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 1순위…김무성vs 문재인 ‘영도 혈전’ 구상도

[일요서울ㅣ류제성 언론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 때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당 혁신위는 “불출마를 철회하고 부산에서 우리 당 총선 승리의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 누구나 희생하는 게 필요하고, 저는 당 대표인 만큼 솔선수범할 위치에 있다.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사전에 문 대표와 부산 재출마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중진 의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문 대표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인 부산에 다시 출마해 솔선수범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한다.

문제는 문 대표가 부산의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다. 취재 결과 문재인 캠프에선 오래 전부터 부산지역 출마가 불가피할 것으로 파악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모들이 찾은 방안은 세 가지다.

첫째, 문 대표의 원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가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경우 “자기 텃밭에 다시 내려가는 게 무슨 희생이냐. ‘정치 쇼’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사상구는 비례대표 배재정 의원이 문 대표의 지원을 받아 표밭을 갈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사상구 출마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두 번째 검토한 방안은 부산 영도구다. 이곳의 현역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만일 문 대표가 영도구를 선택한다면 여야의 두 유력 대권주자가 대통령선거 전초전을 치르게 된다. 지역정서로 볼 때 아무래도 여당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에게 승산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나온다. 문 대표가 영도구에 출마해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란 관측이다. 부산 지역의 한 언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극복을 기치로 부산에서 계속 출마해 낙선한 일이 대권을 잡는 밑거름이 됐음을 문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총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통일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에서 당선돼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YS가 민주정의당·민주공화당과 3당 통합을 하면서 여권에 몸담자 동참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아 1992년 총선 당시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부산시장 선거에 나왔지만 또 고배를 마셨다.

노 전 대통령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식의 도전을 계속하자 ‘바보 노무현’이란 말이 나왔고, 이는 그에 대한 동정심으로 확산됐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재선 국회의원이 된다. 하지만 2000년 총선에선 다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가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에게 졌다.

용감한 도전에 감동한 젊은 유권자들이 이 때 ‘노사모’를 결성했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은 2년 후 치러진 대선에서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을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핵심 측근이었던 문 대표가 ‘노무현 벤치마킹’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부산 해운대구나 기장군 출마다. 해운대·기장군은 현재 2개 선거구이지만 선거구 재 획정으로 3개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지역은 중산층이 많아 야당 후보에게 어려운 곳이다.
이런 험지에 문 대표와 안철수 의원, 지난 부산시장선거에 출마해 선전을 펼쳤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3각편대로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일부 참모들의 진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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