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만복 등 “나 떨고 있니?”


정권교체기마다 불거졌던 ‘정치보복’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참여정부 핵심요직을 거쳤던 인사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민감한 사안이 많은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출신 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예전처럼 피바람이 불지는 않겠지만 두 정권의 이념적 차이가 워낙 큰 만큼 약간의 소음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0년 간 잡았던 권력을 뺏긴 통합민주당의 긴장감은 적지 않다. 정동영 전 장관에 발부된 검찰 소환장이 MB식 사정정치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중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힌다. 다 감옥에 가고…”.

2006년 6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해당 기관장을 질책하며 이렇게 엄포를 놨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공 의원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 중인 당내 공천과정에서도 단독신청이 확정될 만큼 새 정권의 실세 중 한 명이다.

한나라당은 야당일 때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도 ‘청문회’를 자주 입에 올렸다.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김덕룡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국회 청문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참여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한나라당 강경 보수그룹에선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인사들을 모두 불러내 남북관계를 둘러싼 ‘퍼주기’ 논란에 대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청와대 의지 반영”

새 정권이 닻을 올린 뒤 정치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구여권의 두려움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소환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 전 장관은 한나라당 이 후보를 “BBK 김경준씨와 동업자”라며 비난한 혐의로 한나라당에게서 고발을 당했다.

검찰은 BBK관련 저격수로 나섰던 통합민주당 정봉주·김현미 의원 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BBK특검 후 검찰이 이 대통령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안들을 무혐의처리하기로 입장을 정한 상황이어서 분위기는 심상찮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해 청와대가 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혐의, 자녀들의 위장취업고발 사건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해 통합민주당 쪽의 심기를 자극했다.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이 대통령의) 정 전 장관 소환의지가 완강하다”면서 ‘사정정국’ 의혹을 제기했다.


“盧와 昌, 모두 잡는다”

한편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안전지대가 아니란 지적이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한 강연에서 “대선자금수사 때 검찰이 한나라당 쪽 불법자금의 ‘10분의 2, 10분의 3’만큼의 액수를 노무현 캠프에서도 찾아냈다”고 밝힌 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반대쪽 당사자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총재 문제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 만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를 일이다.

역대 정권들은 전 정권에서 풀지 못하거나 의혹으로 남은 사안들에 대해 특검과 청문회를 통해 돌파하려 했다.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반대그룹을 압박하려는 일석이조의 포석이었다.

이 대통령의 ‘실용정부’가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통합민주당은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대폭 강화하는 등 이미 공안정국의 싹이 보인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계기로 올봄 정가에 휘몰아칠 사정정국의 회오리가 벌써부터 예견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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