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재편 공감하지만…” ‘러브콜’하는 千,‘딴청’피우는 金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 때리기도…때리지도 못하는 묘한 千-金 관계
 문재인 사퇴땐 새정치연합 잔류, 천정배 끌어안고 대권행보 본격화할 듯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개혁적 국민정당’이 장고 끝에 닻을 올렸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윤덕홍 전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 등 전직 정·관계 인사들이 포함된 신당 추진위원 32명의 명단도 발표됐다. 하지만 ‘깜짝 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축사’가 이목을 끌었다. 거물급 인사 영입이 없는 천 의원과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손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한층 더 무게가 실렸다. 김 전 지사가 새정치연합을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신당행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천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 나선 김 전 지사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둘 사이가 특별하다. 정치권 안팎에서 김 전 지사가 신당행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천정배 의원이 광주에 입성한 뒤 꾸준히 주창해오던 신당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서울 여성플라자에는 새로운 대안정당 건설을 원하는 지지자 700여명이 ‘천정배 신당’의 출현을 연호했다. 특히 이날 출범식에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축사가 예정되면서 신당 합류 가능성이 점쳐졌던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천정배와 김두관의 만남을 지켜본 많은 정치권 관계자들은 “손잡는 것 아니냐” “때가 된 것 같다”며 두 사람 간 연대를 예측했다. 심지어 현장에서조차 “천 의원과 함께 해 달라”는 지지자들의 외침이 쏟아졌고, 이에 김 전 지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선 “합류하겠네”라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와 달리 김 전 지사의 공식 답변은 아직까지 ‘NO’다. 실제 이날 출범식 축사에서도 천 의원과 김 전 지사 발언은 묘한 차이를 보였다. 천 의원은 신당 추진위 추천사에서 “민심은 이미 수명을 다한 정당을 완전히 떠났고,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새로운 정치 세력과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용기를 갖춘 사람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 우리는 국민의 희망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또한 내후년 대선에서는 상생과 협력의 세상을 열어갈 정부를 만드는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당 중심의 야권재편, 나아가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천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자주 언급해왔다.

이에 반해 김 전 지사는 야권 재편에 대해선 어떻게든 공감하지만 그것이 꼭 신당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그는 “(천정배 신당) 창당이 분열 프레임이 아닌 야권 재편, 나아가 재구성을 통한 정권교체의 몸부림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새정치연합이 몰랐던 야권의 많은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지평을 넓히는 과정으로 (신당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새정치연합이 개혁하고 변화하며 또한 새 인물을 수혈하는 데 신당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신당을 띄우면서도 친정에 칼을 꽂지 않는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손엔 ‘천정배’
오른손엔 ‘새정치연합’

2012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고배를 마신 뒤 당내 활동을 자제해온 김 전 지사는 당으로부터 특별히 이렇다 할 피해를 보지 않았다. 뚜렷한 계파가 없는 탓에 이른바 공천 학살이나 배제 등도 없었다. 그렇다고 큰 이득을 본 것도 없다. 당내 인사들 사이에서 김 전 지사가 김포지역에서 공천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경기 김포에 전략 공천된 것은 정치적 낭인으로 지내온 그가 다시금 중앙정치 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은 이득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에 대한 적의(敵意)도 없다. 그가 친정에 칼을 꽂지 않는 이유다.

그간의 김 전 지사 행보를 보면 새정치연합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김 전 지사 스스로 “자신은 친노이지 친문은 아니다”고 말한 정도로 친노와 거리를 두거나 친노에서 배제됐다.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지만 늘 그는 왕따였던 것이다. 이는 자기정치를 하는 데는 분명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내비친 야권 재편이 천 의원의 신당 창당과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김 전 지사가 천 의원의 줄기찬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 신당에 합류하지 않는 것은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전 지사는 현재 새정치연합이 혁신과 통합을 전제로 야권 전체를 끌어안든지, 아니면 문 대표가 끝까지 버텨서 당이 깨질 경우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신당행이냐, 당내에 남아있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당 상황을 봤을 때 문 대표가 지도부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김 전 지사는 총선 이후 비주류가 전면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총선 이후 새정치연합과 천정배 신당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김 전 지사 몸값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정치 스케줄이 천정배 신당보다는 새정치연합에 맞춰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 지도부 안팎에선 문 대표가 사퇴하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가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이 원내대표 역시 백의종군의 모습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전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개혁성이나 민주성에서 한 번도 이탈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비록 새정치연합이 어렵기는 하지만 스스로 혁신하고 변화해서 야권의 대표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거듭 새정치연합 중심의 야권 재편을 강조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文-安-朴 공동지도체제’에 대한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조기 선대위 출범이나 통합 전대를 통한 차기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이 총선 뒤 정치 스케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내 상황에 따른
김두관의 선택지

새정치연합 토양은 김 전 지사에게 분명 불리하다. 더욱이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대권 후보들이 즐비한 만큼 존재감을 드러낼 환경 또한 절실하다. 곳곳에서 천정배 신당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천정배와 김두관 사이 교집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천 의원은 김 전 지사를 적극 지원했다. 그의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경선의 최일선에 섰다. 지난해 11월 천 의원이 호남정치 복원을 강조하며 광주행을 택했을 때는 김 전 지사가 힘을 보탰다. 정치연구소 ‘호남의 희망’을 개설할 때도 그렇다. 천 의원이 “호남 개혁 정치를 계승하겠다”며 신당 창당에 대한 로드맵을 그릴 때마다 김 전 지사가 곁을 지켰다.

지난 4월 재보선 당시에도 천 의원을 막후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관계로 정치권 물밑에선 ‘천정배-김두관 연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김 전 지사가 당에 머물면서 막후에서 천정배 신당을 지원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천 의원 측은 내년 1월 창당을 목표로 2,3차 추진위원들을 공개한 뒤 마지막으로 전현직 의원들을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 천정배 신당 ‘영입 0순위’로 거론되는 김 전 지사에게 계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김 전 지사는 새정치연합과 신당을 저울에 올려놓고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한 뒤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이 계파갈등으로 인해 봉합되지 않으면 신당행을, 봉합이 되면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 명분 아래 물밑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앙무대 원하는 金
경남 깃발 원하는 千

한편, 김 전 지사는 내년 총선에서 경기 김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재보선 패배에 따른 설욕전이다. 하지만 천 의원 측에선 전국 정당화를 위해 김 전 지사가 경남에서 출마하길 원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중량감 있는 인사가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깃발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당에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김 전 지사에 대해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김포로 출마한 것은 정치적으로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내심 김 전 지사의 고향인 경남 남해 출마를 바라고 있는 눈빛이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경남 남해보다는 중앙무대를 원하고 있다. 김포 지역이 분구가 확실시 됨에 따라 젊은층이 많이 사는 김포지역으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김 전 지사가 천정배 신당에 합류하기까진 장애물이 많다. 양측간의 ‘지역구 조정’은 물론 새정치연합의 당내 상황이 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국 새정치연합 내부의 갈등이 봉합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김 전 지사의 선택지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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