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마지막 주인은 ‘마힌드라’가 아니었나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으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관련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으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관련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쌍용자동차]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쌍용자동차가 다시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도 뾰족한 방안 마련을 요청한 쌍용차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2010년 인도계 글로벌 기업인 마힌드라가 인수하면서 정상궤도로 복귀했던 쌍용차가 주인도 없이 나홀로 방안 마련에 피땀을 흘리고 있다. 당시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마련한 기회로 미국, 인도 등의 SUV 시장 진출까지 이어갔다. 아울러 마힌드라는 쌍용이라는 브랜드 사용과 한국인 경영진을 통한 독립적 운영까지 보장했다. 쌍용차 노동조합까지 환영의 뜻을 밝히며 10년을 지나왔다. 지난 3년간 실적부진은 있었으나, 마힌드라의 대규모 투자계획 앞에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신차 계획에 쌍용차는 10년 전 무급 휴직자 전원복직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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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섰다. 지난 12일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며 “지배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데 따른 것으로 우리 정부도 관련 업계도 적잖이 놀란 눈치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5000억 원 투자자금 유치 계획을 밝히며 2300억 원의 자본 투입을 계획하고 있었다. 쌍용차에 “스스로 1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라”고 전하고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1700~1800억 원의 자금을 만들어 지원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쌍용차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하반기 티볼리에어 재 출시와 G4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을 계획을 추진했다. 아울러 내년에 신차 출시와 전기차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 확장 계획도 세웠다. 13분기 연속 적자라는 굴레도 있었으나 최근 10년 전 상하이자동차 시절에서 이어지는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을 마무리 지으면서 재도약을 위한 대서사시의 초입까지 진행했다. 

임직원 연봉 2000만 원 줄였는데 더?

그러나 지난 3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장에 따른 인도 정부의 봉쇄조치(lock down)와 함께 마힌드라그룹의 인도 내 기업운영까지 위기가 닥쳤다. 이어 지난 4월 마힌드라그룹은 ‘경영 위기 상황 선언’과 함께 쌍용차에 대한 지원계획을 철회하고 단기 지원금 400억 원만 투입했다. 그러면서 누구라도 쌍용차를 위해 투자를 나선다면 옆에서 적극 도울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후 쌍용차는 예병태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다각도로 대책 마련을 위해 뛰어 다니며, 유휴자산 매각을 단행한다. 정부에 수차례 요청을 했으나, 대답 없는 메아리만 돌아왔다. 최초 코로나19 관련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이 마련됐으나, 쌍용차를 위한 것은 없었다. 

쌍용차는 부산물류센터에 이어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서울서비스센터까지 매각하며 자산매각을 이어갔다. 이미 임직원들의 급여는 지난해 9월과 12월에 이어 두차례나 삭감하면서 1인당 평균 1800만 원에서 2000만 원의 연봉이 줄었다. 

쌍용차 직원 A씨는 취재진에게 “아들이 내년이면 대학을 가는데 이제는 자녀 학자금도 안 나와서 월급을 모아 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어렵게 해고자도 복직시키고 노사 협의도 다른 기업들에 비해 모범적으로 마무리했는데 쌍용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마다 배제된 쌍용차

이런 가운데 한 가닥 희망과도 같던 40조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의 혜택을 쌍용차가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쓴 잔을 들어야 했다. 산업은행 측은 “기안기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는 회사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기준 쌍용차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쌍용차는 대상에서 빠졌으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주주의 지원이 철회됐고 이로 인해 더욱 어려운 상황이 초래됐는데, 직·간접 피해여부를 따져 지원을 한다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항공 산업의 경영위기에 투입된 지원금은 타당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당장 7월로 다가온 900억 원의 차입 상환만큼은 미루기로 결정하고, 추가적인 자구안 마련과 대주주의 책임 있는 지원을 압박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채권단이어서 자금 지원도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쌍용차는 자체적으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물밑 작업을 통한 매각 대상 찾기도 후문으로 들려온다. 

업계에서는 마힌드라가 마지막 주인이 되어주길 바래온 쌍용차가 또 한 번 새 주인을 만나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 설립이후 1972년 정부 정책에 따라 신진자동차로 변경했다가 5년 뒤 현재 평택공장 자리에 들어서면서 동아자동차로 바뀐다. 

이후 지금 이름의 주인인 쌍용그룹과 만나 벤츠의 기술력을 등에 업고 성장 가속화를 이뤄냈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만나 대우그룹에 매각됐다가 불과 2년 만에 그룹 해체로 주 채권 은행인 당시 조흥은행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5년 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에 편입돼 찢기고 흩어졌다가 2010년 지금의 대주주인 마힌드라를 만났다. 

일각에서는 평택공장 매각설과 함께 국유화 논란도 있다. 마힌드라가 대주주의 자리를 내려놓고 협력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나온 추측성 전망으로 보이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도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그냥 포기하고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에 대해 산업은행 등이 유상증자 형식으로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그럴싸해 보인다. 쌍용차는 현재 약 5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협력사와 관계 기업들을 포함하면 수만 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아직 고민이 크다. 과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GM의 위기 상황에서 8000억 원의 자본을 투입했으나 GM의 한국 철수설은 여전히 나오고 있고 노사는 아직도 이견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반세기를 돌아 우여곡절을 겪어 지금에 이른 쌍용차가 다시 한 번 새 주인을 만날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산업은행의 동반자가 될지 업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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