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단정치’ 가 주목받는 이유는?

홍준표 · 홍사덕

한나라당 잠룡으로 불리는 홍준표 원내대표와 홍사덕 의원이 동병상련에 빠졌다. 홍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추석 전에 처리하려다 무산돼 ‘사퇴론’까지 불어 곤욕을 치렀다. 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 ‘수정안’을 내놓았다 기세등등한 박희태 대표로부터 쓴 소리를 듣고 움추려든 상황이다. 반면 6선의 홍사덕 의원은 한나라당 복당 이후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국회부의장직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하반기 국회의장을 맡아 정치 인생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조금씩 내기 시작하면서 홍 의원의 꿈이 더 높은 데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현실 속에 놓여 진 두 인사(쌍홍)의 대망(大望)을 진단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당내 ‘사퇴론’이 잠잠해지자 원내대표로 재신임을 확실하게 받았다며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이 종부세 완화 움직임으로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될 조짐이 보이자 홍 원내대표가 ‘반값 아파트’를 꺼내 든 배경이다.

반값 아파트 공약은 홍 원내대표가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조차 ‘한 발 놓쳤다’고 피력할 정도로 정치권에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경우에는 ‘반값 아파트’에 힌트를 얻어 환매 조건부 ‘반값 아파트’를 제시하는 등 열기를 띄었다.


홍준표, 연말 법무부장관 입각설

홍 원내대표가 제안한 ‘반값 아파트’는 대지임대부 아파트로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땅에 대해서는 임대료만 내고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일반 서민들이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높은 택지공급 가격 때문에 실제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일반인들이 가격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또한 추가경정 예산안 파문과 종부세 완화 방침을 담은 정부안에 ‘수정안’을 내세웠다 홍역을 치룬 홍 원내대표였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반값 아파트’ 공약을 수정해 한나라당의 국민들에게 부자 정당으로 잘못 비쳐지는 부분에 대해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복안이다.

움츠려있던 홍 원내대표가 ‘반값 아파트’를 통해 다시 홍준표식 대중 정치에 시동을 건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또 당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사퇴론까지 나온 이상 정기국회 이후 스스로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사퇴 하겠다’고 밝혔고 친이 진영으로부터 ‘사퇴 주장’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홍 원내대표가 ‘연말 개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 배경에는 연말 원내 대표직을 사퇴한 이후 입각 가능성을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연말 개각 전에 측근들을 청와대에 보내 사전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기존의 홍 원내대표의 대권 프로젝트는 서울시장 도전이나 당권 도전을 통해 대권 수업을 받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입각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환경노동위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홍 원내 대표는 환경부 장관이나 노동부 장관 등 서민과 밀접한 장관직에 입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홍 원내대표가 고대 출신에 ‘모래 시계’ 검사로 탄탄한 법조 인맥을 바탕으로 법무부 장관 기용설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홍 원내대표가 연말에 장관직으로 옮겨갈 경우 서울시장이나 당권 도전은 자연스럽게 포기할 공산이 높다. 대신 차기 대권 도전에 직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연말 개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 의원과는 대조적으로 조용하게 지내면서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친박 인사가 바로 홍사덕 의원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6선인 홍사덕 의원은 친박 연대로 강재섭 전 대표 지역구에 출마해 당당히 당선됐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으로 복당하고 나서 한동안 몸을 사리면서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홍사덕 정치를 펼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친박 인사임에도 홍 의원은 당내 친박 친이로 가르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홍 의원은 최근 각종 인터뷰를 통해 계파 갈등과 관련 “내가 불같이 화를 내서 이미 오래전부터 내 앞에서 친이나 친박이라는 얘기를 못하고 있다”며 “쓸데없는 소리를 하려고 여기에 왔느냐고 화를 몇 차례 냈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듯 친박 진영과는 일정한 거리감을 두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는 옹호하는 태도를 보여 차이를 보였다.

홍 의원은 박희태 당대표 등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 지도부가 정책이나 방향을 놓고 불협화음이 나는 것은 건전하다”며 “중요한 것은 결정된 것을 단호하게 실행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특히 종부세와 관련애 “당 지도부가 좌고우면 하지 말고 종부세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거들고 나서고 있다.



직설적인 홍준표 돌아가는 홍사덕

반면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 역시 그런 분위기가 이뤄지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해왔으니 이제 열매가 맺힐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당 지도부를 감싸 안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6선의 다선에 중진급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대구 예산 사수 및 증액’을 위한 모임에 참석해 지역구 예산을 지켜내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직을 마지막으로 정치 인생을 정리하는 예상과는 거리가 먼 행보라는 지적이다.

친박 의원실의 한 인사는 “홍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공산이 높다”며 “물론 박 전 대표와 사전 조율이 있어야 하고 시점 상 지방선거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홍 의원 역시 당내 자기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권 도전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며 “대권 도전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나라당내 홍 원내대표와 홍 의원의 정치적 행보는 이처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직설적인’ 홍 원내대표와 ‘돌아가는’ 홍 의원이 누가 먼저 목표지점에 안착할지 한나라당 인사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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