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물갈이엔 ‘안철수-천정배’ 손잡고… 야권 연대에는 ‘천정배-김한길’ 손잡고…

천정배 끌어안은 김한길 당권 장악 나서나?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이 지난 25일 전격 통합했다. 김한길 의원이 가교역할을 했다. 비록 한 배를 탔지만 갈등설이 끊이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호남물갈이를 비롯해 당대표 자리 등을 놓고 ‘총선 없는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한 예로 안철수 측근그룹에 안철수 단독대표론, 의원그룹에서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론을, 김한길계에서는 김한길 단독대표론 등 각 진영마다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가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안철수 왕따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전격 통합은 ‘김한길 작품’이란 말이 여의도 정가에 퍼져 있다. 통합 전날까지 천정배-안철수-김한길 의원이 회동을 했지만, 실질적인 통합작업은 김 의원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 발표 기자회견을 김 의원이 단독으로 공지했다. 회견 40분 전 ‘김한길 의원실’ 명의로 기자회견이 공지됐고, 20분 후에야 안 의원과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한다는 공지가 국민의당 명의로 다시 이뤄졌던 것. 이렇다 보니 김 의원은 천 의원을 만나 구체적인 통합 발표문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관영 의원의 문자메시지로 인해 ‘안철수-김한길 갈등설’이 확산된 가운데 김 의원이 통합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통합을 계기로 당내 위상이 높아진 김 의원이 국민회의 천 의원을 끌어안으면서 당내 입김이 막강해졌다는 평가가 즐비하다. 게다가 국민의당 단독 당대표나 공동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붙었다가 떨어졌다가

이런 가운데 한 배를 탄 천정배-안철수-김한길 의원은 사안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남 물갈이’가 대표적이다. 천 의원과 안 의원은 호남물갈이론에 긍정적인 반면, 김한길계에서는 부정적이다.

실제 천 의원은 국민의당과 통합하기 전부터 ‘뉴DJ’ 발굴을 통해 호남 물갈이를 주장해왔다. 천 의원은 지난 26일 광주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뉴DJ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고 말했고, 같은 날 안 의원도 “이번 통합은 국민을 위한 통합이고 호남 미래를 위한 통합”이라며 “천 의원이 말씀하신 것처럼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 ‘뉴DJ’를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과 안 의원의 주도하에 호남 물갈이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반면 김한길계로 불리는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같은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호남에서 다선 의원을 무조건 교체하는 것보다는 다선 의원이라도 의정활동을 잘하면 키워야만이 그 인물을 키울 수 있다”며 “초선도 잘못하면 과감하게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역이라고 해서 경선을 했을 때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며 “(현역 의원) 교체(를 희망하는) 비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엔 원래 현역이라서 경선에서 불리한 면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다선 의원들을 물갈이한다는 것은 잘못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호남 물갈이론을 놓고 표면적으로 ‘안철수-천정배 vs 김한길’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야권 연대와 관련해서는 천정배-김한길 vs안철수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 안 의원은 ‘연대불가’ 방침을 줄기차게 피력하고 있다. 안 의원은 “무조건 ‘뭉치면 산다’는 식으로 야권 연대 프레임으로 지난 10년간 도대체 무엇을 얻었냐. 야권연대는 결단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에 반해 천정배-김한길계 등에서는 야권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천 의원은 “적어도 비호남에서의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을 방안들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왔다”고 밝혔다. 호남은 경쟁하되, 수도권 지역에서는 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수도권 후보 난립으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는 데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천 의원 의견과 맥을 같이 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갖가지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안 의원이 ‘새정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정치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국민의당이 야권 연대를 추진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후보들 간의 야권 연대를 해, 단일화 효과를 이룰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배 탔지만…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김한길-박지원 의원 간 교감이 있는 만큼 야권 연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 의원이 ‘왕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심상찮게 들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국민의당’이라는 한 배를 탔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달라, 불편한 동거가 아닌 ‘결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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