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주말을 끼고 시작돼 비교적 짧은 연휴다. 차례나 성묘를 마치고 가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그리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초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많다. 설악산 지구 근처에서 연휴를 맞는다면 지난 해 개장한 흘림골로 향해보자. 20여년의 자연휴식년제에서 갓 벗어난 이곳은 가족여행 트레킹 코스로서 지나쳐 버릴 수 없는 곳이다. 호남 지역에서라면 전북 순창의 강천산이 좋다. 울창한 숲과 계곡의 조화는 이른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서울 인근이라면 포천 명성산과 산정호수는 부담스럽지 않은 코스다.

남설악 비경 그리고 웰빙 트레킹

설악산 지구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외설악, 내설악, 그리고 남설악 지구. 흔히 오색약수터 지구라고 일컫는 남설악 지구의 주전골은 가족 동반 트레킹 장소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다. 오래전 도적들이 가짜 엽전을 만들던 곳이라 붙여진 주전골. 그곳만으로도 충분한 가족여행 트레킹 코스 이지만 지난해 9월20일경에 개장한 흘림골에 대한 호기심을 저버릴 수 없는 일이다.흘림골은 1985년에 자연휴식년제로 돌입, 20년이 넘은 시점에서 다시 일반들에게 속살을 드러내게 된 곳. 그 이유만으로도 이곳을 찾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흘림골 트레킹의 시작은 한계령 고갯길을 내려서 2km 쯤 내려와서 시작된다. 염두에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도로변 우측에 매표소가 있다.

주차는 불가능하므로 1~2분 정도 더 내려가 반대편 공원길을 이용해야 한다. 입장료(1,600원)를 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산행로가 이어진다. 울창한 숲 속, 한낮에도 햇살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숲길은 어둑할 정도다. 가는 길에 눈길을 잡아끄는 주목나무. 두 손을 다 뻗쳐도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굵어진 나무는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30여분 정도 걸으면(0.9km) 여심폭포라는 팻말이 나서고 우측 깊숙한 곳에 여심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여성의 깊은 곳이라는 이름도 묘한 여심(女深)폭포, 또 다른 이름으로는 여신(女身)폭포라고도 한다. 대부분 미리 정보를 얻어 온 사람들이라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는 그곳을 실제와 비교하듯이 유심히 쳐다본다. 흘림골이라는 지명도 이 물이 흘러 들어가는 골짜기라고 해서 붙었다. 폭포를 뒤로하고 등선대(0.3km) 오름길은 경사도가 심하다.

일명 깔딱고개를 넘어서면 평평한 능선을 만나고 이내 좌측길로 오르면 선녀가 하늘로 오른다는 등선대(登仙臺, 1,002m)를 만난다. 등선대는 흘림골 산행의 백미. 기암괴석의 바위덩어리를 힘겹게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남설악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사방에 뾰족바위로 뒤덮인 산들이 연봉을 이룬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만물상이다. 산봉우리에 자욱한 안개가 걸쳐 있을 때는 신선이 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12폭포까지 내려오는 길은 경사도가 심하므로 각별히 산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곳까지가 새롭게 개방한 흘림골 코스다. 12폭포를 거쳐 주전골 삼거리(0.8km)를 내려오면 용소 매표소와 오색약수터를 선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용소는 거리가 짧고 대신 오색분소는 큰고래골-금강문-선녀탕-성국사-오색제2약수터(3.2km)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강천산과 허브관광농원

전북 순창읍에서 10km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높이 583.7m의 강천산은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처에 기봉이 솟아 있고, 크고 작은 수 많은 바위 사이로 폭포를 이루고 있으며, 깊은 계곡과 계곡을 뒤덮은 울창한 숲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또한 유서 깊은 강천사와 삼인대, 강천산 5층석탑, 금성산성 등 문화유적이 산재하고 도처에 비경이 숨겨져 있다. 우선 강천사 입구인 도선교에서 8km나 이어진 계곡은 천인단애를 이룬 병풍바위 아래 벽계수가 흐르고 군데군데 폭포와 그 아래 소를 이룬 곳이 10여군데나 된다. 옥수와 같은 맑은 물이 고여 있다.고찰인 강천사와 삼인대 사이를 지나 흥화정 옆길을 택하면 구름다리(0.5km), 전망대(1.5km), 강천댐(1.3km), 산성(2.3km)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게 된다. 5분 정도 오르면 50m 높이에 길이 75m로 걸린 구름다리가 아찔하게 보인다. 가파른 벼랑을 기어올라 구름다리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수려한 강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다시 3~4분 오르다 오른쪽으로 꺾어 오르면 강천산 8부 능선쯤되는 300m 높이에 기다란 저수지가 있어 산상에 있는 천지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내려와 다시 계곡을 오르면 연대암이 있고, 400m 정상에서 산성을 만나게 된다. 이곳 계곡은 자갈밭으로 침수가 빠르고 단풍나무는 개종되지 않은 순수한 토종 단풍나무로 잎이 작고 색갈이 고우며 서리가 내려도 지지 않는 일명 애기단풍이다. 때문에 단풍기간도 길기로 유명하다. 가을이면 계곡을 따라 펼쳐진 단풍빛이 장관을 이룬다. 1990년부터 터를 닦아 1997년 본격적인 관광농원으로 문을 연 허브관광농원은 강천사 입구 삼거리에서 정읍쪽으로 1.5km 거리인 중바위 유원지 안에 자리잡고 있다. 1만여 평에 이르는 산자락에 잔디마당과 산장 형태의 숙박시설, 허브온실과 전통찻집, 토속음식점 등을 갖춘 허브전문 관광농원이다. 식당과 찻집을 허브온실로 이어지도록 설계해 화사하게 피어난 허브꽃 향기를 맡으며 차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명성산과 산정호수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에 있는 명성산(923m)은 매년 가을이면 등산로마다 억새꽃 물결과 단풍나무로 장관을 이룬다. 9월말부터 억새꽃이 피기 시작해 10월초에는 ‘억새꽃 축제’도 즐길 수 있다. 명성산은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슬픔으로 통곡을 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슬픈 전설 등을 간직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억새꽃으로 뒤덮인 명성산기슭을 따라 왕복 8㎞ 산길을 걸으며 야생화단지, 궁예굴, 궁예바위 등을 구경하는 것이 좋다. 명성산 근처에는 광덕계곡과 백운계곡이 있으며 철원 방향으로 삼부연폭포와 한탄강 일대의 순담계곡, 고석정, 직탕폭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명성산 산자락에 있는 7만8,000여평의 산정호수는 1925년 관개용 저수지로 축조된 인공호수이며 사계절마다 바뀌는 주변 경치가 뛰어나 해방 후 김일성별장이 세워질 만큼 유명한 곳이다. ‘산속의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라 해서 산정(山井)호수라 불리고 있다. 호수주변의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지만 숙박을 하는 이들에게는 건강 산책 코스로도 적합한 곳이다. 계절별로 봄·가을 아침. 저녁에 피어오르는 호수의 물안개는 전설적이며 특히 저녁 무렵의 보트 놀이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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