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아나운서들의 인기가 이제는 톱스타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최근들어 아나운서들이 다양하게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연예인화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톱스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연말의 화려한 시상식 MC까지 점령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시상식에 남자 아나운서와 인기 여자 연예인이 MC를 도맡아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자 아나운서들의 대중적인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져 아나운서들이 여자 연예인들을 제치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욱이 일반 연예인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나운서만의 지적인 이미지와 침착하고 논리 정연한 말투는 연말 대형 시상식에 안성맞춤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주인공 ‘황수경, 강수정, 노현정, 김경란, 정지영 ’아나운서들의 시상식 MC 나들이‘ 그 현황을 살펴본다.

▶ 황수경, KBS ‘가요대상’ MC

지난 93년 황현정, 황정민 아나운서와 함께 ‘황 트로이카’라는 별명을 얻었던 황수경 아나운서는 김병찬 아나운서와 함께 KBS ‘가요대상’ MC로 나서게 됐다. 황 아나운서는 ‘VJ 특공대’, ‘열린음악회’, ‘스펀지’, 각종 대형 시상식의 MC 등을 맡으며 KBS의 간판 아나운서로 평가 받아왔고, 예능·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자신의 차별된 영역을 만들어 왔다. 황 아나운서는 지난달 1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방송에 복귀했는데, 방송에 복귀하자마자 ‘낭독의 발견’ ‘신화창조’ ‘놀라운 아시아’ 3개의 굵직한 프로그램을 맡는 저력을 보였다. 한편, 황 아나운서는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하는 매력 때문에 시상식 메인 MC에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 강수정, KBS ‘연예대상’ MC

현재 ‘여걸식스’ ‘해피선데이’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강수정 아나운서는 오는 24일 열릴 예정인 KBS ‘연예대상’ 시상식 MC로 나선다. 그간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온 강 아나운서는 개그맨 이휘재와 함께 올해로 2년째 ‘연예대상’ 시상식 MC를 맡게 됐다.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하고 털털한 이미지를 어필해 왔던 강 아나운서는 가요계의 톱스타 이효리와 비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에도 개그맨 이휘재와 함께 이 시상식을 진행했던 그녀는 지난 2002년~2003년 개그계의 지존 신동엽과 섹시가수 이효리가 진행을 맡았던 때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 노현정, KBS ‘가요대상’ MC

올해 아나운서계의 큰 수확으로 여겨지는 인기 아나운서 노현정. ‘상상플러스’ 올드앤뉴를 통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노현정 아나운서는 황수경, 김병찬 아나운서와 함께 KBS ‘가요대상’ MC로 활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운서의 권위를 위해 웃지 않는 프로그램인 상상플러스 올드앤뉴에 출연하게 됐다는 그녀는 절제된 말투와 행동 때문에 ‘얼음 공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지적인 절제미가 시청자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된 것. 때문에 톱 여자 연예인들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는 노 아나운서가 KBS의 ‘가요대상’ MC를 맡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현재 노 아나운서는 KBS2 ‘스타골든벨’과 ‘신TV는 사랑을 싣고’의 진행을 맡으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지영, ‘골든디스크’ MC

SBS의 인기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지영 아나운서는 2000년~2001년 연이어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 사회를 맡으며, 일명 대형 시상식의 ‘단골 MC’라고 불릴 정도로 시상식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올해에도 정 아나운서는 일간스포츠 주최로 열린 제20회 ‘골든디스크’ 시상식 MC를 맡아 화려하면서도 침착한 진행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지난 98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정 아나운서는 SBS ‘생방송 한밤의 TV 연예’와 ‘접속 무비월드’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고, SBS 파워 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 아나운서다.

SBS와 MBC 스타 아나운서 부재

이밖에 KBS 김경란 아나운서가 역시 각종 시상식에 사회자로 등장한다. 현재 KBS2 ‘열린음악회’와 KBS2 ‘스펀지’, ‘영화완전정복’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경란 아나운서는 이미 각종 프로그램에서 MC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2004 김병찬 아나운서와 KBS 가요대상 사회를 맡았고, 지난 9월에는 방송3사 아나운서가 공동 진행하는 제32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 KBS를 대표해 참석해 역량을 과시했다.

또한 최근에는 제7회 한중 가요제의 사회를 이끌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위에 열거한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가 아니면 모두 KBS 소속 아나운서들이다. 한때 오락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비던 SBS의 윤현진 아나운서는 8시 뉴스의 앵커를 맡으면서 오락프로그램 출연을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딱히 스타 아나운서가 없는 MBC는 보수적인 손석희 아나운서 국장의 방침대로 아나운서가 오락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때문에 스타 아나운서가 없는 SBS와 MBC가 ‘연기대상’이나 ‘가요대상’ 시상식에도 자사 아나운서들을 기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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