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삼복에 사정한파 ‘급랭’

민주당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밖으로 소수 야당의 한계를 절감해야 하고 안으로는 250여명에 달하는 당직자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당 사무처에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월급 축소나 무급 휴가 등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인력감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세다. 하지만 경기 악화에 2년 동안 선거도 없는 상황에서 길거리로 내몰린 당직자들이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대폭 적인 인력 감축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당직자 구성이 열린우리당, 구 민주계와 시민단체로 이뤄져 있어 계파별 자리다툼 조짐마저 보이면서 당내분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당직자 구조조정은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이 주관하고 있다. 민주당이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이상 현 250여명의 당직자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 민주당 사무처 직원을 포함해 연구원, 국회 파견된 당직자를 포함한 인원이다.

당 내부에서도 대규모 인력 감축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감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구조조정을 해야 할 지를 두고는 이견이 분분하다.

일단 경기 상황이 암울하다는 면에서 250여명의 당직자 전원이 월급을 일괄 인하하는 비용 절감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5% 수준의 임금을 삭감해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구조조정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하지만 150여석에서 81석으로 대폭 의석이 줄어든 상황에서 당직자를 현행대로 운영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150명 당직자 퇴출 예고

두 번째 안은 ‘무급 휴가’를 통해 6개월 정도 돌아가며 순환 근무 교대안도 나왔다. 인력은 반으로 줄이 돼 ‘고통분담’하자는 1안의 변형된 안이다. 하지만 ‘업무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근무 연수, 가족 부양, 직책 수행도 등 면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는 안이다.

이와 관련 한 민주당 당직자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의석수가 줄어들었는데 당직자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은 무리다”고 지적했다.

결국 어떤 방식이든 150여명의 당직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량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동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 당직자 사이에서는 어떻게 구조조정이 일어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관련 민주당 한 인사는 지난 2004년 한나라당이 40% 넘게 구조조정을 한 예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탄핵 후폭풍으로 총선 패배했다. 이에 박근혜 전 대표는 당사를 천막당사로 옮기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단 사무처 직원 300여명 중 145명을 감축하고 고위직도 대폭 축소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불필요한 인원을 줄여 302명의 사무처 직원 가운데 100여명을 줄였다.

특히 한나라당은 사무처 직원 가운데 국회로 전출된 34명과 정무직 4명, 이달 명예퇴직 예정인 7명까지 포함해 총 347명 가운데 40%인 145명이 줄어든 셈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슬림화 작업으로 명예퇴직 대상이 된 사무처 직원에 대해 18개월 치 월급을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했다. 또 당 조직을 ‘13국 1실 5팀’이 중앙당 체제를 ‘6개 본부 2개3단’으로 통폐합했다. 특히 1, 2급(국장, 부국장급) 당직자를 117명에서 57명으로 절반가량을 퇴출시켰다.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과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 측에 따르면 ‘명예퇴직 희망자’가 없는 상황으로 고위직 간부들이 움직이질 않고 있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조조정 ‘0’순위는?

한 당직자는 “민주당 당직자 구조가 역피라미드식으로 돼 있어 고위직 인사들의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명예퇴직 희망자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어 다른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당직자 구조가 계파별로 복잡하게 묶여 있어 자칫하면 구조조정이 민주당 분열의 단초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열린우리당계가 당권, 원내대표, 국회 부의장직까지 잡으면서 구민주계 당직자들이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당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횡횡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구민주계뿐아니라 손학규 대표가 들어서면서 데려온 인사, 시민단체 출신 당직자들이 우선적으로 해고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앞둔 민주당 당사의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또 그는 “만약 이런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민주당이 다시한번 분열될 수도 있다”며 “이러 저래 홀대를 받은 구민주계 인사들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금명간 사무처 구조 조정안을 결정해 대대적인 개혁과 당 쇄신을 가져오겠다고는 밝히고 있다. 대폭적인 당직자 해고가 자칫 잘못될 경우 민주당의 고질적인 계파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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