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Incredible India', 인도를 소개하는 관광캠페인 슬로건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다양성을 지닌 인도. 그 너른 땅의 북동부에 아루나찰 프라데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인도 땅에서 티베트 불교와 고산족의 삶을 돌아보며 역시 ‘Incredible India'라고 외치던, 산과 구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여행의 새로운 경지를 맛보던 며칠의 시간들.  

 

Day 3. 타왕 투어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찾아가고픈 이유

티베트어인 타왕은 ‘천상의 낙원’ 또는 ‘신이 선택한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수도인 델리에서는 2,50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티베트 자치구가 속한 중국 국경에서는 불과 20여 km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티베트 문화 속에 인도 문화가 공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자들 그리고 수많은 인도인과 외국의 불교신자들이 이토록 멀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티베트의 라싸Lhasa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티베트 불교 사원이자 인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을 찾기 위해서다. 타왕 사원은 또 다른 의미에서도 무척 중요한 곳이다. 티베트가 아닌 해외의 티베트 사원 중 티베트 불교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타왕에서 태어난 6대 달라이라마 챵양 기아쵸Tsangyang Gyatso가 이곳에서 활동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23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지만, 생전 이곳 사람들과 무척이나 친근했다고 전하는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당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3000 미터가 훌쩍 넘는 산중에 우뚝 선 채 위용을 뽐내고 있는 타왕 사원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멋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노랑과 주황으로 변화하는 사원의 지붕들이 거대한 성처럼 길게 늘어선 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마법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끌려가듯 찾아간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무척이나 평안해 보인다. 타왕이 겪어 온 많은 역사의 장면들을 약 350년 간이나 지켜보며 이 거친 땅에 불심을 더욱 굳건히 해 온 이유 있는 여유로움이 스며 있고, 앞으로도 그 시간이 불멸에 이르도록 열심히 수도와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라마들의 노력이 지금도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타왕의 전통마을을 찾았다. 특별히 문화재 등으로 지정된 인공적인 마을이 아닌, 타왕 사람들이 오래된 마을이라고 이야기 하는 예전 그대로를 지켜가고 있는 마을이다.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마을의 집들은 100년 이상 지난 건물들이 대부분으로, 과거 이 지역의 건축 양식에 따라 지어진 건물들이라고 한다. 작은 벽돌들을 손으로 쌓아올려 지어서인지 조금은 투박해 보이지만, 지금도 큰 문제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따금 필요하면 주민들이 직접 자재를 구해 손질을 하고 있지만, 꽤나 튼튼하다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가이드를 따라 집 주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몇몇 집을 둘러보던 중에,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이 마을의 라마. 75살의 나이가 무색하게 화사한 얼굴로 좁은 방에 앉아 있던 그의 손은 두툼했지만 부드러웠고 그의 미소는 막 웃음을 처음 배운 아기와 같았다.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식자원인 야크 치즈 향이 집안에 맴돌고, 검소한 자신의 자리와는 달리 화려하게 꾸며 놓은 제단을 보며 이곳 사람들의 지극한 불심과 함께 하는 무욕의 삶을 짧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타왕 전쟁기념관 Tawang War memorial

중국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타왕 일대에는 상당한 규모의 군부대가 주둔하며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아루나찰 프라데시는 오래전부터 중국과 영토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먼 과거부터 이곳은 티베트의 영토였는데, 인도가 영국의 식민 지배하에 있으면서 영국에 의해 인도의 영토로 바뀐 것.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며 자국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지금까지도 양국은 이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타왕 전쟁기념관은 이런 이유로 인도와 중국 간에 발발했던 과거의 전쟁에서 희생당한 군인들의 충혼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공간이다. 

 

6대 달라이라마 생가터, Ugyenling Temple

1487년에 지어진 6대 달라이라마의 생가터도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은 곳이다. 타왕에서 약 5km 떨어진 깊은 곳에 꼭꼭 숨어 있는 작은 집으로 지금도 거추장스러운 포장은 찾아볼 수 없는 아담하고 소박한 곳이다. 입구에 서 있는 거대한 나무는 우리네 당산나무를 연상하게 할 만큼 크고 아름답다. 그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성스러운 기운이 집 내부에서도 잘 느껴지는데, 곳곳에 작은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거대불상 Giant Buddha Statue

타왕에서 가장 높은 곳에 거대한 금불상이 앉아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면 멀리 타왕 사원과 함께 타왕의 곳곳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불상 내부에 들어갈 수 있으며, 내부에는 티베트 불교와 관련된 벽화, 불상 등이 모셔져 있다.

 

Day 4&5. 타왕-봄딜라-구와하티
에필로그, 새로운 것들 그리고 새로움의 의미에 대한 발견

타왕을 떠나 지금까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같은 길을 가면서 그동안 들르지 않았던 곳들도 지난다. 거대한 누라낭 폭포Nuranang Falls는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여행하면서 놓치기 아까운 비경을 뽐낸다. 약 10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는 웅장한 산속에서 고요히 흐르는 작은 강과 조화를 이뤄 황홀한 풍경을 선사하고 여행객들은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히말라야의 감동을 느끼며 히말라야에 숨은 또 다른 모습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미 한 번쯤 스쳐갔던 길이지만 그 길은 한층 달라졌다. 여전히 험하고 거칠지만 마음은 첫 드라이브에 비하면 훨씬 가볍다. 길을 막고 느릿느릿 걸어가는 야크와 양떼도 반갑고, 이따금씩 보이는 작은 마을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궁금하다. 차마 눈을 두기 어렵던 거대한 절벽 위를 수놓은 좁은 길도 아름다운 작품으로 느껴진다. 전망 좋은 휴게소에 내리면 얼른 따뜻한 짜이 한 잔부터 손에 들고 여유롭게 주변 절경을 감상한다. 관심 없던 전쟁기념관에도 슬쩍 한 번 들어가 본다. 무려 해발고도 4,500미터에 이르는 곳에 위치한 팡캉 텡 쵸 호수Penga Teng Tso Lake에서는 몸도 새롭게 변했음을 느낀다. 타왕으로 가는 길에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펼쳐진 호수 앞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지러움과 긴장감 그리고 급격히 빨라진 심장박동에 당황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버터로 만든 차 한 잔을 편안히 즐기며 하늘 위 호수를 온전히 만끽한다. 너무나 빠르게 스쳐가서 미처 카메라로 담지 못한 풍경, 그럼에도 심장 깊은 곳에 단숨에 꽂혀 버린 풍경들이 점점 쌓여간다. 타왕을 이미 다녀왔다는 자신감과 좋은 기운을 몸과 마음 가득히 담아왔다는 정신적 풍요로움이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대하는 법을 새롭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새로움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네 번째 날의 목적지 봄딜라로 가는 길의 마지막에는 초행길이 포함되어 있다. 봄딜라의 입구에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태양에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고 있는 하얀 설산 봉우리를 만난 순간. 해발 6,800미터가 넘는 고리첸 피크gorichen peak다. 아루나찰 프라데시 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여행의 마무리를 조금 더 감동적으로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평생 한 번 밟아보기 어려운 곳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 아직 가야 할 곳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아루나찰 프라데시의 마지막 밤을 더욱 바쁘게 한다. 해가 진 봄딜라의 시내에서 숙소를 나와 늦은 시간까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음 날 새벽같이 해가 뜨는 고리첸 피크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그곳을 찾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짜이를 마시며 시작한 하루, 여전히 남아있는 구와하티까지 가는 마지막 긴 드라이브를 생각한다. 또 다시 새로운 인도를 만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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