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 회장에 노NO 한 여론, 노老 회장 분노憤怒 가득

85세 노인은 6000억대 자산가다. 일가의 상장사 주식보유평가액만 시가로 4조원이 넘는다. 이는 2조 8424억원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 주식 평가액을 뛰어넘는 수치로 우리나라 최고 주식부자 가족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그들에게 이루지 못한 간절한 희망이 있다. 아니 고령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다. 하나는 20년째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첨성대 모양의 세계 최고빌딩 신축이며, 다른 하나는 수도권 근교에 골프장 건립이다. 이처럼 지지부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그만큼의 문제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 환경, 부동산 그리고 국가의 기밀유지가 어렵다는 복잡하고 미묘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러나 고령의 회장은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평생 숙원사업인 관광사업의 화룡점정을 찍겠다는 것이다. 회사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노욕(老慾)일까. 아니면 집념일까. 이득이 없어 실리도 없고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명분도 사라진 신격호 롯데그룹회장의 굽힐 수 없는 욕망. 거인 롯데의 첨성대 돌탑은 쌓일 수 있을까. 답답한 롯데, 성난 이들의 첨예한 대립각을 재어본다.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8만 7550㎡ 현재 시가 기준 1조원의 빈 터. 1988년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819억원을 주고 매입한 잠실의 노른자위 땅이다.

당시 이 땅을 매입한 롯데의 야심찬 계획은 104층 높이 건물 신축이었다. 기존의 롯데월드 옆에 초고층 타워를 지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land mark)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제 2롯데월드 “공군의 고도제한 때문에”

이는 삼성의 반도체, 현대의 자동차와 맞서는 롯데의 초고층 빌딩으로 세계적인 이름을 남기겠다는 신격호 회장의 염원이다. 관광대국이라는 공식을 성립하기 위한 롯데그룹 전체의 향배를 가늠하는 방향키이자 핵심 사업이다.


환경 시민단체 “교통, 환경대란도 있다” 별러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물거품으로 끝났다. 최근 20년간 벌였던 제2 롯데월드 추진이 지난 7월 26일 총리실 주관 행정협의 조정위원회에서 ‘555m의 높이는 허가할 수 없고 대신 203m 이하로 건설하라’고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지난해 6월 공군이 ‘555m의 건물이 들어서면서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203m로 제한해야한다’는 의견을 국무조정실의 행정협의조정에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 측은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와 아무런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론했으나 1년여 간의 첨예한 공방 끝에 결국 공군의 승리로 끝났다. 즉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한 기업의 오랜 열망은 그다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롯데는 공군의 고도제한 때문에 제2 롯데월드를 건설하지 못했다고 억울해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단체들은 그것은 롯데만의 착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환경, 교통시민단체들과 송파구민들도 롯데를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단체인 강동송파환경연합은 “시민안전 불안과 교통환경 지옥을 가져다줄 최악의 건물” 이라며 제2 롯데월드건설에 결사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인근 부지가 이미 교통 혼잡으로 시민 고통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112층이 들어설 경우 입주하는 호텔, 백화점, 사무실 등으로 잠실은 거대한 주차장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것 아니냐” 며 “석촌 호수 주변 문화재에 대한 보호에 대한 대안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계획센터 부장도 “롯데는 내 돈으로 산 내 땅에 건물을 짓는 것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 식으로 ‘묻지 마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지만 내 집을 지을 때도 용적률과 건축률의 규제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민과 송파구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세계에서 최고높이의 건물이 아
니라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이다”며 “기업의 사적인 욕심을 단순한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로 풀려고 하는 오만은 이제 접을 때가 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잠실의 한 부동산 업자는 “잠실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가 고층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송파신도시와 마천 뉴타운 건설로 잠실의 교통과 환경은 최악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며 “업자로서 부동산 상승이 주는 반사이익만 생각하기엔 생활환경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만이라도
시민단체 ‘260만 인천시민 우롱’ 분노


제 2롯데월드 건설이 좌초됐다면 계양산 골프장 건설사업은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에 통과함으로써 첫 단계를 무난히 통과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인천시민들은 “한 번의 상의 없이 지방자치단체와 자본 유착에 의한 계양산 파괴 행위를 일삼는 재벌가 롯데를 상대로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펼칠 것” 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의를 외면하고 시민단체들과 민의를 묵살한 안상수 시장의 퇴진 운동도 함께 벌이겠다” 며 극도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천시민들의 분노는 롯데와의 한 해 두 해의 갈등이 아니라 이미 수십년간 깊은 골이 생겼다는 것이 대부분 의견이다.

이러한 갈등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 회장은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업 종사자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인천시 계양구 다남동 계양산 일대 계양구 목상동, 둑실동, 다남동 일대 전,답 2만5천 평을 포함 총 70만 평을 구입했다. 롯데는 1996년 제정된 농지법에 따라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롯데는 1980년대부터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매번 시민단체와 인천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그러나 계양산 일대의 골프장 건설은 제2 롯데건설과 함께 신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쉽게 그 열망을 꺾을 수 없었다.

특히 1998년 이후에는 3번에 걸친 시도가 인천시민들의 반대로 인해 무의로 끝났다. 이에 롯데는 인천시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롯데월드 추진을 내걸고 고용확대와 지역경제발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결국 롯데의 얄팍한 꾀는 곧바로 들통 났다. 롯데가 약속한 부지에는 롯데월드 건설될 수 없다는 규정이 알려진 것이다. 이에 인천시민들은 ‘롯데가 260만의 인천시민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며 비난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에 지난해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85%가 계양산 골프장을 반대한다는 압도적인 의견이 나왔다.

롯데는 지난 해 골프장 계획부지 내 수림이 가장 풍부한 약 5만여 평의 수목을 무단으로 베고 골프장 잔디를 뿌리는 등의 불법 형질변경을 한 혐의로 계양구로부터 경찰에 고발당해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불법매입, 형질변경, 서류조작, 허위약속
“골프장 건설 위해 갈 때까지 갔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건설이 작성한 환경성검토서 원본과 축약본 비교자료 원본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장조사 때 발견된 2종의 희귀조류와 멸종위기 동물의 발견을 삭제하고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들과 인천시민들은 “롯데 측은 골프장 건설을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불법과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며 “신 회장의 개인적인 염원이 260만의 인천시민들의 민의보다 더 소중한 것이냐”며 분노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1922년생으로 우리 나이 86세다. 그는 이제 일선경영에서 한발 짝 물러서면서 신동빈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있다. 그러나 신 부회장마저도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두고 “잠실 금싸라기 땅에 굳이 랜드마크 빌딩을 짓느니 그룹 수익에 도움이 되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입장이 급선회했다. 사실 제2 롯데월드 건설은 이미 차기 정권의 간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 계양산 골프장건설도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건설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다만 초조한 것은 노령의 노(老)회장뿐이다. 해외 고령의 기업인들은 깨끗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공익사업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

그러나 롯데는 신 회장의 오랜 사실혼 관계인 ‘샤롯데’ 서미경의 회사인 유원실업에게 자회사 밀어주기 부당거래 의혹까지 받았다. 이어 최근에 홀수 달에는 한국, 짝수 달에는 일본에 머물며 경제인으로서의 정리에 들어간 신 회장. 그의 마지막 염원마저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은 노욕일까. 아니면 집념일까. 노(老)회장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거인은 롯데 안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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