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6년 K리그 겨울 이적시장이 활활 타오르면서 당초 침제기를 걱정했던 예상이 빗나가 올 시즌 뜻하지 않은 호황을 기대하게 됐다. 더욱이 전북 현대와 FC 서울이 폭풍영입을 진행하면서 이들 외 구단들 역시 퍼즐 맞추기에 고심하고 있다. 물론 모기업이 존재하는 구단에 비해 시민구단들은 없는 살림 걱정에 일부 스타선수들을 내주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다.

 낮아진 몸값 덕에 전북 쓸어담아…유입된 차이나머니 시장 견인
 최대어 이정협 임대로 마무리…원소속팀 1부 복귀 뒤 되찾겠다

2015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올 겨울 이적시장에 대한 전망도 안갯속이었다. 특히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슈퍼리그 유출은 올해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K리그의 경쟁력을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 최근 몇 년 간 하대성, 김조영, 에스쿠데로 등 FC 서울의 스타들이 줄줄이 슈퍼리그로 넘어갔고 지난해 전반기 K리그 클래식을 지배한 에두도 시즌 중 중국 2부리그로 이적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박종우, 장현수, 김영권, 하태균, 윤빛가람, 김승대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슈퍼리그 그라운드에서 뛸 예정이다.

여기에 옌벤 FC를 지휘하는 박태하 감독을 비롯해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장외룡 감독이 충칭 리판을 이끌고 있고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항저우 그린타운 FC로 자리를 옮기면서 슈퍼리그 유출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각 구단 내부에서 경영효율화를 내세우며 실질적 구조조정에 착수해 다수의 구단들이 예산을 줄인 상황이어서 이적시장의 침체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예산 감축 침체기
결과는 반전

하지만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북이 알짜선수 영입에 돌입하고 서울도 전력 보강에 나서면서 도미노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전북은 불황에 선수들 몸값이 낮아지자 이를 오히려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K리그 클래식 2연패의 성공을 이루고 다른 구단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 FC 서울 <뉴시스>
지난 겨울 이석현 하나만 영입하고 시즌 개막 후 박주영을 데려왔던 서울이 일찌감치 유현, 데얀, 신진호, 조찬, 주세종(예정) 등을 보강하며 퍼즐을 맞춰가고 있고 지난해 제파로프와 김태환, 구본상을 확보한 울산 현대도 올해 베르나르도, 김인성, 서명원, 이기제를 데려온 데 이어 이정협을 임대 형식으로 모시기에 성공하며 우승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제주 역시 토스카노, 김호남, 모이세스, 정운, 권한진, 이광선 등 브라질과 일본, 크로아티아에서 다양하게 데려와 새 구심점을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인천은 베트남 출신 1호 르엉쑤언쯔엉을 영입했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U-19에서 뛰었던 김진수(광주), J2 도쿠시마 공격수 김종민(수원 삼성) 등도 올 겨울 이적시장의 훈풍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구단들이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적시장에 열을 올리는 데는 중국슈퍼리그의 이적에 따라 유입된 차이나머니가 한몫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K리그에 유입된 차이나머니만 약 100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우선 옌벤 FC는 김승대와 윤빛가람을 영입하면서 20억 원 이상의 이적료를 각각 포항과 제주에 지불했다. 이에 두 구단은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선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북도 올 겨울 이종호, 김보경, 고무열 등 국가대표급 공격 자원을 영입했는데 이 역시 6개월 전 중국 허베이로부터 에두를 보내고 받은 50억 원 가량의 이적료가 큰 밑바탕이 됐다.

이밖에 J리그 빗셀 고베와 아비스파 후쿠오카가 각각 김승규와 이범영을 데려갔고 울산과 서울은 고액 연봉자인 제파로프, 몰리나와 결별한 것 등이 더해지며 총 130~140억 원가량의 돈보따리가 풀리면서 선수 이적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5년 룰’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해외에서 활약하던 젊은 선수들의 유입도 이적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그간 해외 진출 선수들은 입단연도부터 5년간 K리그 구단에 드래프트 참가 말고는 합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드래프트가 사라지면서 문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김현희 울산 사무국장은 “계약금 1억5000만 원, 연봉 3600만 원을 상한선 삼아 이들 해와파를 확보하는 게 올해 가능해졌다. 해당 선수들도 국내 구단 문을 적극적으로 노크하면서 영입이 이뤄지고 있다. 울산에서도 일본과 호주에서 뛰던 레프트백 이기제가 온 것도 같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타구단 쓸 만한
전북산 눈독

