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한옥마을 입구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은평 한옥마을 입구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한옥 외관 [사진=신수정 기자]
한옥 외관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서울에는 다양한 명소‧장인, 독특한 지역 상권 등이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권을 만들고, 지역 특색을 가꿔 온 가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하나둘씩 문을 닫는 추세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공간과 이를 지켜 온 인물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명소‧인물, 그리고 각 지역의 전문가와 독특한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여덟 번째로 서울특별시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 한옥마을’과 테마 카페 ‘스페이스 헬레나(Space Helena)’를 찾았다.

3호선 연신내역 또는 구파발역에서 내려서 ‘하나고. 삼천사. 진관사 입구’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 7211번이나 701번을 타고 내리면 서울 서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은평 한옥마을에 도착한다. 은평 한옥마을은 한국의 100대 명산인 북한산을 병풍 삼아 고즈넉한 분위기의 신식 퓨전 한옥으로 가득하다. 북한산과 한옥마을의 어우러진 정경을 보고 있으면, 산수화 속 풍경을 마주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이 도심 속 한옥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은평 한옥마을은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산수화 속에 들어온 한옥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평지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라 남녀노소 힘들지 않게 가족끼리 둘러보아도 좋은 관광지다.

한국 전통과 서양의 모던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은평 한옥마을. 그 양면을 닮은 특별한 공간 스페이스 헬레나. 일요서울은 지난 14일 이곳을 직접 방문해 봤다.  

카페 스페이스헬레나(space helena) 내부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카페 스페이스헬레나(space helena) 내부 전경 [사진=신수정 기자]
카페 스페이스헬레나에서 판매 중인 SALVADOR DALI의 시계 전시 사진 [사진=신수정 기자]
카페 스페이스헬레나에서 판매 중인 SALVADOR DALI의 시계 전시 사진 [사진=신수정 기자]

세대 소통·공존의 공간
‘스페이스 헬레나’

한옥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스페이스 헬레나는 아트 스페이스 & 힐링 카페를 테마로 내걸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해외 앤티크 숍에서 볼 법한 가구와 액세서리들이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힐링’이라는 주제와 어울리게 한옥 밖 북한산이 보이는 마운틴 뷰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조정에서 커피를 즐겨 마시던 조선 말 개화기와 같이 동서양의 조화가 엿보이는 콘셉트 카페. 앤티크한 느낌의 액세서리와 오래된 골동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어 특유의 고풍스러움이 풍겨나고 있었다. 

스페이스 헬레나는 한국의 전통을 좋아하는 할머니·할아버지와 찾아보기 힘든 앤티크 소품들 구경을 즐기는 어머니·아버지, 인스타 감성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아들·딸들,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견까지 함께 모두가 즐기고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인장은 일요서울과 대화에서 “구세대와 신세대의 소통 공간,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감각과 옛 전통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질감 없이 즐기고 갈 수 있는 테마 카페”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4일 오후 3시경 카페 안에는 반려견들과 온 사람들, 커플들, 아기를 데려온 엄마들 등 다양한 손님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페 안에서 바라본 한옥마을 풍경 [사진=신수정 기자]
카페 안에서 바라본 한옥마을 풍경 [사진=신수정 기자]

공예가·예술인들의 장
“동서양 비즈니스 플랫폼”

예술 작품처럼 전시된 앤티크 소품들과 액세서리들. 전시품들은 ‘동서양 문물이 오가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을 형상화한 작품인 듯 보였다. 

주인장은 카페에 직접 만든 공예품을 가져다 두기도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 등으로 공예가들을 직접 섭외해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페 앞쪽에는 피아노, 드럼, 기타 등 악기들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2회씩 재즈 라이브 정기 공연이 열린다.

공예가들의 입장에서는 일부 수수료나 입점비용만 지불하고 홍보부터 전시, 온/오프라인 유통·판매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예술가들도 자신들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공연할 무대에 설 수 있다. 

주인장에게도 다양한 앤티크 소품들을 전시해 색다른 카페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토요일마다 열리는 라이브 정기 공연을 보러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여럿 있다. 

주인장은 어떻게 해서 공예가와 예술인들과의 협업 공간을 구상하게 된 것일까. 주인장은 “20년간 미국에서 머물면서 수집한 골동품, 액세서리들을 전시하려고 생각하다 보니 지역 공예인들과 예술인이 입점해 같이 전시하고 판매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은 예술들이 모여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면 심포니처럼 광활하게 퍼져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어 주인장은 위와 같은 카페의 정체성을 서구 유럽이나 미주 쪽에도 알리고 싶은 욕심을 내비쳤다. 즉, 우리나라 공예품, 예술품, 음악을 한옥카페라는 테마를 덧붙여 역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아트 스페이스’와 ‘아트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테마를 내걸게 된 것이다. 주인장의 바람대로 외국에도 우리나라 공예품이 뻗어나갈 수 있는 세계화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한옥의 애프터 눈 티-세트 [사진=스페이스헬레나 제공]
한옥의 애프터눈 티-세트 [사진=스페이스헬레나 제공]

영국 ‘애프터눈 티’ 재현
홈메이드 디저트

공예품뿐 아니라 직접 구운 ‘수제 디저트’도 가게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에 한몫 거드는 모양새다. 크로와상, 스콘, 마들렌, 케이크 등 수제 메이킹 디저트들은 주인장의 딸이 직접 만들고 있다. 

특히 서양의 홈 파티 하면 생각나는 삼단 세팅 디저트들, 고소한 맛이 풍기는 홍차를 그대로 재현한 ‘한옥의 애프터눈 티-세트’로 사랑받고 있다.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나 인스턴트형 디저트와는 다른 고급스러운 티 세트를 서비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옥 내부에 해외 빈티지 감성이 물씬 풍겨지는 베이커리와 가게 인테리어. 가게에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들을 들으며 북한산을 바라보고 따뜻한 홍차 한 입 적셔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끝자락에서 자연과 동서양의 조화를 느끼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은평 한옥마을
주소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동 127-27
카페 스페이스헬레나(Space Helena)
주소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길 4 (진관동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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