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家)‘주식장난’ 위험수위

우리나라 재벌그룹 중 LG그룹 구씨 일가의 주식 사랑(?)과 관련,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주식 부호를 가지고 있는 재벌그룹은 단연 LG그룹 일가다. LG그룹 대주주 일가는 지난 2003년 국내 최대의 카드사였던 LG카드의 부도 직전 대량의 주식을 팔아넘겼다. 개미투자자들의 손해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또한 구본무 LG회장의 6촌인 구본호 씨의 최근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한 투자행보도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손을 데는 족족 주가가 폭등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지분 인수한 동일철강은 올 7월 8만원대에 머물던 주식이 이달 7일 종가 기준 1주당 110만원을 넘어 우리나라 최고가 황제주 중 하나가 됐다. 재계서열 4위(공기업 제외) LG그룹 일가는 왜 이토록 주식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그 실태를 파헤쳐 본다.


LG그룹 구씨일가의 가족경영 전통은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GS그룹과 LS그룹의 분리되며 재계 순위 4위로 내려앉으면서 구씨 일가의 주식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LG그룹 구씨 일가의 ‘도덕적 해이’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사례는 현재 신한금융지주로 넘어간 LG카드 사태다.


부자그룹 LG일가의 도덕적 해이

김대중 정권 시절 ‘소비 부양정책’에 따라 한동안 카드산업은 금융업의 꽃으로 칭해지며 외형 성장을 이뤄나갔다. 이러한 풍조 속에 LG카드는 국내 최대의 카드회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카드 발행 남발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불거지며 지난 2003년 11월 LG 카드는 부도와 ‘현금 서비스 중단’이란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그해 9월만 하더라도 LG카드의 주가는 2만원 전후에서 형성돼 있었다. 문제는 서비스 중단 직전 LG그룹 일가의 행태였다.
서비스 중단 직전 구본무 회장과 친척들은 당시 1주당 1만1000원에 79만주를 매도했다. 이후 LG카드의 주가는 급락했으며 그해 12월30일 3045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구씨 일가는 사전에 사태를 감지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시장에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역으로 이러한 사태를 짐작조차 할수 없었던 일반 투자가들은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사전 매각 의혹을 받고 있는 구씨 일가 중 5명이 당시 미성년자였다.

주주 이익의 최우선이라는 주식회사의 원칙과 어긋난 당시 오너 일가의 행태는 아직도 그 도덕성과 관련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LG카드 소속이었던 한 직원은 “투자자들의 손해도 컸지만 최대의 피해자들은 당시 LG카드 직원들 이었다”며 “오너 일가의 기습 행동으로 당시 직원들 중에는 빚까지 얻어 신용불량자 된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LG그룹은 LG카드를 채권 금융기관에 넘기는 대신 향후 금융업 포기를 선언했고 이후 우량했던 LG투자증권도 매각했다.

우리나라 500대 주식 부호 중 36명이 범 LG그룹 구씨 일가 일원이다. 또한 100억원이 넘는 미성년자 주식부자가 가장 많은 재벌그룹도 단연 구씨 일가다.

재계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미성년 주식부자 상위 50명 가운데 LG 및 LS그룹을 포함한 범 LG계열 구씨 가문이 8명으로 가장 많다.

그 사례를 보면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4남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장남 웅모군(19), 구본준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의 딸 연제양(18), 구본걸 LG패션 대표이사의 친인척인 현모군(12)은 100억원을 훌쩍 넘긴 주식부자다. 특히 올해로 62세인 구본무 회장의 딸인 1996년생 연수양도 무시 못할 주식부자다.


LG가 ‘주식사랑’에 소액주주는 낭패

연수양은 (주)LG 주식 5만5000여주와 LG상사 주식 4만27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달 현재 (주)LG의 주식은 1주당 5만5000원선에서 LG상사는 2만9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수양의 주식가치는 42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재벌닷컴은 LG그룹뿐만 아니라 총수 일가 미성년자들이 매월 또는 매분기별로 꾸준히 아버지나 가족들로부터 계열사 주식을 증여받거나 장내 매수를 통해 주식수를 늘리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성년자들의 주식 증가는 차후 배당에 따른 현금 확보로 주식수를 늘려나가기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한 사전 행보”의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차기 LG그룹 후계구도 중 한 명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구광모 LG전자 대리(27). 구본무 회장은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회장의 아들인 광모 씨를 지난 2004년 양자로 입양했다.

