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백여개 초대형·초호화 비밀 룸살롱서 은밀한 접대


유명 방송인, PD 등 로비자금 돈 세탁 후 수수 내용 적나라
인기 가요프로그램, 간판 예능프로그램 등 출연 위해 거액 로비
유명 라디오 DJ 음악 선곡 조건으로 수천만 원씩 받아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수히 떠돌던 연예기획사 비밀 로비 실체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로비 내용이 상세히 드러난 문건을 [일요서울]이 입수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가요계 초대형 스타들이 소속돼 있는 기획사들은 방송출연을 위해 방송사 관계자 등에 거액의 금품을 살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은 복수의 방송사 내부 관계자가 최근 조사한 내용을 누군가가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을 접한 모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내용은 내가 알던 사실과 일치한다”며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이 문건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건은 주로 가요계 비리에 대해 담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가요계 비리는 기획사가 TV, 라디오 등의 주요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로비를 벌이는 것에서 비롯된다.

가요계 로비는 장르에 따라 TV와 라디오로 나뉜다. 로비 대상이 되는 TV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은 예능프로그램이다. 라디오 프로그램 역시 청취율이 높은 이른바 황금 시간대에 전파를 타는 프로그램에 로비가 집중되고 있다. 문건을 살펴보면 비주얼을 중요시하는 아이돌은 TV로비가 주를 이루고 트로트 등 대중성에 바탕을 둔 가요는 라디오 쪽 로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다음은 문건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TV프로그램

A사 B사 C사 등 대형 매니지먼트사는 주로 방송사에 협찬 형식으로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담당 PD들에게도 회당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방송사 연예프로그램은 D가요프로그램, E퀴즈 프로그램, F오락프로그램, G예능프로그램, H토크프로그램 등이다. 문건에 따르면 각 매니지먼트사는 가수들의 얼굴을 대중에게 빨리 알리기 위해 방송출연 경쟁을 벌인다. 대중에 많이 알려질수록 CF나 행사 등을 통한 부가 수입을 더 많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회사들이 가수를 빨리 띄워 투자금을 단시간에 회수하려는데 있다.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을 갖춘 신인들이 등장하는 가요계는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 그만큼 이익의 폭이 좁아진다. 이에 회사들은 투자금 조기 회수를 위해 가요PD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매니지먼트사의 경쟁적 금품제공은 가요계를 곪게 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금품로비를 벌이다보니 중요한 로비일 경우 금품 외에 다른 것을 상납해야 한다. 각 회사들은 스타급 아이돌를 키우기 위해 해당 가수의 성상납, 룸살롱 향응제공, 외제차 제공, 명품 제공 등의 비정상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문건은 폭로하고 있다.

모 기획사의 경우 강남에 룸살롱을 정해놓고 PD들에게 수시로 향응과 성상납을 베풀고 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룸살롱은 강남 ○○○호텔의 J룸살롱, ○○호텔 지하의 K룸살롱, 도산사거리 부근에 있는 L룸살롱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문건에 따르면 라디오에서는 P프로그램, O프로그램, Y프로그램 등 적지 않은 프로그램이 로비 대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P프로그램의 DJ K씨는 트로트계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 K씨는 P프로의 DJ는 트로트 가수들의 금품을 받아 PD들에게 전달한다. 이 프로그램의 DJ인 K씨는 20여 년 DJ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트로트 가수들의 대부로 통한다.

K씨는 라디오국 실세들을 몰고 서래마을에 위치한 ○○주점으로 자주 간다. 이곳에서 그는 가수들이 키핑(Keeping·보관)해준 금품으로 매일 술을 마시고 있으며 어떤 날은 음주방송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K씨로부터 돈을 받은 탓에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 따르면 트로트 가수들이 음반을 내면 일단 K씨에게 인사를 먼저 하고 서래마을 주점에 일정금액(최하 300만 원)을 키핑해야 한다. 또 신보를 낸 가수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K씨에게 500만 원을 상납해야 한다. K씨는 방송에서 금품을 상납한 가수의 음악이 끝나면 “아, 이 노래 정말 산뜻하네요. 여러분 많이 신청해주세요”라고 양념을 더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면 청취자들의 호응도가 급상승한다. 게스트 출연을 위해서는 1000만 원정도 상납해야 한다. K씨는 현찰 말고도 골프 부킹, 음주, 명품, 성상납 등 가리지 않고 접수하고 있다고 문건은 전했다.

