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 업고 싶은 野 의원들 ‘우왕좌왕’

호남향우회 챙기는 의원들 “‘호남’ 문구만 없었어도…” 속앓이
“네가 짝퉁~” ‘원조’ 타이틀 놓고 연합회-중앙회 갈등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야권은 안철수 신당 등으로 인해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혼란 상태다.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의원, 박지원·주승용 의원 등 비주류 핵심 인사들이 오는 8일 전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도 대거 탈당할 모양새다. 이와 더불어 야권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향우회까지도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호남향우회 임원진들이 더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에 합류했고, 일부 인사들은 더민주당에 남아있다. 게다가 호남향우회 일부는 새누리당에 합류했다. 야권 지지기반이 흔들려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 ‘진실한 사람(진박)’ 논란이 불거진 것처럼 정치적 성향을 띤 호남향우회도 큰 틀에서 두 개(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중앙회)로 나뉘어 ‘진짜 호남’, 이른바 ‘진호 공방’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과거 행보를 두고도 갖가지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호남향우회 간의 결속력이 약화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에 대해 야당 인사들도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호남민심을 대변하고, 호남을 정점으로 남다른 ‘로열티’를 보여 온 호남향우회의 이러한 모습은 내년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야당 의원들도 호남향우회 때문에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내막을 파헤쳐봤다.

호남향우회 조직은 막강하다. 읍, 면, 동부터 시, 군 광역 지자체 단위마다 운영되는 풀뿌리 조직이다. 이 조직은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2006년 각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조직을 통합해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가 출범했다.

호남향우회 분열 감지
대선 때 여당 적극 활용

이때까지 호남향우회는 DJ정권을 탄생시키고 호남민심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그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DJ 정권 창출, 17대 총선에서 승리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에는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호남향우회가 있었다. 야당 지지기반인 호남향우회가 야권에 힘을 실어준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그러다보니 호남향우회 표를 얻지 못하면 금배지를 달지 못한다는 속설이 야당 내에 생겼고, 야권 의원들은 호남향우회 행사를 수시로 챙긴다.

일례로 더민주당 비례대표인 은수미 의원은 성남 중원구 경선출마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이 호남향우회 월계회였다. 4월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유도 호남향우회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 나아가 최근 주승용 의원 등이 오는 8일 탈당을 선언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호남향우회의 민심이 ‘신당’으로 쏠렸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부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당 대선 후보로 링에 오르기 위해서는 호남향우회를 잡아야 ‘대권이 보인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은 더민주당에서 남아 내부 경쟁을 하는 것보다 당 밖에서 ‘새정치’를 외치며 문재인 대표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낫다고 보고 ‘탈당’을 선언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호남을 기반으로 지지세를 확산시켜, 대권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표 역시 뿔난 호남민심을 달래기 위해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신망받는 호남 인사를 참여시켜 호남민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호남향우회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당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8대 총선 당시 여권이 내세웠던 ‘뉴타운 공약’이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호남향우회가 동별로 우후죽순 생겨나 야권이 81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게 됐다. 호남향우회의 결속력이 저하되면서 야당도 덩달아 ‘초토화’됐던 것이다.

특히 호남향우회 성향도 점차적으로 바뀌며 분열하는 모습이다. 호남향우회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어 별도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초대 회장이었던 임향순 회장이 2008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면서 ‘친여’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중앙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이 이들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 전국호남향우회중앙회를 출범했다. 하지만 조직 통합에 실패해 별도로 활동 중이다. 결과적으로 호남향우회가 각자도생 길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호남향우회 모임에 참석했던 더민주당 소속 수도권 의원실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호남향우회가 분열되다보니 호남향우회 전체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것처럼 새누리당이 언론을 활용했다. 알고 보면 여러 단체 중 하나인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중앙회만 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에 불과하다”며 “호남향우회를 새누리당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점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호남향우회의 또 다른 한 축인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한 지역에 10개 넘는
호남향우회 만들어져

심지어 호남향우회 내에서 ‘진짜 호남향우회(일명 진호)’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총연합회가 호남민심을 대표하는 원조 호남향우회다. 총연합회중앙회는 임 회장 등 동교동계 출신 인사 중 여권으로 말을 갈아탄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정치적으로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 만든 것이다.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만든 향우회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중앙회 임 회장은 “원조 호남향우회는 우리다. 총연합회를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라면서 “호남인사가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호남향우회를 대표한다는 논란이 일어나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호남향우회연합 B씨가 총연합회라는 동일 명칭을 만들어, 혼란을 야기하는 바람에 (제가) 연합회 명칭을 양보하고 중앙회라는 명칭을 다시 만들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남향우회 관계자들의 발언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돼 있다. 우선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호남향우회가 움직이고 있다. 이는 호남향우회라고 해서 야당에 몰표를 주지 않겠다는 징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 출연으로 호남향우회 내부에서도 ‘안철수냐, 천정배냐, 더민주당이냐, 새누리당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관계자는 “지역별, 시, 도, 읍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누구를 지지하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추세는 ‘신당 8, 더민주당 2’를 지지하는 분위기이지만 또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라고 전했다. 호남향우회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 더 큰 분열이 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호남향우회 임직원 29명이 더민주당을 집단탈당한 것도 그 시발점이라 보고 있다.

더민주당 소속 수도권 의원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 지역구에 호남향우회 간판을 달고 있는 곳만 10여 개 넘는다. 선거 때마다 이해관계에 얽혀 호남향우회 멤버들 간 의견충돌이 생겨 또 다른 호남향우회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야당 관계자 역시 “A시장이 호남향우회를 등에 업고 당선됐으나 이후 A시장과 호남향우회 일부 인사가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해 A시장를 지지하는 호남향우회와 A시장을 비토하는 호남향우회가 생겨나기도 했다”며 “일부 호남향우회 인사들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곤혹스러운 야당 의원
4월 총선 이후 통합 시도

야권 인사들은 호남향우회의 이러한 분위기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호남향우회’를 단순한 친목단체로 생각하고 챙기지 않을 시 그 후폭풍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금배지를 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야권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더민주당 한 당직자는 “호남향우회 행사를 가더라도 진성당원은 10여 명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과거 호남향우회의 영향력 등을 봤을 때 이들을 무시할 수 없어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한다”면서도 “그 이유는 ‘호남’이라는 글자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행사에 참석하면서도 향우회가 맞는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진 채 마지못해 참석하는 게 다반사다. 한 표라도 아쉬운 쪽은 의원들인 만큼 챙길 수밖에 없다”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야권 분열과 함께 호남향우회까지 분열조짐을 보이자, 일부에서는 분열된 호남향우회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호남향우회 한 인사는 “‘선거 패배 악몽’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분열로 인해 ‘선거 패배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하나로 뭉치기가 힘든 만큼, 4월 총선 이후 호남향우회를 하나로 묶는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지지기반으로 다시 거듭나, 과거의 보여줬던 결집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이 다른 호남향우회가 서로 통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도 적잖다. 보수성향의 호남향우회가 존재하는 이상 보수-진보가 융합할 수 없다는 논리다. 따라서 4월 총선 이후 호남향우회가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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