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무술관장에 아들 훈육 맡겼다 날벼락


“훈계하겠다”며 2m 길이 목봉 등으로 수백 회 무차별적 구타
범행 은폐 위해 시신 화장 유도…태연하게 일상생활 ‘경악’


최은서 기자 = 어머니가 가출이 잦은 아들의 훈육을 무술관장 등에 부탁했다가 이들의 무차별 폭행에 아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최모(13·중학교 1학년)군의 온몸을 마구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최군의 시신을 화장(火葬)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최군의 시신이 화장되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히 생활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 21일 특공무술관장 문모(34)씨와 현직 관장 배모(34)씨, 사범 강모(17·고3)군과 김모(17·고3)군 등 4명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체육관장 박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아들의 잦은 가출에 고민 토로

최군의 가정은 결손가정이었다. 최군의 어머니는 10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학습지 교사 일을 하며 아들 둘을 홀로 키웠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아버지의 부재는 최군의 불만이었다. 최군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도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고, 형과 나밖에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불만은 곧 일탈로 이어졌다. 최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출을 일삼았다. 최군은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않기 시작하더니 일주일 이상 가출해 어머니 속을 썩였다. 최군이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어머니에 대한 반항도 거세졌다. 최군은 가출 이후 PC방을 전전하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집에 들어왔다.

아들의 일탈에 노심초사하던 최군의 어머니는 친척과 주변 사람들에게 수시로 고민을 토로했다. 이에 친척들도 나섰지만 최군의 가출은 반복됐고 점점 장기화됐다.

최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잦은 가출로 마음고생이 심하다”며 한 지인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이 지인은 특공무술관장인 자신의 남편 문모(34)씨에게 부탁해 버릇을 고치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이 지인은 또 “가출하거나 부모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은 심하게 때리거나 훈계를 하면 버릇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육관서 목봉 등으로
무차별 구타


최군의 어머니는 결국 “가출 버릇을 고쳐달라”며 문씨에게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문씨는 “정신 들게끔 혼을 내주겠다”며 호언장담했다. 문씨는 곧 “최군을 훈계하겠다”며 지난 5월 25일 오후 11시 20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특공무술 체육관으로 최군을 데려갔다. 특공무술 체육관에 들어선 문씨는 사범 등 4명과 함께 2m 길이 목봉과 50cm 길이 단봉으로 최군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30여 분 간 무차별 구타했다.

이 뿐 아니었다. 이들은 구타에 지쳐 쓰러진 최군에게 “대련을 해 나를 쓰러뜨리면 집에 보내주겠다”며 차례로 일대일 대련에 나섰다. 이들은 공포에 질린 최군에게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했다.

수백 회에 이르는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고 집에 돌아온 최군은 복부와 엉덩이 등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최군의 얼굴 등에는 멍 자국 등 구타 흔적이 선명했다. 최군은 곧 119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폭행당한지 9시간 만에 숨지고 말았다. 최군은 장파열 등에 의해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문씨 등은 병원에서 최군이 병사했다는 사망진단서를 받자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최군 어머니에게 화장을 하도록 유도했다. 완전 범죄를 꿈꾼 것이다. 최군의 시신이 화장되자 이들은 태연히 일상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군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것은 자신이 문씨에게 부탁한 행동인데다, 당시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아들이 화장돼 시신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군과 최군의 형(16)은 가출했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한 적이 있으며, 최군의 형은 같은 달 19일 다른 체육관 관장 강씨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최군의 어머니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최군 어머니에 대해 폭행교사죄를 적용할 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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