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용성에서 부산 영도다리까지 이어지는 7번국도. 이 길은 백두대간과 동해바다가 함께 달리는 길이어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 중에서 삼척의 청정해역이야 말로 아름다운 절경들이 숨어 있다. 맹방, 덕산, 부남, 궁촌, 용화, 장호, 임원, 호산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해수욕장과 때 묻지 않은 포구가 보석처럼 박혀있기 때문이다. 요란한 유흥시설도 없고 큼직한 숙박시설도 갖추지 않았던 것이 어쩌면 삼척이 천혜의 자연을 유지해온 비결인지도 모른다. 도심생활이란 세파에 찌들려 잃어버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삼척의 해변이다.

삼척의 비경, 부남해수욕장

삼척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인 맹방해수욕장은 비교적 편의시설을 잘 갖춘 곳이다. 길게 이어진 해송 숲도 볼만하고 핑크빛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해당화도 아름답다. 백사장이 넓고 수심이 완만해 가족여행지로 더 없이 좋다. 이곳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와 이영애가 파도소리를 녹음기에 담았던 곳이기도 하다. 해변의 남쪽에는 마읍천이 흘러 담수욕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은어 낚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강태공들이 몰려든다. 한여름에는 바다음악회, 명사십리 달리기 대회와 맨손 송어잡기 체험행사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함께 열린다. 해송숲에는 6홀 규격의 맹방 골프장이 있다. 맹방에서 마읍천을 건너면 완만한 수심을 자랑하는 덕산해수욕장이 손짓한다. 바다의 섬처럼 떠 있는 덕봉산을 배경으로 은빛 백사장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고개를 넘으면 아담하고 예쁜 덕산항이 나온다.

포구는 어머니 품안처럼 포근하여 오래도록 머리를 처박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빨간 등대와 태백의 준령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들락거리는 고깃배와 선창가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민초들의 손놀림은 소박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갓 잡아 올린 횟감은 싱싱하고 저렴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해안길에 들어서면 보석처럼 빛나는 부남해수욕장을 만난다. 삼척토박이들조차 이곳을 찾지 못할 정도로 외딴 곳이다. 사람들의 발길조차 닿지 않았기에 순수한 바다풍경을 고스란히 간직 하고 있다. 해수욕장이라고는 하지만, 해변이 200m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은빛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모래가 곱고 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물이 깨끗하다. 산수화에 나옴직한 바위섬이 해변 한켠에 솟아 있고 바위산 안쪽에는 해신당도 자리잡고 있다. 해변에는 그 흔한 식당이나 민박집도 없다. 대신 마을 부녀회에서 천막을 쳐놓고 간단한 식음료를 판다.

황영조와 공양왕

동막에서 살해재를 넘어가면 공양왕릉이 나온다. 공양왕은 이성계에 의해 강제로 왕으로 올랐다가 이성계가 왕이 되자 이곳까지 귀양을 오게 된다. 권력을 멀리하고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건만 얼마 후 이성계가 보낸 자객에 의해 죽게 된다. 죄 없는 왕의 죽음이자 고려의 실낱같은 불꽃이 완전히 꺼지는 순간이다. 당시 궁촌마을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 쓰고 공양왕의 장례를 치러 주었다고 한다. 마을 이름이 궁촌인 것도 공양왕과 무관하지 않다. 왕은 비운에 갔지만 그가 묻힌 곳은 백두대간과 그림 같은 궁촌 해변을 가까이 하고 있어 죽어서나마 복을 받은 셈이다. 부채꼴 모양의 백사장 길이는 1km나 이어지고 있으며 평균 수온이 섭씨 22도로 따뜻하다. 해수욕장 왼쪽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곡마을 들어가는 솔숲 길에 들어서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마라톤 영웅’ 황영조 선수가 매일 학교 갈 때 내달렸던 길이기 때문이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터널이 나오는데 황영조가 달리는 모습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황영조 기념관에는 그의 인간 승리 과정과 마라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다. 황영조가 자랐던 집도 멀찍이서 구경할 수 있고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1천분의 1로 축소한 몬주익 언덕도 조성해 놓았다. 초곡마을 앞 바다에는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황영조의 어머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해녀가 따온 멍게와 해삼을 맛보는 것도 좋다.맹방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24km 지점에 아담한 용화해수욕장이 있다. 해안이 활처럼 둥글게 휘어져 있고, 해수욕장의 양끝이 절벽과 암벽으로 어우러져 동해안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나기로 소문난 해수욕장이다.

특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수욕장의 절경은 황홀할 정도다. 해수욕장은 밀물과 썰물이 없고, 마을 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어 파도도 높지 않아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 좋고 해수욕장 가운데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어 담수욕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다만, 해수욕장 가운데는 물이 깊어 해수욕을 즐길 수 없다. 대신 양쪽은 수심이 깊지 않다. 해수욕장 오른쪽에는 기암절벽이 있고 이곳에 배를 댈 수 있는 시설이 있어서 낚시꾼들이 릴낚시를 할 수 있다. 오른쪽에는 조그마한 산책로가 나있다.

한국의 나폴리 장호항

용화에서 남쪽으로 1.5km 가면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장호항이 나온다. 펄펄 살아서 뛰는 생선과 그물을 걷고 있는 어부들의 힘센 팔뚝을 보는 것도 포구를 보는 또 다른 맛이다. 새벽이면 이곳에서 밤새 낚아온 고기들의 경매가 이루어지며 인근 임원항과 더불어 싱싱한 활어를 싼값에 맛 볼 수 있다. 장호항은 드라마 <태양의 남쪽>에서 ‘고래무덤’으로 갑자기 유명해졌다. 인근의 맨발 산책로를 거닐다가 발바닥이 뜨거우면 바닷물에 텀벙 담그면 그만이다.장호항에서 고개를 넘으면 신남 ‘해신당 성민속공원’이 나온다. 수백개의 남근상이 우뚝 솟아 있으며 한켠엔 해신당이 자리잡고 있다.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굴비 두름처럼 엮어 만든 남근조각을 주렁주렁 매달아 제사를 지낸다. 해신당 뒤편 소나무에도 남근이 매달려 있다. 바로 해신당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다. 가지에 매달린 복주머니에는 동전이 가득 담겨 있는데 이를 통해 풍어와 다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제사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결속을 다지며, 향촌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해신당 위로는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어촌 민속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대형 영상수족관과 동해어촌의 생활문화자료, 체험코너가 있으며 세계 성민속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대형 밍크고래 실제 뼈가 전시되어 있으며 삼척의 성민속과 세계 여러 나라의 경이적인 민속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고포항은 삼척의 제일 끝에 매달려 있으니 강원도 최남단 항구라고 불러도 좋을 듯 싶다. 이 조그만 마을길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경상도로 갈라진다. 북쪽은 강원도 삼척땅이고 남쪽는 경북 울진땅이 된다. 길을 사이에 두고 승용차 번호판도 다르며 이웃집에도 시외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강원도와 경상도 2개도에 걸쳐 밭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고포항의 미역과 김은 조선시대 왕궁의 진상품으로 바쳤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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