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름다운 악녀가 좋다”


탤런트 김서형(33)이 15년 무명설움을 떨치고 스타로 부상했다. 그녀에게 스타의 꿈을 안겨준 드라마는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 SBS TV 일일극〈아내의 유혹〉(극본 김순옥·연출 오세강).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지난 95년 방영된〈모래시계〉이후 제 2의 ‘귀가시계’로 불리며 시청자들에 인기를 얻고 있다. 무명시절 아픔을 딛고 아름다운 악녀로 거듭난 김서형의 연기세계를 알아봤다.

탤런트 김서형은 시청자들의 비난과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1995년 드라마〈모래시계〉이후 제2의 귀가시계로 불리는〈아내의 유혹〉에서의 열연한 덕분.


‘막장 악녀’ 연기 진면목

김서형은 한마디로 ‘막장 악녀’의 진면목을 선보이고 있다.

김서형이 연기하는 애리는 은인이기도 한 친구를 배신하고 그의 남편을 빼앗는다. 조강지처 자리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갖가지 음모술수로 친구를 곤경에 빠트린다.

김서형은 “안티 팬을 각오하고 시작한 드라마에서 열혈 팬을 얻으니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시청자들이 처음부터 좋아해 주신 것은 아니다. 극 초반에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입에 담지 못한 욕도 많았다. ‘애리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글도 봤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소리 지르고 욕하며 몰입하니 어느새 팬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애리를 많이 미워했는데, 지금은 측은하게 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악녀 연기를 펼치는 김서형은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느라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실제 드라마 시작하고 살도 많이 빠졌다. 메이크업을 받다가 갑자기 쓰러진 적도 있다.

김서형은 “극중에서 싸우느라 매일 소리를 질러서 그런지 목소리가 많이 쉬었다. 악녀라서 시청자들의 미움만 많이 받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게시판 등의 글들을 통해 건강을 염려해 주는 팬들이 있고 그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느끼고 있다”며 말했다.

그녀는 이어 “처음에 생각했던 애리의 캐릭터는 지금 같지 않았다. 매 장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원래 강한 성격이다. 그 성격이 반영되다 보니 지금의 강한 캐릭터의 애리가 만들어진 것 같다. 가끔씩 진짜 저게 내 모습일까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말한다.


실제론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

또한 그녀는 “독한 걸로 치면 ‘은재’도 만만치 않다”면서 “은재는 자신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며 복수를 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한다. 지금껏 복수를 해온 것도 모자라 앞으로의 복수도 한참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은재가 더 무섭다. 사실 애리는 불쌍한 인물이다. 애리가 강하고 악하게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픔과 상처를 많이 가진 인물이다. 그것들을 다 보상 받기 위해 애쓰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이 끝날 때 쯤이면 복수의 화신이 되어 악녀로 변신한 장서희와 반대로, 애리가 가련하고 불쌍한 여자라는 공감을 시청자들로부터 얻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서형과 애리는 상반된 캐릭터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의 김서형에게 표독스러운 애리는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이다.

처음 출연제의를 받고 망설였지만, 영화〈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 출연하면서 굳어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


노력형 배우로 인정

김서형은 노력형 배우이다. 단지 얼굴이 예쁘거나 운이 좋아 배우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1994년 KBS 공채 16기 탤런트로 데뷔한 김서형은 그동안 영화〈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과 드라마〈파리의 연인〉,〈그린로즈〉,〈굳세어라 금순아〉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표작인〈맛있는 섹스…〉때문에 얻어진 ‘에로스타’라는 이미지 때문에 방송 출연에 제약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실망하지 않고 노력했다.〈파리의 연인〉,〈굳세어라 금순아〉등을 통해 김서형 만의 개성있는 연기관을 만들어나갔고, 이번〈아내의 유혹〉을 통해 스타로 당당하게 인정을 받았다.

그녀는 “드라마의 인기, 저의 인기를 이제 좀 실감한다”면서 “주위에서 ‘어떻게 그렇게 못되게 연기할 수 있느냐’라는 말씀을 종종 해준다. 그런 것을 보면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막장드라마라는 비난과 인기 속에 방영되고 있는〈아내의 유혹〉을 통해 김서형은 데뷔 15년을 뛰어넘어 스타로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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