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두 가지 공포에 휩싸여 있다. 하나는 ‘우한 폐렴(코로나19)’에 대한 건강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 소비 절벽·대량 실업 등에 대한 경제 공포이다. 국민은 불안한데 집권 세력은 낙관론을 의도적으로 퍼뜨려 사태 수습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죽음의 공포와 장밋빛 낙관론은 둘 다 미증유의 위기 극복에 독(毒)이 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역사상 초유의 대공황에 직면했다. 그는 1933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오직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것뿐이다”이라며 공포에서 벗어날 것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동시에 “오직 바보 같은 낙관론자만이 당면한 위기의 어두운 현실을 부정한다”며 낙관론도 경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초기 우한 폐렴 대응은 낙관론으로 치우쳤다. 그는 2월17일 이 질병과 관련, “언론을 통해 지나치게 공포·불안이 부풀려졌다”며 비판했고 23일엔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월5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 가고 있다.”고 속단했다. 두 사람의 성급한 낙관론은 문 정권의 방역 대응이 성공적이라고 홍보하기 위한 자화자찬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낙관론은 국민을 방심케 했다. “오직 바보 같은 낙관론자만이 당면한 위기의 어두운 현실을 부정한다”는 루스벨트의 경고를 떠 올리게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3월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폐렴을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라고 선언한 뒤에서야 뒤늦게 이 팬데믹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는 이미 오래전에 띄웠어야 옳다.

하지만 경계해야 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오직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것뿐”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지나칠 만큼 두려움에 떨며 마스크 쓰고 쇼핑이나 음식점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물론 우한 폐렴은 전염성이 사스나 메르스보다 강하다는 데서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처럼 전 국민들에게 약국과 식료품 구입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금지시켜야 할 형국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최악 상황은 아니다. 지나친 공포심 확산은 멀쩡한 사람의 정신 건강마저 해치고 산업 생산과 소비를 마비시킨다. 우리 정부는 공포 섞인 외출자제 권고로만 그치지 말아야 한다. 밀집 집회나 근접 접촉 등은 금제되어야 하지만 전염병 통제에 방해되지 않는 선 에서 국민들의 소비활동은 장려되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면서도 미국인들에게 더 많이 소비활동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정부는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을 위한 100조 원 투입으로만 그쳐선 안 된다. 차제에 지난 3년의 잘못된 경제정책 방향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52시간 예외 확대·법인세 인하·고용과 노동시장의 선진화 등 친시장·친기업 환경으로 나서서 죽어가는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차가운 겨울이 깊어지면 새싹 돋는 따뜻한 봄이 다가오듯이 우한 폐렴이 극성을 부리면 종식될 날도 다가오고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이미 중국에서는 우한폐렴이 고비를 넘기고 공장 가동이 조금씩 재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때에 정부의 전면적인 경제 회복 대응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경제 후유증은 장기화된다. 낙관도 비관도 말고 냉철히 대처한다면 건강과 경제를 함께 위협하는 팬데믹을 슬기롭게 이겨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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