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안심 서비스는 무용지물 서비스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리저리 걱정이 많다. 특히 귀가 시간이 넘었는데도 자녀가 집에 오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린 게 아닌지, 나쁜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대개 이동통신회사의 위치확인 서비스를 이용한다. 기존 휴대전화로 자녀의 위치 정보를 통보받는 게 가장 보편적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 모 씨도 마찬가지 경우다. SK텔레콤에서 광고하는 자녀안심요금제에 가입하고 주기적인 메시지만 확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시름 놓고 직장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웬걸, 아이가 인천의 동춘동과 고잔동을 넘나드는 메시지가 오는 것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동네들은 각각 연수구와 남동구에 위치해 있어 서로 구까지 다른데 무슨 위치 정보인지 어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위치확인서비스의 허와 실을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


SK텔레콤에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만 가입할 수 있는 자녀 안심 요금제 상품이 있다. 기본료 1만2500원에 음성통화 등과 함께 위치 확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일 8회 자녀의 위치 정보를 부모에게 알려주는 자동 위치 알림과 일정 지역을 벗어날 경우 부모에게 통보하는 안심존 이탈 알림 기능이 있다.


한 달에만 3만 명 신규가입

다른 요금제 사용자도 한 달에 3500원을 내면 위치 확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 유괴, 납치 등 대형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한 후 자녀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통사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안심 서비스는 지난 3월에만 3만여 명이 신규 가입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 모 주부는 맞벌이로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아이를 돌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 SK텔레콤 홈페이지 광고만 믿고 큰 맘 먹고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주기로 결심했다. 바로 SK텔레콤 대리점을 찾아 대리점 담당자에게 아이 위치추적이 가능한 자녀 안심 서비스에 가입한다고 하니 담당자는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하더란다. 가입 후 첫날부터 서비스가 안됐지만 첫 날이라 그런가 보다하고 다음날 다시 대리점에 의뢰해 3일째 돼서야 서비스가 개통됐다고 한다.

방학인 관계로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위치한 집에 있는 아이가 인천 남동구 고잔동에 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이가 다른 동네를 넘나드는 것이 아닌가? 김 씨는 혹여 납치라도 됐나 놀란 가슴에 일도 접어두고 집으로 갔더니 아이는 집에 그냥 있었다고 한다. 철석같이 믿고 있는 서비스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다행스런 맘에 그냥 순간적인 오류겠지 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궁금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상담원이 연락을 준다고 기다리라 했다. 이 후 한참 후에 온 답변이 오류가 아니고 동춘동에 있는 기지국이 폭주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동춘동 기지국이 폭주하면 옆 기지국에서 서비스하고 아니면 동춘동 기지국에서 서비스하기에 그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김 씨는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동춘동에 있는 아이가 어떨 때는 동춘동에 있다고 하고 어떨 때는 고잔동에 있다고 메시지가 온다니 무슨 말인가? 동만 다른 것이 아니라 구(연수구, 남동구)도 달랐다고 한다. 김 씨는 분개하며 “아이 소재를 모르는 경우 완전히 부모는 아이에게 무슨 일 난 줄 알거 아닙니까. 이게 자녀 안심 서비스냐” 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주는 이유가 상당수의 경우 위치추적 서비스 때문인 걸로 안다 이래서야 추적은 물론 무슨 범죄에 대처가 되겠냐며 차라리 위치 상상서비스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씨는 또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것이 불편을 끼쳤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가입비 깎아준다고 해서 그냥 해지했다” 며 “안심서비스를 위해 가입비를 냈는데 서비스가 불량이라 해지를 하는데 깎아 준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심정을 털어놨다. 덧붙여 “첫정이 든 핸드폰 반납하고 마음 아파하는 딸 아이 보기가 안쓰럽고 서비스도 못한 요금을 받는 SK텔레콤이 원망스럽다”며 “자녀안심서비스는 절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의 관계자는 “별문제가 없다며 실제로 기지국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기에 구가 붙어있는 지역에서는 기지국의 위치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며 “원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고 말했다. 이에 의아한 생각에 기자가 그럼 허용오차범위가 얼마나 되냐고 묻자. “시골의 경우 최대 7Km까지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기술상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사실상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SK텔레콤이 원망스럽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을지로4가역에서 동대문운동장역 구간의 거리가 601m이다. 최대 7km 오차가 발생한다면 촌각을 다투는 범죄예방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서울시만 가정해도 서로 연결된 구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아이들이 등하교 하는 범위라 해봐야 대부분이 2~3km 안에 드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다.

기자가 SK텔레콤 관계자에게 과대광고 아니냐며 이런 맹점이 있다면 사전에 홈페이지에 참조 표시라도 해서 허용오차 등을 명시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SK텔레콤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 한다” 며 “논의를 통해 고려해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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