구본무 회장은 광모 씨에게 2000년부터 현재까지 490만주까지 LG화학의 주식을 증여했다. LG화학의 지난 1년간 주가는 올 4월25일 1주당 5만330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이달 현재 9만5000원을 전후해서 형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광모씨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4650여억원에 달하고 있다. 구씨는 배당만
2004년 1억7000만원, 2005년 24억원, 2006년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LG 구씨 일가의 유별난 주식 사랑은 구씨 가문이 재벌가 중 가장 자손이 많은 대가족임에 따라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들 간에 지분 안배에 대한 세심한 고려 속에 올 들어 거듭된 증시 호황으로 평가액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가 손자 구본호 베일을 벗겨라

한편, 지배구조가 투명해 진다는 점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은 우리나라 재벌그룹 중에서는 최초로 지난 2000년 초부터 5년에 걸쳐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주)LG 지분의 50% 이상이 구본무 회장을 포함한 구씨 일가 30명이 보유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LG를 통해 LG전자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LG카드 사태 이후 구 회장 일가는 주주들과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최선을 다했고 일가 개개인의 보유 주식은 모두 법적 테두리안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스 신화에는 손길이 닿는 족족 황금으로 변했다는 마이다스 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증시에서 ‘투자의 마이다스 손’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사람은 LG가 3세로 구본무 회장과 6촌인 구본호(32) 씨다.

구씨가 지난 8월 10일 코스닥시장 상장회사인 동일철강의 지분의 9.71%(8736주)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동일철강의 주식은 그야말로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동일철강은 이달 7일에도 어김없이 상한가를 치며 종가 기준 1주당 110만2800원으로 마감했다. 동일철강은 지난 1년간 최저 주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9일 1주당 4만9300억원에 비해 무려 2136.92%가 뛰어 올랐다. 동일철강의 유통 주식 총수가 현재 단 9만주에 머물고 있어 주가 폭등 현상을 더욱 가열시
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 시장에서는 구씨가 투자하면 무조건 오른다는 ‘구본호 효과’라는 유행어가 나오며 이에 편승한 개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7일 종가 기준으로 동일철강보다 1주당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곳은 롯데제과(161만원), 태광산업(141만4000원), 롯데칠성(132만원) 단 세 곳 뿐이다.

동일철강의 이 같은 이상 주가 폭등 현상은 다음 달 초로 진정될 공산이 크다. 동일철강이 상한가 행진을 계속할 경우, 다음달 4일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또한 동일철강은 유통주식수를 늘리기 위해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키로 하는 주주총회를 다음달 8일 개최할 예정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코스닥 거품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00년도에 세 차례나 발생했다. 리타워텍의
주가는 그해 5월 증시 사상 1주당 최대가인 352만원까지 뛰어올랐다. 핸디소프트도 그해 3월 136만원까지 올라선 적이 있었고 신안화섬은 11월 102만1000원까지 올라선 사례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이 회사들의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 리타워텍은 2004년 상장 폐지됐고 이달 7일 종가기준 핸디소프트는 2655원, 스탁맥스로 이름이 바뀐 신안화섬은 360원으로 마감했다. 구본호씨가 증권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경영참여 목적으로 통합 솔루션 개발업체인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 지분을 인수하면서부터다.

2006년 10월 미디어솔루션 최대주주인 임용재씨가 보유 주식 중 85만주(27.61%)를 구본호, 엘지벤처투자주식회사, 윈베스트벤처투자주식회사에게 양도했다. 구 씨는 주당 1만9500원씩 쳐서 주식매입자금으로 87억750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주가가 7300원이던 미디어솔루션 주가는 구씨의 인수소식에 12일 동안 상한가 행진을 계속해 3만8850원으로 올라 이상급등종목으로 지정됐다. 구씨는 2006년 10월 18일 신주인수권부사채(BW) 180만주를 사들인 뒤 이중 90만주를 주당 4만5000원에 장외매도해 250여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지난해 9월말 ‘LG인수설’이 나오며 주가가 급등했던 벤처기업 미디어솔루션도 구씨와 관련이 있다. 주당 7300원이었던 주식은 1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3만8550
원까지 올랐고, 구씨는 20일 만에 이를 팔아 329억원 차익을 남겼다.

한편 구씨가 투자한 소프트포럼, 액티패스, 엠피시에 등도 모두 최소 연속 9일 이상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진정내지 약세로 돌아섰다.

증권 전문가들은 구씨의 투자행각에 대해 편승 투자에 나서려는 일반투자가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구씨가 투자했다는 소문만 듣고 뒤늦게 해당 주가의 상투를 잡은 일반투자가들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드디어 검찰 모니터링 받는 LG가 구본호

1975년생인 구본호 씨에 대해선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고 구정회씨의 손자로 LG그룹 구본무 명예회장과는 6촌 사이이고 LG그룹의 물류 부문을 담당하는 (주)범한판토스(구 범한물류)의 대주주라는 것 외에는 세간에 알려진 게 없다. 그럼에도 손 데는 족족 한동안 폭등하는 주식 때문에 그는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가 투자한 이후 일정기간 후 매각해 발생한 차익을 통해 지난 1년여 동안 주식으로 벌어들인 돈은 2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증권가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가 투자자금 모집 차원에서 다른 재벌 2, 3세대에게도 접근하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어 검찰이 그의 행보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구씨를 상대로 코스닥시장에서 시장질서를 교란시킨다고 판단해 비교적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구본호 씨가 받은 조사내용은 주가급등에 따른 시세차익에 대한 조사가 주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 금융조세조사부에서도 구씨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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