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메신저 “큰 거래 오갔을 것”
이상득 의원이 지난달 25일 퇴근하는 형식을 빌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사무실을 방문해 단독회동을 했다. 대부분의 당 관계자들은 만남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다소 비밀스런 만남이었고,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그냥 15분간 간단히 티타임을 나눈 정도”라며 “대화내용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이 총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추경예산안과 관련해 2번 만났다. 다른 의원들과 함께 한 공개 석상이었다. 이 당시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 총재를 6번이나 찾아갔다.
그러나 이번 ‘이-이’간 만남은 좀 달라 보인다.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 총재와 사무총장 등으로 맺어진 인연이 있어 이 만남이 더 각별해 보인다.
선진당 총재실서 15분 티타임
선진당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때 그 길을 이 총재가 이 의원의 요청으로 터줬다는 얘기가 있다”며 “사적인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이회창 총재가 이 대통령과 회동할 때 정책을 우파로 바꿔나가는 것, 현 정부의 대북노선 등에 공감을 표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존심 문제 상 개인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간의 친분 상 이번 자리에서는 ‘바로 그’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의원이 동생을 위해 찾아간 자리로 보이지만, 회동을 통해 양측 간 비밀스런 ‘딜’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 문제는 다름 아닌 이 총재의 둘째 아들 수연씨 문제다. 회동 당시 이 사건은 수사 중이었다.
이 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가 2002년 11, 12월 삼성그룹에서 받은 국민주택채권 7억5000만원(액면가)어치를 현금 5억원에 매각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연씨의 친구 정모씨가 자금 세탁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정씨가 세탁한 돈이 수연씨의 주택 구입 등 재산 증식 과정에 사용됐는지를 조사해 왔다.
그는 “이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디까지나 예측”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회동 뒤 2주가 지난 시점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공상훈)는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측은 “수연씨가 자금 세탁에 관여했다는 의심과 정황이 있지만 자금 추적이 중간에 끊겨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이 총재에게 요청한 것이 뭔지도 관심사다.
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개헌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헌 정족수가 필요하다. 한나라당에 선진당의 의석수가 가세하면 이 요건을 채울 가능성이 한층 높기 때문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개헌정국이 될 것이라는 데 정치권에서 큰 이견이 없다.
MB가 원하는 정부형태의 방안은 정부통령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권후보로 가장 유력한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치고,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중임제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다소 희박해 보인다.
당내 의원들이 대부분 친박으로 돌아섰고, 현 정부가 실정해 민심을 잃고 대통령 임기가 흘러갈수록 레임덕 현상 등으로 더 많은 의원들이 ‘이’를 떠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당내 비주류였다가 당선된 점을 미뤄, 노 전 대통령처럼 후임을 내세우기 힘들 것이란 예상도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싣는다. 이 때문에 레임덕 현상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 정통한 관계자는 “개헌의석수를 채우기 위해 이 총재에게 협조를 요청했을 수 있지만, 당내 60% 이상이 친박이고 그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MB가 원하는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견제용”의견분분
선진당 관계자는 “이회창 총재는 한나라당에 있을 당시 정통 본류로 봐야 한다”면서 “이 총재의 마음은 본류의 우두머리격인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이미 기울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번 ‘이-이’ 회동 내용이 밝혀지지 않자, 여러 소문과 예상이 범람하고 있다. 정치권 관심이 얼마나 큰지 대변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 의원은 동생 이 대통령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이번 만남도 그 큰 맥락과 잇닿아 보인다. 이 총재는 제2의 보수를 지향하며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정당’의 입지를 굳힌 뒤 ‘보수 대연합’을 꿈꾸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회동은 양측 간 깊은 이해관계가 논의된 비밀스런 자리였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선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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