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해 복권사업자들이 울상이다. 이들 사업자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되던 복권사업이 어렵사리 사업자로 선정되고 1년도 채 못돼 로또복권의 등장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사업정리 등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이들 사업자들은 내년 통합복권법안을 통해 사업손실 보전 차원에서 온라인 복권 판매대행 독점권이라도 달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복권사업을 총괄하는 국민총리실 복권조정위원회가 통합 복권법을 통해 온라인 복권대행 행위를 근절시키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복권판매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복권 판매를 통해 적잖은 매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온라인 복권판매 근절방침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의 규제 방침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들 업체들의 울화통은 더 터진다. 정부가 온라인 복권 판매 대행 금지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 다음, 드림위즈 등 포털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로또복권 대행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실제 다음이나 드림위즈 등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와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복권구매 대행이 이뤄지고 있고,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우선 로또 복권의 경우, 인터넷 복권 판매대행과정에서 대행업체의 실수나 고의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가령 인터넷을 통해 복권을 구매할 경우, 인터넷 구매 복권의 실소유자는 주문자가 아닌 대행업체에 있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을 통한 주문이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기술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해킹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인터넷상에 소비자로부터 구매 주문을 받으면, 다시 로또 단말기에 번호를 입력하는 등 시차가 있어 즉석 구매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홍보부족 탓인지 정작 구매자인 소비자들은 포털사이트의 공신력을 믿는데다 인터넷 주문과 동시에 본인이 직접 구매를 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인터넷에서 로또 복권 구매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이경수(30·남 가명)씨는 “인터넷에서 주문과 동시에 구매한 것이 아니냐”며 인터넷 복권구매 문제점에 대해 놀랐다는 눈치다국내 포털사이트인 D사 관계자는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입점업체가 책임지는 일로 (우리회사는) 사이트에 업체를 입점시키는 역할만 할 뿐 복권 판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해 분쟁의 소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로또복권의 마케팅 전담 회사인 엔트로이앤엠 관계자는 “인터넷 구매가 곧바로 단말기에 입력되는 기술이 아직까지 구현되지 않고 있고, 설사 기술력이 있다 해도 해킹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 엔트로이앤엠 관계자는 인터넷 구매과정에서의 부작용과 관련 “영세 대행업체들의 난립으로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대행업체의 실수로 인해 당첨금을 법적으로 보장받기 어렵거니와 업체의 횡령 가능성도 적지 않아 민원발생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아직까지 대행업체의 개입으로 복권 당첨자의 당첨금이 유실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인터넷 복권구매사이트의 증가 추세를 볼 때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게다가 20∼30대 복권 구입자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복권 구매를 선호하는데다 인터넷 복권 주문과 동시에 구매와 소유권이 당사자에게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어 제도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로또복권 발행기관인 국민은행도 지난해 이들 사이트를 법적으로 규제할 방안을 검토했으나, 재판매 방식의 구매대행 시스템을 법보다는 제도적으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구매 방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복권판매 대행업체의 공신력을 고려해 대부분 포털사이트들은 로또판매 대행업체인 엔트로이앤엠의 로또복권 판매만 허용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로또복권 인터넷 판매대행 업체수만 해도 대략 40∼50개사에 이르는데다 관련법규도 없어 무면허사업자들인 것으로 드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대형사고의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복권을 구매한다는 점에서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큰데다 대행과정에서 약 10%의 수수료를 부가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추가 비용부담을 전가하거나 계속 대행판매를 방치한 경우 수수료를 따먹기 위한 사행업체 증가라는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는 부작용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통합복권법을 도입키로 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를 아예 금지하거나 허용하더라도 몇 개 업체만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안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인터넷 등 온라인판매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마당에 온라인 판매를 규제하겠다는 발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아예 정부 승인 14개 사업자들에게 온라인 판매 독점권을 주는 것이 부작용 축소에 도움이 되는데다 예상치 못한 로또 복권의 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업자들에게 보상차원에서도 마땅하다는 것이다. 인터넷복권사업자협회의 소속인 A사 관계자는 “정부가 온라인상에서 복권 판매 금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들었으나 정부의 취지가 납득이 가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만약 부분적으로 인터넷 판매가 허용될 경우 초기 투자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우리들에게 독점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소속인 B사 관계자는 “정부를 믿고 14개 사업자가 작게는 30억, 크게는 100억원을 복권사업에 투자해오다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로또 복권이 생기는 바람에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가 14개 사업자에게는 당첨금 한도 제한(온라인복권 1억, 종이복권 5억원)을 두는 등 애초부터 로또와 경쟁할 수 없게 묶어두는 바람에 손해를 봤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들 업체들을)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며, 로또 복권 온라인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는 것은 중복 투자라는 측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엔트로이앤엠 관계자는 “정부가 로또 복권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은 정부부처간 복권사업 난립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며 “로또복권으로 복권 시장을 정돈하겠다는 것인데 이들 업체들에 독점권을 내주는 것은 시장을 다시 혼탁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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