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황금허리 경제권’ 형성

남북위주에서 동서 발전 역할 기대…지역 균형 발전 촉진 효과
전통미 살린 시설물 곳곳에 배치…경북의 혼 고스란히 담아
신청사 이전 숨은 주역 김관용 지사…추진력으로 얻어낸 결과물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북도청이 35년 만에 이전한다. 이른바 ‘신청사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1992년 후보지를 선정하는 등 온갖 노력을 펼쳤으나 그동안 특별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제자리걸음만 하던 도청 이전 문제가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김관용 경북지사의 뚝심과 추진력 때문이다. 2006년 ‘도청이전 공약’을 내걸었던 것이 그 단초가 됐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도청 이전은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힌 문제였다. 정치적으로 계산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거를 의식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밝히며 그 배경에는 도민들의 지지로 인해 이뤄낸 성과물이다. 특히 도청소재지와 관할구역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던 것도 한몫했다는 게 김 지사의 설명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경북도청 신청사 이전. 그렇다면 신청사는 어떤 모습일까.

경북도청이 대구 더부살이를 청산한다. 1981년 대구시와 분리된 지 35년 만에 대구 산격동에서 안동·예천 신청사로 이전하게 됐다. 경북의 정체성과 도민의 자존 회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역지자체 중 국내 마지막으로 도청 소재지가 관할 구역 내로 옮겨가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풍수지리로 본 신청사
명당 중 명당으로 통해

지역발전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존의 대구, 포항, 구미 중심의 발전축에서 안동권이 추가돼 지역전체의 성장 동력이 훨씬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 행정수도가 세종시로 남하해 북위 36도 위치에서 나란히 만나게 된다. 그동안 남북 위주에서 동서 위주의 새로운 국토 발전축을 형성한다는 메리트가 있다. 경북도는 이에 관한 구상도 어느 정도 마친 상태다. 국가미래 농생명벨트, 바이오 융합산업벨트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동서횡단 고속철도 등을 건설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는 것. 이럴 경우 황동해와 황서해를 잇고, 수도권과 남부경제권을 연결하는 이른바 ‘한반도 황금허리 경제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청사 소재지 일대를 오는 2027년까지 상주인구 10만명의 자급자족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계획도 추진 중이다. 부족한 도로망 구축을 위해 작년 5조 원에 이어 올해도 5조1천여 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도청 신청사가 안동·예천 지역으로 옮겨가면 그동안 ‘육지 속 섬’으로 불려온 경북 북부 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지역 균형 발전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신청사는 풍수지리적으로도 명당 중 명당이다. 바람은 감추고 물은 얻는 장풍득수 지형이다. 통일신라 후기의 승려인 도선이 쓴 ‘도선비기’와 조선 중기 이후 민간에 널리 유포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언서 ‘정감록’에도 기록될 만큼 탁월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 신청사 뒤쪽에는 검무산을 거느리고 있고, 앞쪽은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조건이 좋다. 중부고속도로 서안동·예천IC와 10분 거리에 있다. 특히 중부내륙고속도로와 현재 건설 중인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 와는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러한 명당에 건립된 신청사는 2011년 10월 착공해 2015년 4월 준공했다. 245천㎡의 부지에 건축 연면적 143천㎡, 3천 9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상 7층 지하 2층으로 건립됐다. 본청과 도의회, 주민복지관, 다목적공연장 등 4개의 건물을 담장 없이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것은 청사 곳곳에 전통미를 살린 시설물을 곳곳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명칭 역시 경북의 정체성과 혼을 고스란히 담았다.

신청사 내부를 살펴보면 본관 명칭을 ‘안민관(安民館)’으로 정했다. ‘도민들에게 평안한 도정을 펼치겠다’는 신라 향가 안민가를 차용했다. 1층에는 북카페 ‘카페 문향’은 담소공간으로 꾸며졌다. 2층 영상회의실은 ‘회통실’로 불린다. 원효의 화쟁사상을 뒷받침하는 뜻을 담아 소통하며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다. 2층 간부회의실은 ‘원융실(크게 순환하며 화합한다는 의미)’, 4층 대강당은 ‘화백당(신라의 만장일치 제도로 ‘중지를 모으고 화합하는 주된 공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중앙휴게실은 삼강주막처럼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삼강쉼터’로 지었다. 도청 청사 입구의 솟을대문은 양반가의 대문을 형상화했고, ‘경북도민의 화합을 상징한다’는 뜻에서 ‘경화문’으로 불리게 된다.

특히 청사 앞에 기둥 60개를 세워 지은 누각은 서원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의 멋을 살렸을 정도로 전통 건축미와 양식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으로 설계했다. 청사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30%는 태양광과 지열,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청사 안팎은 공원처럼 조성했다. 나무 40만 그루를 심고 담장을 없앴다. 특히 청사 앞 소나무 두 그루는 대구 산격동 청사에서 옮겨다 심었다. 이 나무들은 안동과 예천에서 자란 나무였는데, 대구 산격동 청사가 개청하면서 대구로 옮겨졌다. 도청 이전으로 인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러한 탓에 신청사는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7만 여명이 찾은 데 이어 올해 들어서 매달 2만 여명 방문하고 있다. 하회마을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신청사를 찾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상반기 방문객이 10만 여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발판삼아 경북도는 신청사를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세계기록유산인 유교책판 등 주변의 문화유산들과 연계해 관광코스로 개발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신청사는 아름다운 한옥 양식으로 지어 지금도 적잖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청사 이전 ‘척척’
21일까지 마무리

신청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전 준비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2일 도청 앞마당에서 김관용 지사를 비롯한 도청 간부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하는 직원들을 격려하며 이사차량을 환송했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청사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민안전실을 시작으로 문화관광체육국, 농축산유통국, 14일에는 경제부지사실, 18일에는 도지사실, 20일 행정부지사실, 자치행정국을 마지막으로 16개 실국단, 55개실과의 행정장비 및 문서 등 5톤 트럭 156대 분량의 물품과 1,556명(본청 1,319, 의회 107, 소방본부 130)의 직원이 신청사로 이전하게 된다. 지난해 7월 완공된 경북도교육청도 15일부터 신청사로 이전한다. 2017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경북지방경찰청이 건설되고, 내년에 신청사로 이전하게 되면 명실상부한 ‘신청사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런 결과물을 얻기까지 김관용 지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북도청 이전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매번 무산됐다. 일련의 과정 때문에 김 지사는 이전 결정부터 예정지 선정, 신청사 건립과 입주 등 모든 과정을 손수 훑어봤던 것이다.

김 지사는 “도청 이전은 단순한 청사 이전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 혼을 함께 옮기는 것”이라며 “경북의 전 영역에 걸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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