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 3년이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71%(한국갤럽 자체, 6∼7일 1004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나타냈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국민 삶은 위태롭다.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지표에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희망보다는 잘 해야 현상유지란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여건은 좋지 않다. 보통은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시기에 70%가 넘는 문 대통령 지지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통상 찬성이 7,80%라면 반대가 큰 의미가 없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즉 여론조사에서 7,80% 응답은 거의 모두 동의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민 다수가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 야당이 역대급 패배를 당했지만 40%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대략 네 가지로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침묵의 나선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침묵의 나선 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은 여론 형성과정에서 자기 생각이 다수와 동일하면 적극 동조한다. 그러나 자기 생각이 소수라고 여겨지면 남에게 핀잔 받거나 고립이 걱정돼 침묵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은 상당히 높다. 이런 여건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뜻 응답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전화면접조사에선 조사원을 의식해서 응답을 회피하거나 본래 생각과 다르게 답변할 수도 있다.

둘째, 총선 압승 영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3주가 지났지만 선거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다. 승리한 여권은 내부 진용을 정비하고 21대 국정운영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패배한 야권은 당 쇄신방안 표류, 사전투표 시비,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의 북한 김정은 유고설(說) 등 각종 난맥상을 표출하고 있다. 보수 야당 실책효과는 문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야권 차기 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던 황교안 대표는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복당 절차가 남아 있다. 불출마한 유승민 의원도 목소리가 예전만 못하다. 나경원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 신인에게 고배를 들었다. 원희룡 제주지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남아 있지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리멸렬한 야권 주자들 때문에 문 대통령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넷째, 임기 만 3년이란 기념일도 문 대통령에겐 플러스 요인이다. 새해, 1주년 혹은 2주년, 명절과 같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기엔 주목도가 높아진다.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5월9일 보궐선거, 10일 임기 시작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더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만 3년이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지지율 71%는 비정상적으로 높다. 임기 후반 지지율 하락은 생로병사와 같이 자연스럽다. 경제위기 심화·180석 거대 여당 리스크·차기구도 둘러싼 여권 내 분화… 하락 요인이 곳곳에 널려 있다. 문 대통령은 연령별, 지역별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과 소통, 신뢰 면에서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만큼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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