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열 게이트 사건’으로 구속된 정대철 열린우리당 전의원은 청와대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 전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으로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했지만 여권 인사 중 유일하게 ‘영어’의 몸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말 김원기 국회의장이 면회 갔을 때 정 전의원은 “형, 나를 이렇게 놔둘거야”라고 고함치며 책상을 내리쳐 팔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현정권에 불만이 가득한 정 전의원을 두고 여권에서는 ‘폭탄’이라는 말을 한다.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가 여권의 대선자금과 관련된 ‘폭탄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전의원은 자신을 면회온 정치권 인사들에게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섭섭함과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그는 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출소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근래에 정 전의원을 면회한 인사들의 전언이다. 김영일 한나라당 전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불법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해 12월 24일 김 전의원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2년 추징금 11억 51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받았다.신년 초 김 전의원을 면회한 한 측근은 “김 전의원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전했다. 수감생활에 대한 질문에는 “구치소 생활이 뭐 특별한 게 있겠느냐”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법률고문이었던 서정우 변호사는 지난 대선 당시 김 전의원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됐다.서 변호사는 이 전총재의 최측근이다.

서 변호사가 검찰에 체포될 때 이 전총재 관계자는 “이 전총재가 가장 믿는 사람이고 법조인 시절부터 서로 가장 아끼는 사이”라며 “서 변호사를 체포한 것은 이 전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과 같다”고 말했다.이 전총재가 대통령이 됐으면 서 변호사가 초대 감사원장을 맡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서 변호사는 이 전총재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서 변호사는 이 전총재의 경기고, 서울대 법대 8년 후배이며 김 전의원과는 대학동기로 지난 대선 때까지 ‘부국팀’이라고 불리는 이 전총재의 개인후원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정 전의원, 김 전의원과 함께 2월 사면설에 서 변호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대선자금 등 정치권 비리사건으로 구속됐던 인사들이 대부분 풀려났지만 이들 범털 3인방은 아직도 영어의 몸으로 남아있다. 노 대통령의 취임 3주기인 2월에 정치권 인사들의 특별사면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이들의 사면설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구정을 구치소에서 보내야 하는 범털 3인방이 다가오는 봄을 밖에서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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