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자신의 길 한가운데를 지키며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싱어송 라이터 이지형.

정규 앨범 사이에 발표하는 포크 성향의 소품집 두번째가 <봄의 기적>이란 타이틀로 찾아왔다. 앨범 제목만 보고 ‘봄’과 함께하는 밝고 경쾌한 노래를 기대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대에 그는 쓸쓸한 가을과 시린 겨울을 지나 찬란한 봄을 맞이하는 지순한 여정으로 펼쳐 보인다. 스산한 가을 날 집 앞 카페에서의 시시콜콜한 하루나 견딜 수 없는 차가움과 쓸쓸함이 몰아 닥친 모진 겨울에 대한 이야기들이 첫 장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한 곡 한 곡을 흐르며 시침이 똑딱이고 계절의 색이 뒤바뀌며 씨앗은 여물고 추운 겨울의 눈밭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감정은 또 다른 감정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조용히 흐르던 생각들은, 봄을 맞이하며 비로소 초록의 잎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그러한 기적의 날을 잉태시켜준 시간들에 대해 그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