이 주점의 예치금은 가수의 경력, 노래 비중 등에 따라 다르다. 문건에 의하면 트로트가수 ○○○씨, △△△씨, □□□씨, ◇◇◇씨 등은 분기별로 1000만 원, 여가수 Y씨는 500만 원 등을 상납한다. 방송 관계자와 분배한 후 K씨가 가져가는 예치금은 연간 2000만~4000만 원이다. 특히 문건에 따르면 단기간에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신인가수의 경우 1억 원 이상을 맡기기도 한다. 이 주점에 술값을 예치해 주고 있는 트로트 가수들은 5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층을 노리는 걸그룹과 발라드 가수들까지 이 서래마을 주점에 예치금을 맡기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이 부분은 모 PD가 담당하고 있다.
이 주점의 주인인 R씨는 돈을 받으면 이 사실을 K씨에게 통보하고 K씨와 모 라디오본부장이 일정금액을 R씨에 주고 나머지는 모두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이 돈 중 상당부분은 유흥비로 탕진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R씨는 최근 10여 년 동안 수십억 원을 벌었으며 K씨와 라디오 본부장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가요계에 떠돌고 있다.

K씨 외에도 라디오에서 문제가 되는 인물은 Y씨, W씨, S씨 등이 있다.

◆비리 연루 PD들

이 문건에 따르면 지상파 모 방송국은 대한민국 가요 비리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뒷돈거래가 만연하다. 돈을 준만큼 출연시켜주고 음악을 틀어준다는 것이다.

TV에서는 모 프로그램이 회당 5000만 원을 받고 있으며 ○○○PD와 △△△PD의 금품수수가 가장 심하다고 한다. ○○○PD는 공공연하게 돈을 받는 것을 떠벌리고 있으며 심지어 녹화현장에서 쇼핑백으로 돈을 받기도 한다.

○○○PD는 2009년에 모 기획사에서 30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받았지만 회사가 구명운동을 해줘 연루된 PD 한 명만 해고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가수들은 신곡이 나오면 룸살롱에서 향응을 수시로 베풀고 있다. 향응에는 금품, 술, 명품, 골프부킹권, 해외여행권, 성상납, 외제차 등이 포함된다. 가수 ○○○씨는 루이뷔통 스카프, 핸드백, 넥타이 등을, 가수 △△△씨는 발렌타인 30년산, 명품 포도주, 아르마니 양복, 발리 구두 등을, Y씨는 샤넬 화장품, 구찌백, 태그호이어 시계 등을 상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디오 모 부장의 경우 목동에 부모 명의, 동생 명의로 보유하고 아파트 3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있다. 부천 중동에서 살고 있는 모 PD는 강남에 부인 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 이사를 못하고 전세를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기획사들은 비리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악습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비리를 일삼고 있는 해당 PD를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만약 문제의 PD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경우 다른 PD들로부터 처절한 보복을 당한다는 것이다. 고발한다 해도 대부분 고발자만 색출될 뿐 비리 당사자가 처벌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 기획사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검찰 주변 소식통에 따르면 방송가 비리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 중인 검찰은 가요계 비리를 10월 경 들출 가능성이 있다.

이 소식통은 “검찰은 대형 매니지먼트들의 비리 정보를 상당량 축적한 상태”라며 “연예기획사들 중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수도 있다. 방송계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검찰은 상장된 기획사들의 주가조작 여부를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저축은행 사건과 더불어 유명 연예인 연루 먹튀 사업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예가에는 한 여름에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