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해전술로 김무성 포기 전략

▲ photo@ilyoseoul.co.kr

안대희 부산 출마 속뜻… 황교안 총리 테스트 중
최경환 귀환 속 김태호 김문수 오세훈도 가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SBS TV에서 월화드라마 ‘6룡이 나르샤’가 방영되고 있다. 유아인, 신세경, 김명민, 천호진, 변요한, 윤균상 등 스타급 라인업이 총출동해 조선의 기틀을 세운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사극이다. 공교롭게 지금 정치권에서도 ‘6룡’이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대권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친박계 잠룡 6명이다.

가장 최근에 주목받는 인물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안 전 대법관은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안대희 총리’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도 대권주자로 키우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전관예우 논란 등에 휘말려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안 전 대법관은 다시 부각되는 건 최근 내년 4월 총선 때 부산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직후부터다. 이미 부산 해운대구에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만일 그가 공천을 받고 여의도 정치권 입성에 성공한다면 커리어를 볼 때 단번에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그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던 박 대통령의 신임도 대권가도의 큰 자산이다. 안 전 대법관은 총선 출마의 변으로 ‘박근혜 정부 성공 기여’를 내세웠다.

안 전 대법관이 김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같은 부산 출신이란 점이다. 만일 안 전 대법관이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부산에 안착한다면 김무성의 지지기반 가운데 상당 부분이 무너질 수 있다. 김 대표가 갖고 있는 부산 지분이 흔들리면서 안대희 카드가 뜨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생긴다.

김 대표는 안 전 대법관이 찾아가 총선에서 부산 출마 결심을 밝히자 “의사를 존중 하겠다”면서도 “편한 데 가면 안 되는데…”라고 했다고 한다.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경계심을 살짝 드러낸 측면이 있다.

“편한 데 가면 안 되는데…”

안 전 대법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도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자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 지금은 오로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만 “주위에서 대선 얘기를 하시는 분이 많은데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대권에 관심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셈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차기 대권주자감으로 박 대통령이 테스트 중이란 분석이 정가에서 꾸준히 나온다. 황 총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가깝다.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장관, 총리로 승승장구한 배경에 ‘왕(王)실장’이 있었다는 관측이 정가에 파다하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난 이후에도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가끔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통령은 원래 ‘황교안 총리’ 카드를 임기 후반기에 사용할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성완종 게이트’에 친박 핵심들이 줄줄이 연루되고, 그 여파로 이완구 총리까지 물러나자 국면전환을 위해 미리 당겨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충실히 이행할 차기주자의 필요성을 생각했을 수 있다.

황 총리는 취임 후 메르스 사태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강단 있게 대처하고, 노동개혁을 비롯한 박 대통령의 국정 중점과제들을 앞장서 추진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때 “(나를 대선 후보로) 말하는 것은 자유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 총리 역할 수행만으로도 바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관가에선 황 총리가 권력욕을 갖고 있을 것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 황 총리 취임 이후 다른 일선 부처의 업적을 총리실 업적으로 포장하는 일이 잦다는 불만도 들을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6룡’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는 그는 여의도 정치권 복귀 후 일단 친박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한다. 그에게 맡겨진 역할은 김 대표 측과 벌일 총선 공천 룰 전쟁의 선봉장이다. 이후 당 안팎에서 ‘김무성 대항마’를 찾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치권 한 인사는 “킹메이커에만 머물라는 법이 있느냐.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한 커리어, 여기에 내년 총선을 통해 4선 국회의원 고지에 오르면 킹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자기 사람을 심게 되면 친박계를 중심으로 ‘최경환계’가 구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대희 전 대법관, 황교안 총리, 최경환 부총리 외의 3룡으론 김태호 최고위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꼽힌다. 세 사람은 원래 친박계가 아니었으나 부쩍 박 대통령의 입장에 서기 시작한 ‘신박(新朴)’ 그룹이다.

가장 열성적인 인물이 김 최고위원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40대 국무총리’로 지명 받으면서 ‘박근혜 대항마’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인사청문회 통과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김 최고위원은 ‘유승민 파동’ 초기에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를 보호하려던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박심’을 얻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미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권 배수진을 친 상태다. 내년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차기 당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서 대선 레이스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그가 대권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문수, ‘26년 친박계’ 자처

김 전 지사는 내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을 꺾고 당선될 경우 차기 잠룡 반열에 오르게 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구애(求愛)도 노골적이다. 진보정당인 민중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음에도 ‘26년 친박계’를 자처했다. 광화문과 전국의 초등학교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지사가 ‘박심’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쌓인 앙금 때문이다. 당시 김문수 후보는 경선장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5·16 당시 사진, 그리고 박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의 사진을 내걸어 박근혜 후보 캠프의 분노를 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서울 종로에서의 총선 승리가 대권가도로 가는 진입로가 된다. 특히 친박계 핵심에서 그에 대한 호감도를 표시한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 전 시장을 “좋은 재목”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일단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당의 주자가 다양화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도 ‘오-박 연대설’이 나돈 바 있다. 오 시장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맞붙은 박근혜 후보를 지원한 뒤 ‘차기’를 도모할 것이란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1차 오-박 연대’는 오 시장 측의 미온적인 자세로 불발됐고, 이번에 ‘2차 오-박 연대’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가 6룡을 띄우는 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대권주자로 ‘9룡’을 내 세운 일의 벤치마킹이다. 그 때 YS는 이인제(전 경기도지사), 이한동(전 총리), 최병렬(국회의원), 김덕룡(국회의원), 이회창(전 총리), 박찬종(국회의원), 이수성(전 총리), 최형우(전 내무부장관), 이홍구(전 총리)를 경쟁시켰다.

현 시점에서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6룡을 경쟁시키는 건 유력한 주자인 비박계 김무성 대표에 맞서기 위해 일종의 인해전술 작전을 펼친다고 볼 수 있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친 뒤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김 대표와 일전을 치르는 시나리오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