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해리 해리스(Harry Binkley Harris, Jr.) 주한 미국대사가 이번 11월 사임하길 원한다는 보도가 나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리스 대사의 사임 이유로는 바로 ‘모욕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 간 긴장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 ‘로이터 통신’이 밝힌 한 소식통에 따르면 ‘열심히 노력해도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인종차별주의적 비난을 가하는 것은 깊은 유대감과 호감을 가진 동맹국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고 밝혀 그 여파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가 느끼던 부담의 원인은 단순히 그의 심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과의 개별 관광 추진에 대해 ‘한·미 워킹 그룹을 통해 다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자, 집권여당 측에서 ‘내정간섭’이라는 이유로 연일 해리스 대사를 향해 ‘(일제시대의)조선 총독인가’, ‘콧수염이 일본(제국주의 시대의)순사 같다’라는 등의 맹비난을 쏟아부었다. 바로 이 같은 비방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인종차별주의적 비난’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미국의 언론사들은 이에 대해 “가장 기괴한 비방”이라며 “해리스 대사의 태생에 대한 문제를 삼는 여론이 있다. 그를 일본계 혈통이라 부르는 것은 거의 분명히 인종차별로 여겼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과의 개별 관광 추진 안건에 대한 의견 개진은 곧 해리스 대사의 ‘해명 아닌 해명’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가 됐다. 해리스 대사는 올해 초 신년 외신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콧수염 막대기’를 기념품으로 나눠줬는데, 이날 그는 “다른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국 해리스 대사가 우리나라 집권여당에서 언급한 ‘내정간섭’에 대한 해명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해리스 대사가 있던 서울 중구 정동의 미국 대사관저에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라는 친북(親北)-반미(反美) 성향 단체 소속 회원 17명이 대사관저를 집단으로 불법 침입하면서 9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이들 단체의 산하단체인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은 조직 운영위원장 유모 씨(37)는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15기 의장 출신으로, 해당 단체는 과거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로 확정됐었다. 당시 대법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대남적화통일노선에 부합하는 폭력혁명노선을 채택했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유 씨는 미 대사관저 불법 침입을 시도한 ‘서울대학생진보연합’에 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 앞서 지난 2018년 9월 중국 여성의 대사관저 침입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미 국무부 대변인은 친북 성향 단체의 침입에 대해 “불법 침입한 두 번째 사례라는 점을 주목하며 강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2018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돼 그해 중순 우리나라에서 입국했다. 미국의 4성 해군 장군 출신이기도 한 해리스 대사의 경우, 그의 부친은 6·25 전쟁 참전용사다. 그런 그가 세대를 넘어 우리나라로 발령받은 배경에는 미국이 한·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관측과 함께, 동북아시아의 안보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한국 사람들이 팔 벌려 나를 환영해 줬다. (한국에서의) 멋진 몇 년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해리스 대사가 “한국에서 더 일하기보다 이번 11월까지만 머물기를 원한다”라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적극 부인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그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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