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 박근혜 “연말 대공습 준비 완료”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조기귀국설로 ‘박근혜-이재오의 연말 격돌’이 예고되자 박 전 대표 측이 선제 공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3한나라당 전당대회이후 친박계와 친이계의 불안한 동거는 국감을 통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성 친박계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MB)을 조준하자 친이계 중진들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서운한 감정을 표현했다. 때문에 원로급에서는 정국 해결을 위해 “차라리 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연대하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촛불시위 이후 진정 기미를 보이던 민심이 환율 폭등과 금융 위기 등으로 동요 조짐을 보이면서 현 정부와의 차별화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기 국회 이후 개각설 및 청와대 개편설과 관련 여권 내 친이 세력들의 치열한 자리다툼을 예고하는 ‘연말 대전(大戰)’조짐과 맞물려 있다. ‘친이계 연말 대전’ 이탈 세력의 친박계 흡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비방 기자회견을 도운 혐의로 수배 중이던 정두언 의원의 전 보좌관 김우석씨가 8일 검찰에 자수했다.

김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하자 지난 8월말 해외로 도피했는데, 박 전 대표 측은 김씨 검거와 관련 그동안 검찰을 압박해 왔다.

검찰은 현재 “자수했다고 해서 죄를 경감시켜주지는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따라서 김씨의 선거법 수사와 관련 박 전 대표와 정 의원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정두언 의원 측을 겨냥한 박 전 대표 측의 압박의 산물이 아니겠냐?”며 “역시 검은 콩과 흰 콩이 섞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한나라당 계파 핵분열과 관련해 떠돌던 친박계와 정두언 의원의 회동설을 일축했다.


10·29 재보선 고비 ‘큰 건’준비

박 전 대표의 경선 대변인을 맡았던 김재원 전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선언도 친박계 선제공세의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나서면서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탈당한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방송을 통해 당내 친이계를 공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MB와 이회창 총재’ 물밑 거래 의혹도 친박계의 선제 공격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그러한 의혹을 떠나서 MB정부에 대한 견제는 본격화될 것”이라며 “주요 원인은 환율 폭등과 금융 불안 등 경제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에 있다”고 밝혔다.

MB가 지난 8월부터 각종 보수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보수 세력 결집에도 한계를 보이면서 국정의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친박계 관계자는 “미국 발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요인이 크긴 하지만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MB 정부 경제팀의 불신”이라며 “결국 경제 불안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MB에 대한 지지율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정감사 직후 10.29 지자체 재보선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표 측이 ‘큰 건’을 준비할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10·29 재보선이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민심을 방치할 경우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는 이재오 전 최고의 조기귀국이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계파 갈등을 넘어서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정현 의원 등 강성 친박계 의원들이 당·청의 심기를 건드리는 소신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것도 ‘큰 건’을 터트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친박계의 공방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자 이재오 전 최고와 정두언 의원 등 친이계 ‘매파’쪽은 다급해졌다.

친이계 ‘매파’ 관계자는 “지금 친이계가 중심을 못 잡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면 힘도 한 번 못 써보고 꾸준히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계에게 당의 주도권이 넘어갈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팎의 적에 시달리는 친이 ‘매파’ 비상구는?

특히 ‘매파’는 친박계의 견제뿐만 아니라 다가올 청와대와 정부 개각 때 친이 진영 내 ‘비둘기파’및 MB 외곽단체들과 자리를 둘러싼 ‘혈투’를 벌여야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매파’는 청와대 재편과 개각을 둘러싼 ‘연말 대전(大戰)’에서 밀린 경우 세력 이탈 및 와해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이계 관계자는 “이 전 최고의 주변에서 그의 귀환을 간절하게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이재오 조기 귀국설을 흘리는 것도 연말까지 힘의 균형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급해진 친이계는 최근 공성진 최고위원이 이재오 4월 재보선 출마설까지 거론했다.

물론 진수희 의원처럼 여론 역풍을 우려한 신중론자도 있지만 이 전 최고가 연말 개각 전에 귀국해서 친이계의 와해를 막아야한다는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미국에서 이재오 전 최고를 만나고 귀국한 MB의 측근은 이와 관련 “나갈 때도 누가 권유하지 않았듯이 귀국 시점도 전적으로 이재오가 결정할 일”이라며 “정권창출의 일등공신으로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못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귀국하더라도 입각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여권의 관심은 이미 이 전 최고가 무슨 역할을 맡을 것인가에 쏠리고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박 전 대표측의 선제공격 시점과 수위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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