▲ 전북현대 김보경 선수 <뉴시스>
올해 유독 다양한 변수가 작용함에 따라 구단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일단 이적시장 큰손으로 등극한 전북과 서울은 착착 전력보강을 마무리하고 있고 연쇄적으로 타 구단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더욱이 전북산 선수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를 대거 영입한 전북은 그동안 활용했던 몇몇 선수들을 내놔야 한다. 이들 가운데 김동찬, 박희도 등 아직 쓸 만한 공격 자원들이 있어 각 구단은 전북산 선수 확보를 위해 계산기를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2년 연속 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한 수원 삼성은 한숨 소리만 깊어지고 있다. 수원 삼성은 자생력 갖춘 구단으로 변신하기 위해 뼈를 깎는 부피 줄이기가 한창이다.

이 때문에 대어급 영입은 사라졌고 이탈만 벌어지고 있다. 수문장, 정성룡과 오범석이 팀을 떠났고 김은선, 조성진, 조지훈은 입대를 했다.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있는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수원 삼성의 앞날은 안갯속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클래식에서 3위를 차지한 포항도 사령탑이 교체되는 등 과도기에 놓였다. 더욱이 선수자원 출혈이 심각해 새로 부임한 최진철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김승대, 고무열, 신진호, 조찬호 등이 이적하며 탄탄한 조직력의 근간이 흔들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동현과 조수철을 수혈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그룹B로 추락한 울산은 올 시즌 명예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골키퍼 김승규의 고베 이적이 아쉽지만 김인성, 서명원 등을 영입해 공격라인을 새롭게 재편키로 했고 그 중심에 김신욱이 버티고 있어 골키퍼 자리만 제대로 채운다면 지난해같은 시련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민구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성남 FC도 두터운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외국인 선수를 잘만 영입하면 현상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성남을 포함해 제주, 전남 등 상위권과 중위권의 경계에 있는 팀들 중 어느 팀이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상위권 팀들의 선수영입을 지켜만 봐야 하는 아쉬운 구단들도 존재한다. 성남을 제외한 시민구단들은 매년 겨울 이적시장에 대해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먼저 인천의 경우 유현, 김인성, 조수철 등 팀의 주축선수들이 떠났고 광주도 김호남이 이적했다. 올 시즌 1부로 승격한 수원 FC도 특급 활약을 펼친 자파와 작별했고 미드필더 시시도 새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 같은 시민구단들의 불안한 현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지만 저마다 목표를 향해서 뛰고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 어떤 전략을 펼쳐나갈지가 축구팬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골키퍼 구인난 마지막 퍼즐

한편 올 겨울 이적시장의 최대관심사였던 슈틸리케의 신데렐라 이정협의 거취를 놓고 원 소속팀인 부산의 고민이 지속된 가운데 지난 7일 “이정협을 1년 동안 울산에 보내고 울산 미드필더 이영재를 임대했다”고 부산 측이 발표하면서 마무리됐다.

앞서 이정협은 지난해 10월 상주 상무에서 전역한 이후 원 소속팀인 부산에 복귀했지만 팀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이 결정되면서 행방이 묘현했다.

당초 부산은 이정협의 잔류에 무게를 뒀지만 윤정환 울산 감독이 이정협 영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에 부산은 이정협을 임대형식으로 보내기로 결정해 일단락 지었다. 부산 측은 2017년에 1부 리그로 복귀해 이정협을 다시 데려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겨울 이적시장이 어느덧 반환점을 돌면서 마지막 퍼즐을 놓고 구단들은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정성룔, 김승규, 이범영 등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골키퍼 3명이 약속이나 한 듯 일본 J리그로 진출하면서 골키퍼 영입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성남은 주전 골키퍼 박준혁이 현역 군 입대로 빠지면서 공백이 발생했다. 전상욱이 잔류해 큰 타격은 아니지만 그 뒤를 받쳐야 하는 골키퍼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원 삼성도 정성룡을 대신해 노동건에 골문을 맡길 계획이지만 골키퍼 한 명이 더 필요하고 부산도 이범영을 보낸 상황에서 이창근까지 내준다면 1부 리그 복귀를 위한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울산 역시 부산으로부터 이창근을 영입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소속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어서 수문장 구인이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베테랑 골키퍼인 김용대와 김병지를 두고 다시금 구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리빌딩을 추신하고 있는 구단들로서는 노장 선수를 데려오기에는 큰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골키퍼 퍼즐을 누가 먼저 맞추는지에 따라 올 시즌 구단들의 명암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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