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메신저 “큰 거래 오갔을 것”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3번 만났다. 추경 예산관련 2번, 최근에 한번. 최근 만난 것은 비선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특히 관심을 모았다. 왜 만났을까.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고, 측근들도 입에 단추를 채웠다. 궁금증이 가시지 않아 억측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그 예측들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개헌 정국에 대한 협조 요청이다. 이명박 대통령(MB)은 형 이상득 의원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궁금증의 실타래를 풀어봤다.

이상득 의원이 지난달 25일 퇴근하는 형식을 빌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사무실을 방문해 단독회동을 했다. 대부분의 당 관계자들은 만남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다소 비밀스런 만남이었고,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그냥 15분간 간단히 티타임을 나눈 정도”라며 “대화내용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이 총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추경예산안과 관련해 2번 만났다. 다른 의원들과 함께 한 공개 석상이었다. 이 당시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 총재를 6번이나 찾아갔다.

그러나 이번 ‘이-이’간 만남은 좀 달라 보인다.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 총재와 사무총장 등으로 맺어진 인연이 있어 이 만남이 더 각별해 보인다.


선진당 총재실서 15분 티타임

선진당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때 그 길을 이 총재가 이 의원의 요청으로 터줬다는 얘기가 있다”며 “사적인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이회창 총재가 이 대통령과 회동할 때 정책을 우파로 바꿔나가는 것, 현 정부의 대북노선 등에 공감을 표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존심 문제 상 개인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간의 친분 상 이번 자리에서는 ‘바로 그’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의원이 동생을 위해 찾아간 자리로 보이지만, 회동을 통해 양측 간 비밀스런 ‘딜’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 문제는 다름 아닌 이 총재의 둘째 아들 수연씨 문제다. 회동 당시 이 사건은 수사 중이었다.

이 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가 2002년 11, 12월 삼성그룹에서 받은 국민주택채권 7억5000만원(액면가)어치를 현금 5억원에 매각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연씨의 친구 정모씨가 자금 세탁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정씨가 세탁한 돈이 수연씨의 주택 구입 등 재산 증식 과정에 사용됐는지를 조사해 왔다.

그는 “이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디까지나 예측”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회동 뒤 2주가 지난 시점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공상훈)는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측은 “수연씨가 자금 세탁에 관여했다는 의심과 정황이 있지만 자금 추적이 중간에 끊겨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이 총재에게 요청한 것이 뭔지도 관심사다.

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개헌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헌 정족수가 필요하다. 한나라당에 선진당의 의석수가 가세하면 이 요건을 채울 가능성이 한층 높기 때문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개헌정국이 될 것이라는 데 정치권에서 큰 이견이 없다.

MB가 원하는 정부형태의 방안은 정부통령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권후보로 가장 유력한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치고,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중임제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다소 희박해 보인다.

당내 의원들이 대부분 친박으로 돌아섰고, 현 정부가 실정해 민심을 잃고 대통령 임기가 흘러갈수록 레임덕 현상 등으로 더 많은 의원들이 ‘이’를 떠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당내 비주류였다가 당선된 점을 미뤄, 노 전 대통령처럼 후임을 내세우기 힘들 것이란 예상도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싣는다. 이 때문에 레임덕 현상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 정통한 관계자는 “개헌의석수를 채우기 위해 이 총재에게 협조를 요청했을 수 있지만, 당내 60% 이상이 친박이고 그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MB가 원하는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견제용”의견분분

선진당 관계자는 “이회창 총재는 한나라당에 있을 당시 정통 본류로 봐야 한다”면서 “이 총재의 마음은 본류의 우두머리격인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이미 기울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번 ‘이-이’ 회동 내용이 밝혀지지 않자, 여러 소문과 예상이 범람하고 있다. 정치권 관심이 얼마나 큰지 대변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 의원은 동생 이 대통령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이번 만남도 그 큰 맥락과 잇닿아 보인다. 이 총재는 제2의 보수를 지향하며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정당’의 입지를 굳힌 뒤 ‘보수 대연합’을 꿈꾸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회동은 양측 간 깊은 이해관계가 논의된 비밀스런 자리였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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