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 박희태

한나라당 내 친박과 친이세력이 균열을 일으키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정몽준 최고위원은 각 계파에서 가장 ‘군침’을 흘리는 노른자위다.

이에 한동안 줄타기에 고민했던 정 의원의 선택은 정권의 실세인 친이로 결정했다. 그러나 막상 줄을 서고 나니 그의 앞에는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고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역하게 지내며 자신의 복당을 이끌어 주었던 박희태 의원이 있다. 이미 청와대에서는 박 의원을 이미 오래전부터 당대표로 낙점해놓은 상태다. 박희대 당대표, 홍준표 원내대표로 구성되는 묵시적 라인업이 오래전부터 구축됐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에게는 하나의 희망이 남아 있다. 불출마 선언을 한 박근혜 전 대표의 불출마 번복선언이다. 박 전 대표가 다시 당대표로 출마 선언을 한다면 관리형 박희태 의원보다 정 의원이 박 전 대표에 대한 대항마감으로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의원은 자력이 아닌 박심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박희태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힌 정몽준. 박근혜라는 동아줄이 내려와 다시 친이에 대적할만한 강력한 당대표로 후보권에 들어갈 수 있을까.

“어수선한 당내에서 화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박희태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국민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추락한 당의 이미지와 박 전 대표에서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몽준 대항론에 우위를 점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이처럼 한나라당 대표를 놓고 박희태 대세론, 정몽준 대항론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초반 여유 있게 당대표를 차지해 손쉽게 한나라당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 의원의 청운의 꿈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박희태는 민정계 원외 핸디캡

특히 온화한 성품인 ‘화합형 관리형’인 박 의원은 당의 화합을 위해서라도 친박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 한 후보이다.

한나라당은 대선후보 경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심화된 당내 계파 간 갈등을 해소하는 게 시급한 과제이다. 또 조각 인선과 추경예산, 쇠고기 파동 등을 둘러싼 당·정 간 엇박자로 당 지지율이 50%대에서 20%대로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박 의원의 화합형 위기관리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당으로써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를 아우르고 범여권과 소통이 가능한 가장 무난한 카드라고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의 의사결정기구였던 6인회 멤버로 청와대와의 소통자로 최적임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그가 153석의 거대 여당을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또 고령이고 옛 민정계 출신인 점은 시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다각화된 박 의원의 대안론에도 정 의원은 희망을 놓기에 아쉬운 경우의 수가 있다. 바로 박 전 대표가 당대표로 출마하느냐 불출마하느냐는 문제다.

만일 박 전 대표가 당대표로 출마하지 않을 경우 단절된 친박과 화합을 위해서라면 박 의원의 몫이 절대적으로 커지지만 박 전 대표가 당대표로 출마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정 의원이라는 것이다. 친이 측에서 박 전 대표의 인기와 지지도를 대항할만한 카드는 정 의원이 가장 무난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4.9 총선에서 자신의 ‘텃밭’인 울산에서 서울로 옮기는 무리수를 두면서 대선 주자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꺾고 6선고지에 올랐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최근 한나라당 차기 당 대표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이나 박희태 의원을 크게 3배 이상 차이로 따돌리며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정몽준 입당 새내기 당내 세력 취약

또한 한나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에 가까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정 의원의 강점이자 한계다. 어디까지나 박 전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가정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계에서는 정 의원의 이 같은 인지도가 당 대표 경선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이며 결국 대의원 표 70%, 여론조사 30%로 결정되는 당심이 당대표의 결과를 좌우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입당 1년도 안 된 정 최고위원이 불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정 의원이 가까운 의원들에게 이 같은 흐름에 대한 자문을 구하며 스킨십 정치전을 펼치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 의원이 아직 당 시스템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며 세를 형성하지 못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당대표는 여론이 아니라 당론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최근 일고 있는 박희태 대안론에 안절부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