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의 영광만 가지려 할뿐 나의 고통은 나누려 하지 않았다.’ 올림픽 월계관을 움켜쥐고 국민적 영웅으로 찬연히 떠올랐던 마라토너 황영조씨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말한 대목이다. 사람이 갖는 이기적 속성을 아주 간결한 표현으로 신랄하게 꾸짖은 말일테다. 그렇다. 국가 경영에서부터 기업 경영에 이르기까지 갈등 요소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태반이 고통을 함께 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되는 정황이 짙다. 크든 작든 지도자가 집단의 살림 규모를 꾸려 가기에는 도저히 리더십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있기 마련이다. 이때 지도자는 고민에 싸여 누구도 짐작기 어려운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을 하게 된다.이렇게 해서 내려지는 고독한 결단은 대개가 개혁적일 수밖에 없다. 개혁적이란 것은 한마디로 기득권의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세력과 기득권세력은 공세와 수세의 입장에서 불꽃 튀는 한판 승부가 불가피 해진다. 조직 집단내의 충돌과 불협화음이 이 같은 맥락에서 빚어지는 것이라면 국가나 기업 할 것 없이 발전을 담보로 한 얼마간의 아픈 시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인내해 내야 한다.그러나 그것이 이분적 잣대의 적개심에서 출발된 판갈이 목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면 어떠한 목표도 또 다른 이기주의를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서라는 나라 정치가 공격을 받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국민이 볼 때 위정집단의 강한 이기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이 벌이는 정쟁과 치졸해 보이는 몸싸움이 나라 전체가 아닌 자신들 집단의 눈앞 이익과 장래를 위해서라는 인식이 국민정서를 사로잡은 까닭이다. 그동안 정치권의 물갈이를 웬만큼 이루어 냈지만 시간이 흐른 후의 지금 나라모양이 어떤가?정치하는 얼굴들만 많이 바뀌었을 뿐 정치 판떼기는 조금도 형태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런지는 말할 것도 없이 영광만을 가지려는 이기심이 단초일 것이다. 초심은 분명히 그게 아니었는데 그 마음을 지켜 내는데 필요한 고통이 싫은 것이다. 어떻게 당선된 국회의원 자린데, 좀 비굴한 생각이 들고 펼쳐놓은 판이 맘에 안 들어도 화려한 영광을 가질 수만 있다면 좋은 것이다. 이게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되어 정치판이 바뀌지 않는 솔직한 연유일 것이라는 판단이다.인적 물갈이에 성공했던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정치판을 지켜본 결과가 이렇다는 사실에 민심은 참기 어려운 배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확연하지가 않다. 어떻게 보면 나라꼴이 정부는 정부대로, 이합집산의 정치권은 또 자기들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모두가 따로 노는 형국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상을 이렇게 만들기까지에 국민집단 역시 아무런 고통 없이 영광만을 가지려는 이기가 아주 큰 몫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을 크게 겁내지 않는 것이 그들 전부가 독불장군 이어서가 아니다. 바로 이 같은 국민 이기가 오늘의 독선정치를 키우는 측면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두려운 곳이 없는 정치는 오만 방자한 행태로 나타나는 법이다. 나라 정치가 오만해지면 모두가 함께 불행해지는 이치는 우리의 오랜 역사가 입증해주고 있다.근자 김우중씨의 돌연한 귀국을 놓고도 나도는 억측들 다가 오만한 꼼수정치를 전제한 맥락이다. 이처럼 불신의 늪에 빠져 따로 놀고 있는 나라를 국제 사회조차 희망 있는 나라로 믿고 인정해 줄 리 만무하다. 선진한국이 말로 될 턱 없다. 영광도 고통도 다 함께 나누겠다는 각오 없이는 우리의 미래가 없다는 강한 인식이 나라 희망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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