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추다르크’로도 불린다. 그녀는 1995년 광주고법 판사로 재직하다 DJ와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한 이듬해 서울 광진에서 당선했다. 그녀는 여성 판사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 소선구제 도입 이후 서울 지역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녀는 1997년 15대 대선 DJ 캠프 유세단장으로 대구에서 맹활약했다. 추미애 유세단은 잔다르크 유세단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추다르크는 이때 얻은 별명이다.

추 장관은 별명답게 선 굵은 정치스토리를 써 왔다.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 교체론에 강력하게 맞섰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되어 우리 헌정 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 기록을 남겼다. 같은 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위에 올라 민주당 사상 최초의 대구·경북 출신 당대표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홍콩에서 발간되는 시사주간지 <ASIAWEEK> ‘아시아 정치 지도자 20인’에 선정된 바도 있다.

추 장관은 정치지도자에게 필요한 리더십과 풍부한 스토리를 갖췄다. 여성과 강단도 큰 장점이다. 그녀는 서울시장과 대선 후보군에서 빠짐없이 등장하곤 한다. 모두 갖춘 그녀에게 운(運)과 타이밍은 따라주지 않았다. 추 장관은 선두권 진입의 계기를 좀처럼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드디어 그때가 왔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주도하면서 정국의 핵심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4+1 패스트트랙을 통해 공수처법안이 통과됐지만 검찰개혁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공수처는 당초 7월 출범이 목표였다. 국회의 공수처 후속법안 통과,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 등은 선결 과제다. 야당과, 보수 언론, 검찰 내부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통합당은 국회 등원을 결정했지만 공수처 저지를 벼르고 있다. 보수 언론들도 연일 공수처 견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공수처 반발 기류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 장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는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선 검찰개혁을 국민적 이슈로 다시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을 통해 검찰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검찰도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며칠 전 조범동 조 전 장관 5촌 조카 1심 판결에서 권력형 범죄는 인정되지 않았다. 또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 기획수사’를 암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 관심은 추 장관의 가장 큰 소득이다. 20대도 강단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추 장관에게 지지가 늘고 있다. 대선주자든, 서울시장 후보든 민주당 경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젊은 층이 가장 크다. 과거에는 지역이 핵심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젠 2040으로 대체되고 있다. 윤 총장 사퇴를 이끌어 내거나, 공수처 출범과 수사권조정과 같은 성과가 나온다면 추 장관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2년·2016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7∼8개월을 앞두고 당내 대선후보 1위에 올랐다. 이낙연 의원 지지율은 총선 직후를 정점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7월 중 이재명 경기지사 대법원 판결도 남아 있다. 민주당 차기 구도는 내년 7∼8월까지 출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은 검찰개혁 성과 여부에 따라 유력 대선주자나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