떠나는 당이 되는 건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 당에서 어떻게 저에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하겠다. 정치는 생물이니까 모르겠다”고 밝혀, 탈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3선 이상의 비주류 인사들이 혁신안을 거부하고 신당행을 선택할 수도 있어, ‘분당론’이 현실화될 소지도 있다.

특히 비노계에서는 ‘혁신안=비노 제거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6선의 이해찬 의원과 처남 취업 청탁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 등 친노 전직 대표를 희생양으로 삼아 불출마를 선언하게 한 뒤 비주류 수장인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 등은 사지로 내몰아 ‘상처’를 주겠다는 의도가 짙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정세균 의원의 경우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을 버리고 서울 종로에서 출마했다. 종로 역시 쉽지 않은 지역구임에도 적지출마를 거론했다는 것은 혁신위가 범친노 수장 격인 정 의원에게 ‘영남이나 불출마’를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주류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문 대표는 혁신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표는 “혁신위의 대안처럼 (불출마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하겠다”며 부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맞붙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문 대표가 불출마 입장을 접고, 부산 출마를 선언할 경우 안철수 의원도 부산 출마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안 의원 측근들 사이에서 부산에 출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혁신위원회의 안대로 중진들이 대거 적지 출마나 불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 게다가 호남 중진 의원들은 물론 3선 이상 수도권 의원들조차도 적지출마 또는 불출마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야권의 내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문 대표 역시 비주류의 반대가 극심할 경우 거센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물론 문 대표 측근들에 대한 메스도 들이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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