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마케팅에서 고객의 마음에 자사 제품을 어떤 이미지로 자리잡게 할지를 결정하는 브랜딩 전략을 고객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 한다. 즉, 소비자의 마음속에 바람직한 위치를 형성하기 위해 자사 제품의 특성을 설명하고 다양하게 홍보하는 활동 전반을 말한다. 포지셔닝은 단순히 어떠한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핵심 소비자층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사용을 유도하여 시장에서의 위치를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되니 수많은 정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범중도보수 대통합을 통하여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그룹도 있다. 반대편에서는 ‘묻지마 통합’이니 ‘떳다방 창당’이니 하면서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들 모두 일정한 목표와 전략 하에 통합하고 창당하는 것일게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독주 가운데 혁신대통합을 통해 대항하려는 통합신당 그룹과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안철수 전의원 등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고객인 유권자의 가슴에 제대로 소구할 수 있을 것인가?

포지셔닝 가운데에는 ‘속성’에 의한 포지셔닝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인데, 식당이 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원조라고 내세우는 것처럼 경쟁 제품과는 다른 편익이나 속성을 보유한 것을 소비자에게 인식시켜 주는 전략이다. 범중도보수 대통합 신당의 속성은 ‘혁신과 통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안철수 전 의원이 창당하는 신당은 안철수 전 의원의 정체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혁신통합신당’이나 중앙선관위로부터 사용이 불허되었지만 ‘안철수신당’과 같은 당의 명칭으로 유권자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으려 할 것이다.

운동 후 갈증이 날 때는 어떤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을지 등 특정 상황에 처한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바로 떠올리도록 하는 전략과 같이 ‘사용 상황’에 따른 포지셔닝 전략도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해 온 현 정부와 여당이 소위 ‘조국 사태’ 이후 ‘추미애 법무부와 윤석열 검찰 갈등’ 상황을 유발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이 증폭되기 시작하자 공정과 정의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을 인재로 영입하는 경쟁을 통해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경쟁 제품과의 묵시적인 비교를 통해 경쟁 우위를 강조하거나 비교광고를 통해 명시적으로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전략처럼 ‘경쟁사’에 의한 포지셔닝 전략이 널리 사용되다 보니 이제는 일반적인 전략이 되었다. 이는 소위 ‘프레임’ 전쟁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라지면서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라든지 ‘야당 심판론’ 등의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프레임 전쟁이 가장 잘 먹히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가 말하듯이 ‘생각하지 마’라고 할수록 오히려 코끼리를 떠올리는 것처럼.

노력과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기는 하지만 ‘리포지셔닝’ 전략으로 고착화된 기존의 나쁜 이미지를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탄핵 이후 고착화된 이미지와 지지율을 범중도보수 대통합을 통해 혁신 세력 외연 확장으로 돌파하려는 자유한국당 및 손학규 당대표와의 신물나는 싸움 끝에 신당 창당을 시도하는 안철수 전 의원 모두 ‘리포지셔닝’이 절박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소비자가 다 똑똑해졌다. 결국, 제품(표)을 팔고자 하는 고객(유권자)에게 머리가 아닌 가슴에 꽂히도록 ‘포지셔닝’하는 정당과 후보만이 제품을 팔 것이다. 아무리 선거 시계가 빨리 돌아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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