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거주 불능 지구]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 / 역자 김재경 / 출판사 추수밭
최신 연구 자료와 통계적 근거에 따른 기후변화 시나리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살인적인 폭염부터 치명적인 바이러스 전(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거주하는 지구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상식과 사회의 근간을 뒤엎을 기후 재난의 미래는 원자폭탄으로 위협받는 때보다 더한 듯하다. 인류는 선택적으로 살아가야 할 행성을 지정할 수 없기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지구의 불안정한 생태계에서 정신적인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지구의 기후변화는 단순히 인간에게 가하는 복수나 처벌은 아니더라도 수시로 찾아오는 재난 앞에서 인간은 좌절과 절망, 체념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저자 데이비드 윌러스 웰스의 신간 ‘2050거주 불능 지구’는 섣부른 종말론이나 허무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변화하는 삶의 터전인 지구 기후 변화의 새로운 미래를 현명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더군다나 현재 지구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전염병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재난은 일부 지역에서 멈추지 않고 급속도로 전 세계를 강타했다. 책에서 언급한 재난 대부분은 이와 비슷한 전 지구적 ‘기후 되먹임’ 시스템의 일부라고 알린다. 12가지 형태로 분류해 개별적 재난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한다. 얼핏 책 제목으로만 보고 문제점을 내포한 현실을 드러내는 사회과학서로 오해할 수 있지만 총체적 위기를 맞이한 인류가 반드시 짚고 참고해야 할 '기후 변화 대응 매뉴얼'로 인식해야 할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책은 최신 연구 자료와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장 믿을 만한 기후변화의 미래 시나리오를 알린다. 기후 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를 비판적으로 종합해 인류의 일상을 파괴할 지구온난화의 실제적인 영향과 그림을 제시했다. 많은 이들은 지구온난화가 오래전 산업혁명에 따른 결과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현재 대기 중의 탄소 중 절반은 불과 지난 30년 사이에 배출된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찬반을 나누어 한가롭게 논쟁할 대상이 아닌 전 지구적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인류가 강구해야 할 프로젝트다”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즈의 부편집장이자 컬럼니스트인 저자는 미국 싱크탱크기관인 ‘뉴아메리카’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17년 7월9일 지구온난화가 가까운 미래에 일으킬 수 있는 재난 시나리오를 밝혀 낸 리포트 ‘거주 불능 지구’를 뉴욕매거진에 기고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매거진에서는 이 리포트를 상세하게 풀어 쓴 ‘2050 거주 불능 지구’로 출간했고 출간 즉시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에서 저자는 기후변화 자체가 자연재해는 아니라고 말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린 자연 복원 문제로만 국한시킬 수 없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오늘날 자연과 얽히며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 직면했음을 강조하며 기후변화야 말로 인간이 자신의 문명을 파괴하는 ‘자살 행위’이자 사회의 기반을 무너 뜨리는 ‘대량학살’의 범죄라고 알린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환경운동을 비판하며 화석연료로 뒷받침됐던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구했다. 아울러 ‘탄소포집 기계’나 ‘행성 이주 계획’ 등 자본 기술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흐름이 망상이라고 지적하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했다. 여기서 사고의 전환을 도모하는 방편으로 ‘인류원리’를 제안했고 지구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잇는 차원에서 벗어나 온 인류과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서 인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롭 닉슨의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 김누리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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