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론스타·HSBC 계약 지켜보겠다”

지난 3일 세계적 은행인 HSBC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깜짝 계약으로 외환은행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를 희망했던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농협들로부터 역차별론이 대두되고 있고 론스타에 대한 반국민정서가 들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외환은행과 노조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합리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HSBC은행이 새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현재 경영진과 직원들은 환영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지난 3일 HSBC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키로 합의했다.

이번 계약의 골자는 주식매매대금으로 내년 1월 31일까지 인수가 완료될 경우, 총 63억 1700만 달러 현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또한 내년 1월 31일이 경과한 후, 거래가 완료될 경우 1억3300만 달러를 추가 지급키로 했다.

2006년 말 기준 HSBC은행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유럽, 아시아, 태평양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83개국 1만여개 지점 네트워크에 고
객이 1억2500만명이다.

런던, 홍콩, 뉴욕, 파리, 버뮤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자기자본은 1억4200만 달러로 세계 3위, 자산은 1조8607억5800만달러로 세계 5위 규모 의 은행이다.


위기의 론스타, HSBC와 깜짝 계약

지난달 HSBC 인수설이 불거졌을 때 다소 부정적이었던 입장을 보이던 외환은행 노조가 HSBC와 론스타의 깜짝 계약 이후 찬반 입장은 유보한 채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지성 노조 위원장은 “외환은행 직원들은 지난 3년간 독자생존을 주장해 왔다”며 “올 들어 론스타 지분의 분산 매각을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외환은행의 행명 유지, 독립경영, 고용보장, 장기적 발전 등과 관련 인수자 요건을 꾸준히 밝혀 온 가운데 HSBC가 이런 요건에 부합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의 조건이 반영된다면 과점 주주라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외환은행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선택의 폭도 그만큼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외환은행 노조가 HSBC의 입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 된 이상 약속이행 수위를 보고 찬반의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노조는 당시 론스타가 불법행위 여부와 2003년 매각 자체가 성급하고 무리했다는 것에는 변함없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당시 매각을 주도한 것이 재정경제부였고 론스타에 승인을 내준 것은 금융감독위원회였던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깜짝 계약에 앞서 그간 국내 자본으로의 피인수를 위해 국민연기금이나 여러 공제회들과 협력을 추진해 온 바 있었다.

리처드 웨커 행장 등 현 외환은행 경영진은 HCBC의 인수를 환영하고 있다. 지난 3일 웨커 행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외환은행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직원들은 외환은행 인수의사를 밝혀 온 국민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 및 농협보다는 오히려 HSBC가 나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인수 의사를 희망하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역시 외국인 지분이 80%에 달함을 감안할 때 배당 등의 문제는 외국 쪽으로 귀결되는 상황”이라며 “국민은행, 하나금융 등과 외환은행과는 지점도 겹쳐 결국에는 안정적인 고용승계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외환은행은 2003년 론스타 매각만 아니었다면 지금 매물이 돼 있을 아무런 이유가 없는 은행이었다.

외환은행은 IMF 이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공적 자금을 받지 않고 경영을 정상화한 유일한 은행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당국은 당시 소매금융에 치중했던 은행들은 ‘우량은행’으로 평가했던 반면 기업금융에 주력했던 외환은행은 외화자산이 많았던 특성상 결국 조건부 승인은행에 지정했다.

외환은행은 이후로도 현대그룹 위기 등으로 계속 악조건에 놓이게 됐다.

외환은행은 공적자금 대신 독일 코메르츠은행으로부터 금융기관 사상 첫 외자유치를 통해 위기 돌파를 시도했고 점포 151곳 폐쇄, 직원 상여금 반납과 임금동결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3500여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나야 했다.


끊이지 않는 외환은행 매각과정 적법성 논란

결국 2002년 4월 경영개선권고은행의 굴레를 탈피했지만 그 해 10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기기 위한 극비 협상이 시작된 것을 외환은행 직원들 아무도 몰랐다.

당시 외환은행의 부실을 터무니없이 과장한 자료들이 론스타에 대한 예외승인의 근거로 사용했다는 것은 국회, 감사원, 검찰 등 2003년 매각을 조사한 국가기관이 공통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론스타의 신주 인수대금 대부분이 곧바로 외환카드의 과다한 충당금 적립에 사용됐고 최근 외환은행의 한해 순익만 론스타 출자금 총액과 맞먹었다는 점에서 론스타에 팔지 않았다면 지금쯤 외환은행은 매각 없이 유지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론스타는 만 2년이 지난 2005년 11월 외환은행을 매물로 내 놓았다.

2003년의 일시적인 경영 부진 이후 외환은행은 2004년 곧바로 흑자전환했고 크지 않은 은행 규모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연속 1조원이 넘는 순익. 올해도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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