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경선 승리 이끈 숨은 주역 집중해부 >>

“여론조사 기관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류한 서혜석 의원이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서 발표한 브리핑 내용이다. 한나라당 경선 직전 이명박 진영에 합류한 한국갤럽 최시중 전회장을 두고 나온 발언으로, 당안팎에서 비판적 시각이 팽배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여론조사 기관 중 일부가 친이명박 성향이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원인이기도 하다.
서혜석 의원은 당시 현안 브리핑을 통해 “한국갤럽의 최시중 전 회장이 이명박 캠프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것은 여로조사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부정적인 인사”라며 “한국갤럽이 이명박 선대위의 여론조사를 함께 담당하고 있어 그동안 의문이 제기돼 온 게 사실”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 고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이 후보를 위해 뛰어들었다. 온갖 비난 속에서도 ‘베일에 가려진 채’ 캠프의 핵심으로 뛰었던 최 고문의 동선을 추적해봤다.


이명박 후보측은 상임고문으로 최 전회장을 임명한 부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여론조사 기관의 중립성 등에 의문을 제기되자, 최 고문은 스스로 회장직을 내놓고 모든 지분을 매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당내 경선에서 최 고문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상당히 컸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갤럽효과’를 통해 ‘이명박 대세론’을 불러온 장본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경선 막판 내놓은 정확한 분석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 갤럽효과는 국내 최대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서 가장 먼저 이 후보의 지지율을 고점에 찍은 이후, 여타 여론조사기관도 그 기류를 따라가게 된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해 말 한국갤럽 조사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박 후보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지지율 고공행진은 사실상 이번 경선의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고문은 캠프에 합류한 뒤, 그동안 여론조사기관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다. 경선 막판에 이 후보와 박 후보간 ‘격차가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캠프 핵심 인사는 이와 관련, “최시중 고문은 언론사 조사와 달리 경선 막판에 1% 안팎의 초접전 양상에 와 있다는 분석을 내놔 놀랐다”면서 “본인이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캠프에 ‘비상’을 걸었던 것도 최 고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승리하게끔 만든 최고의 공신으로 최 고문을 손꼽는 것도 이처럼 ‘발 벗고 나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최 고문이 이 후보에게 ‘올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이 그동안 쌓아온 든든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고문은 서울대 정치학과 시절 상대를 다녔던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이 부의장을 통해 이 후보를 알게 된 최 고문은 지금까지 50여년 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이 후보가 정계에 입문한 1992년 이후, 여론조사 기관에 몸담으면서 구축된 경제계와 정치권 인맥을 바탕으로 자문역을 수행해왔다.

이번 경선 막판엔 여론조사 관련 대책 회의를 주재하며 보이지 않는 ‘선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후보에게 수시로 ‘바른말’을 하는 일도 최 고문의 역할 중 하나였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 고문의 측면지원은 가장 큰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외곽 지원조직 관계자는 “경선 막판에는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재오, 정두언 의원 등이 수시로 최 고문 방을 찾아 상황을 논의했다”면서 “사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최 고문이 드러나게 된 것도 그의 역할이 커지면서부터다”고 했다.


용산빌딩 인근 오피스텔로 옮겨

최 고문이 캠프 바로 옆에 위치한 대하빌딩 4층에 터를 잡고 이 후보를 본격적으로 지원한 시기는 7월 말경이다. 당시 최 고문 사무실 옆에는 박창달 전의원 사무실을 비롯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선조직들이 나란히 운영되고 있었다.

포럼형식의 한 지지조직은 최 고문의 손과 발이 되어 캠프를 측면 지원하는데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종료 후 최 고문은 현재 대하빌딩 사무실을 폐쇄하고 인근 오피스텔로 거처를 옮겨 판세 분석과 본선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최 고문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9월말부터 본격 가동될 선대위에서 실무 책임자인 이재오 의원과 함께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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