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주가의혹 제기 고발건 총선전략용이냐!”


예고된 수순일까. 치열했던 대통령선거가 끝나자 한나라당의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MB)의 BBK(투자자문운용)주가조작의혹을 제기한 대통합민주신당(약칭 통합민주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DY)과 의원·당직자 20여명. 문제는 인사청문회 기간 중에 DY계 서혜석·박영선 의원이 검찰로부터 소환요구를 받았다는 것. 때문에 ‘정치적 보복이다’ ‘야당탄압이다’며 DY가 분개하고 있다.

자기 계보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문제가 있다면 나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라’며 독기를 품는 분위기다.

DY가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대선 때 MB의 BBK주가조작의혹을 제기한 DY를 비롯해 ‘DY계’가 한나라당으로부터 고소고발당한 까닭에서다. ‘DY맨’은 박영선·김현미·서혜석·정봉주·김종률 의원 등이다. 검찰의 소환요구 시점도 절묘하다. DY계 중 ‘박영선·서혜석’ 의원은 한창 장관후보 인사청문회가 있던 때 일어났다. 두 사람 다 지난 1월 4일 형사고소 됐다는 주장이다. DY도 지난 2월에 이어 최근 ‘검찰에 나와달라’는 두번째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그러나 DY는 “끝까지 검찰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DY가 분개한 이유는 총선을 겨냥한 정략이 숨어 있다는 시각에서다.

김현 통합민주당 부대변인도 “대선관련 고소고발은 한나라당이 4월 총선에서 100% ‘영남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차원이다”면서 “시기적으로 총선까지 끌고 갈 작전이 펼쳐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계획된 정치행보’

관심의 초점은 또 있다. 장관후보들의 자질검증논란이 불거진 때 DY계 의원들이 검찰소환요구서를 받았다는 점이다. DY쪽에선 한나라당의 고소고발은 ‘국면전환용’이란 시각이다. 장관급후보들 인사문제가 확산, 총선에서 한나라당 표심에 파고가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DY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DY계’까지 싸잡아 궁지에 몰린 처지다. 이에 DY가 모든 총대를 메겠다며 집권여당과 일전을 벌일 태세다.

통합민주당 수도권의 한 의원은 “대선이 끝나자 DY계 의원들 중 몇몇은 고소를 당했다”면서 “여당의 계획된 정치행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DY와 ‘DY사람’들이 제기한 MB의 BBK주가조작의혹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그 때 MB가 BBK주가조작을 했느냐는 것이다.(김경준 당시 대표이사 1999년 11월 16일~2001년 4월 등록취소) 또 하나는 현대자동차 계열사였던 다스(주)와 관계다. 다스사장은 MB친형인 이상은씨며 최대주주는 MB처남인 김재정 감사다. MB가 이상은씨와 김재정씨
이름으로 주식을 갖는 방식으로 다스를 실제 소유했느냐는 점이다.

이 사건과 관련, DY계 김종률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법정대리인으로 MB를 고발했다. 고발인은 통합민주당. ‘DY사람들’은 각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나가 MB의 BBK주가조작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고소고발은 이런 발언을 문제 삼아 이뤄진 것이다.

DY가 격노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총선이 임박한 때 고소고발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여파로 ‘자기사람’들이 공천물갈이 대상이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DY계 핵심인 김현미 의원은 “서울서 일어나는 일을 모를 만큼 바쁘다”면서 “지역구에 내려온 지 꽤 됐다”고 말했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김종률 의원 역시 총선준비로 지역스케줄이 꽉 차 있다. 김동환 보좌관은 “충북지역민과의 만남, 재래시장방문 등 일정이 빠듯하다”고 전했다. DY 역시 전북지역을 던지고 서울 쪽 출마를 결심했다.

하지만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비방, 고소당해 비슷한 경험을 한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은 “1심·2심·대법원까지 가는 1년 6개월간 고통을 겪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의원직을 잃을 것이란 소리까지 들었다”며 대선 뒤 정황을 들려줬다.

이 의원은 또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내가 당했던 것처럼 원칙과 법대로 (수사) 받아야 한다”며 DY를 압박했다. DY와 한나라당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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